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압박에
현금으로 1000억 원 납부 '역대 최대'
잔액 대해선 해외 선박 5척 담보 제공
임광현 국세청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활동 결과를 발표하며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체납액 완납 결정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4,000억 원에 달하는 체납액을 완납하기로 했다. 개인 체납액 1위인 권 회장은 이미 1,000억 원을 납부했다. 국세청이 징수한 개인 체납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국세청은 '고액체납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의 활동 결과, 권 회장이 체납액 3,938억 원을 모두 납부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권 회장은 7월 현금으로 낸 1,0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분납 계획서를 제출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브리핑에서 "이 정도 규모의 체납 세금을 납부한 것은 국세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국세청은 남은 체납액을 받아내기 위해 권 회장으로부터 해외 소재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받았다. 국세청은 담보에 대한 적정성 평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류충선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간이 평가 결과 담보물의 가치는 체납액을 초과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국내에는 이렇다 할 자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2011년 종합소득세 고지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납세를 거부해 왔다. 국세청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2년 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해 체납이 확정됐다. 납부 지연에 따른 가산세가 붙으면서 권 회장이 내야 할 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본인 체납액과 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관련 법인(시도탱커홀딩·시도홀딩 등)의 체납지정액까지 포함하면 장부상 총 체납액은 7,902억 원까지 늘어난다. 다만 권 회장이 3,938억 원을 완납할 경우 법인에 부과된 체납액은 소멸되는 구조다.
세금 탈세 및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2018년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오랜 시간 납세를 거부한 권 회장이 마음을 돌린 배경에는 국세청의 대응이 있었다. TF는 출범 이후 해외 은닉 가능성이 있는 체납자의 재산 추적에 집중했다. 국세청은 라이베리아, 파나마와 같은 편의치적국(선박 등록에 필요한 국적을 빌려주는 국가)의 조세당국과 청장급 회의를 열고 징수 공조와 정보 교환에 필요한 실무협약(MOU)을 맺었다. 류 관리관은 "권 회장이 리스크가 있는 현 상황에서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1950년생인 권 회장은 1990년 무렵 시도물산을 세워 해운업에 진출했다. 이후 한국·일본·홍콩 등에서 선박 임대업을 영위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한때 권 회장이 보유한 선박이 290여 척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명 '선박왕'으로 불렸다. 권 회장 스스로도 국세청 조사 당시 "대한민국의 장보고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