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순이익 111조→189조…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가 견인
가계 순자금운용 60.7조로 축소…예금 빼 주식·펀드 투자 확대
국내 순자금운용 147.8조로 급증…경상수지 흑자에 국외 순조달도 최대
명목 GDP 6.2% 늘 때 가계부채 1.1% 증가…한은 “80% 하회 연내 가능”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에 의하면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67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20조8000억원보다 46조3000억원 증가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기업의 여유자금 규모가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남은 자금을 예금과 채권, 주식 등에 대거 운용한 결과다.
가계는 소득 감소와 주택 취득 증가로 여윳돈이 크게 줄었다. 저축성예금에서는 약 39조원이 빠져나간 반면 주식과 투자펀드 운용은 사상 최대를 기록해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에 의하면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67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20조8000억원보다 46조3000억원 증가했다.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관련 통계가 편제된 2009년 이후 최대다. 종전 최대 기록은 올해 1분기의 20조8000억원이었다.
자금운용 및 조달 차액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차감한 값으로 (+)이면 순자금운용, (-)이면 순자금조달을 의미한다. 순자금운용은 여유자금(여윳돈)의 증가분을 뜻한다. 따라서 순운용이 플러스(+)인 경우 순운용 규모의 축소가 여유자금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여유자금은 증가했으나 그 증가폭이 축소됐음을 뜻한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올해 1분기 79조2000억원에서 2분기 60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소득이 감소한 가운데 주택 순취득이 늘어난 영향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96조3000억원에서 88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은 확대됐지만 금융기관 예치금이 감소했다. 자금조달 규모는 같은 기간 17조1000억원에서 27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기관 차입이 확대된 결과다.
가계 자금의 이동은 금융상품별 거래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예금취급기관의 단기저축성예금에서 33조6000억원, 장기저축성예금에서 5조4000억원을 각각 인출했다. 저축성예금에서만 약 39조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반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등에 맡겨놓은 자금이 포함된 기타예금은 20조2000억원 증가했다. 결제성예금 등을 모두 합친 금융기관 예치금은 전체적으로 23조3000억원 감소했다.
가계의 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 운용액은 67조2000억원, 투자펀드 지분 운용액은 35조6000억원으로 각각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김용현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자금순환팀장은 "주식 구입과 주식 구입을 위한 자금이 크게 늘어난 반면 저축성예금은 감소했다"며 "2분기 중 나타난 머니무브가 자금순환표에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제공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분기 20조8000억원에서 2분기 67조1000억원으로 큰 폭 확대됐다. 기업 순이익이 급증하면서 자금운용 증가폭이 자금조달 증가폭을 크게 웃돌았다.
김 팀장은 "자금순환표는 기업을 직접 조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기업 예금과 채권·주식 거래 동향 등 금융기관 및 유관기관의 통계를 종합해 작성한다"며 "업종별 순자금운용 규모를 직접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GDP 등 여러 통계를 바탕으로 증가 원인을 역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기업의 순자금운용 급증 배경으로 반도체 경기 호조를 꼽았다. 상장기업 순이익은 올해 1분기 111조원에서 2분기 189조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확대된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반도체 호조에 따른 기업이익 증가로 기업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금운용 규모는 1분기 137조원에서 2분기 267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기관 예치금과 상거래신용 등을 중심으로 운용이 확대되면서 2021년 2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도 116조2000억원에서 200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채권 발행 등 직접금융과 상거래신용을 중심으로 조달이 증가했으며 자금조달 규모 역시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컸다. 2021년 당시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정보기술(IT) 기업의 수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기업의 금융상품별 자금운용을 보면 금융기관 예치금이 84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채권 매입에는 16조3000억원,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에는 21조5000억원을 운용했다. 기업들이 영업이익 증가로 확보한 여유자금을 예금에 넣거나 채권과 주식을 사는 등 금융자산 운용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김 팀장은 "2분기 자금순환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이 많은 이익을 내면서 금융자산에 대한 자금운용을 크게 늘렸다는 점"이라며 "가계는 같은 기간 주식투자를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일반정부는 올해 1분기 23조3000억원 순자금조달에서 2분기 11조1000억원 순자금운용으로 전환했다. 정부 수입 증가폭이 지출 증가폭을 웃돈 영향이다.
일반정부의 자금운용 규모는 금융기관 예치금과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등을 중심으로 46조4000억원에서 45조7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자금조달 규모는 국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등이 줄면서 69조7000억원에서 34조6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47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84조3000억원보다 63조5000억원 증가했다.
국외 부문은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 등의 영향으로 순자금조달 규모가 84조3000억원에서 147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외 부문의 순자금조달 규모 역시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국외 부문의 자금운용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부채 증가를, 국외 부문의 자금조달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자산 증가를 의미한다.
국외 부문의 자금운용 규모는 비거주자의 국내 주식 매도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20조9000억원에서 마이너스 35조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자금조달 규모는 비거주자의 기타 대외채무와 상거래신용을 중심으로 63조4000억원에서 112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김 팀장은 "기업이 이익과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국외 부문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활동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제공올해 2분기말 현재 국내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은 1경646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부채는 857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에서 상환 의무가 없는 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과 직접투자를 제외한 금액이다.
국내 비금융부문의 순금융자산은 7887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1.92배로 전분기 말 1.77배보다 상승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6930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513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2495조원으로 28조2000억원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금융자산은 4435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484조9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자산·부채 배율도 2.60배에서 2.78배로 0.18배포인트 상승했다.
가계 금융자산은 예금이 3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34.4%, 보험 및 연금준비금이 23.6%로 뒤를 이었다.
금융부채 구성은 대출금이 93.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타 부채가 3.8%, 정부융자가 2.7%였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말 85.3%에서 2분기말 81.1%로 4.2%p 하락했다. 2009년 자금순환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2분기 명목 GDP가 6.2% 증가한 반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반도체 호황 등의 영향으로 명목 GDP가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낮게 유지되면서 부채 비율이 빠르게 떨어졌다.
김용현 팀장은 "반도체 경기 호황이 이어진다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2030년까지 가계부채 비율을 80%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흐름이라면 80% 하회 시점이 크게 앞당겨져 올해 안에 달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가계부채 전반의 위험보다는 취약계층의 부채 문제 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료=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