"폐지는 패닉 신호·채권 자경단 자극"…30년물 5.8%까지 갈 수도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2026.9.1 ⓒ 로이터=뉴스1(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20여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20년 만기 국채 발행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NP파리바는 이런 조치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워 국채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BNP파리바 전략가들은 20년물 국채 발행 폐지가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데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유동성 감소와 금리 상승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베선트 장관이 수십 년 만의 고점으로 치솟은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장기물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변 만기의 국채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20년물을 없애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BNP파리바는 오히려 이런 조치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 전략가들은 20년물 폐지는 패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재무부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소진했다는 신호가 돼 '채권 자경단'을 자극할 수 있다"고 밝혔다.
BNP파리바는 이에 따라 미국 30년물 국채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현재 5.64% 수준인 금리가 5.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20년물은 2020년 재도입된 이후 상대적으로 수요가 부진해 폐지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미국 정부는 30년물보다 20년물에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놓였다. 20년물 금리는 6일 5.75%까지 올라 재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일 5.68% 수준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4일 발표되는 재무부의 분기 국채발행계획(quarterly refunding)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무부는 직전 발표에서 향후 이표채와 변동금리채 발행의 '증가(increases)'를 검토한다는 기존 표현을 '변화(changes)'로 바꿔 발행 축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는 20년물을 없애더라도 정부의 전체 자금조달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년물 발행을 중단하면 다른 만기의 국채가 그만큼의 발행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장기물 발행을 줄이고 만기 1년 미만 단기 국채를 늘리는 방안도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조달비용을 높일 수 있다.
BNP파리바는 베선트 장관이 장기 국채 바이백을 확대하는 이른바 '트레저리 트위스트(Treasury twist)'를 실시했지만 장기금리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바이백 발표 직후 장기금리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해 24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BNP파리바는 재무부의 이 같은 시장 개입을 "총상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에 비유했다.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채 발행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금리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BNP파리바는 "이런 '반창고'식 조치가 금리를 낮추는 데 실패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채권 자경단은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