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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쪼개기’ 아닌 중복상장도 규제… 투자시계 멈췄다

요약
  • 정부의 중복상장 원칙금지 규제로 인해 주요 대기업들의 외부 자본 조달과 설비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 특히 SK하이닉스의 해외 상장 보류 등 국가전략산업의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재계는 명확한 성장 목적을 갖춘 경우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외부 자본 유치·M&A 위축에
LS 자회사는 설비 증설 철회

반도체·에너지·로보틱스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 불확실성
재계 “유연한 제도 필요” 주장


정부와 금융 당국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도입한 주요 그룹 상장사의 ‘중복상장 원칙금지’ 규제가 반도체·에너지·로보틱스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적기(골든타임)를 놓치게 하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복상장 규제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기존 모회사의 기업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에 갇혀 외부자본 유치와 인수·합병(M&A)을 위축시켜 되레 기업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 당국이 중복상장 원칙금지 방침을 공식화한 지 7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외부 자본 조달과 설비투자 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는 주요 기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해당 규제는 상장 기업의 자회사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기존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주주 동의를 얻었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자회사 상장을 통해 대규모 외부자본을 유치하고 신기술·설비투자를 단행하려던 기업들의 ‘투자 시계’가 사실상 멈춰 섰다는 점이다. LS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는 전기차용 특수권선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지난해부터 상장을 추진했지만, 청와대·정부가 중복상장 논란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지난 1월 상장을 철회했다.

올 3월 18일 정부가 중복상장 원칙금지 방침을 공식화한 뒤에는 DN오토모티브의 손자회사이자 세계 3위 공작기계 제조사 DN솔루션즈도 지난 4월 상장을 철회했다. HD현대로보틱스·SK에코플랜트·한화에너지 등 상장을 추진하던 다른 주요 대기업 계열사 역시 상장 일정을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중복상장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만든 회사가 아니라 2021년부터 90억 달러(당시 한화 약 10조3000억 원)를 들여 미국 인텔에서 사들여 편입된 곳이다. 기존 성장 사업을 물적 분할한 뒤 같은 국내 시장에 다시 상장했던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솔리다임의 매출·영업이익·자산 규모도 모회사인 SK하이닉스 전체 비중의 10% 미만이라 주주동의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정부 규제 기조를 등에 업은 소액주주단체들의 중복상장 낙인찍기와 반발로 사실상 나스닥 상장을 보류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 용인과 호남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 중인 만큼, 솔리다임이 자체 가치로 외부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면 오히려 SK하이닉스 주주에게 귀속되는 이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가전략기술과 관련한 대규모 설비투자와 외부 기술기업 인수 건 등 명확한 성장 목적과 타당성을 갖춘 경우 중복상장 금지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보호 대책을 전제로 전략적 자금 조달의 길을 열어주는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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