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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로펌으로… 공직사회 ‘허리’ 5000명 떠났다

요약
  • 최근 5년간 5급 이상 행정부 국가공무원 5300여 명이 낮은 보수와 과다한 업무 등을 이유로 공직을 떠나 민간기업과 로펌으로 이직하고 있습니다.
  • 국가가 양성한 정책 전문인력인 관리자급의 대거 이탈은 정책 추진의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작년 5급 이상 1046명 의원면직관리자급 이직 의향 52% ‘최대’
“낮은 보수·업무 과다·승진 적체”
민간, 전문성 갖춘 공무원 ‘러브콜’
정부 ‘5급 조기승진’ 카드도 한계

최근 이희곤 전 재정경제부 외환제도과장(3급)이 삼성전자 상무로, 정여진 전 재경부 전략경제총괄과장(4급)이 SK하이닉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한미 전략투자 등 핵심 정책을 다뤘던 핵심 인력들이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올해 초 핵심 과장급 3명이 메리츠증권·삼성증권·법무법인 광장 등으로 한꺼번에 이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지난해 6월 이후 재취업 신고자 14명 중 9명(64.3%)이 로펌행을 택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7일 “과장 때 나가야 국장보다 취업심사에서 업무 연관성 범위가 좁아 이직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공직 이탈이 7~9급 저연차를 넘어 정책 실무를 책임지는 3~5급 ‘허리급’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5년간 5급 이상 행정부 국가공무원만 5300여명이 짐을 쌌다. 전문성·경력 개발과 자율성을 높이는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된 인사혁신처 ‘관리자급 공무원 이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급 이상 행정부 일반직 국가공무원 1046명이 ‘의원면직’ 처리됐다. 이 가운데 5급이 490명(46.8%)으로 절반에 육박했고, 4급 314명(30%), 3급 41명(4%), 고위공무원 201명(19.2%)이었다.

이렇게 해마다 1000명 넘게 나가면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원면직한 5급 이상 공무원은 5343명에 달했다. 5급이 2429명(45.5%)으로 가장 많았고 4급 1689명, 3급 272명 등이었다. 국가가 오랜 기간 양성한 정책 전문인력이 경력 중간 단계에서 대거 빠져나간 셈이다.

전체 면직자 중 관리자급 비중은 2022년 24.2%에서 지난해 27.7%로 높아졌다. 실제 이탈 증가는 이직 의향 급증과 맞물린다. 한국행정연구원 공직생활실태조사에서 5급 이상 관리자급의 이직 의향은 2024년 51.9%로 역대 최고였다.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는 낮은 보수(39.9%)가 가장 컸다. 이어 과다한 업무(16.4%), 승진 적체(10.4%), 보람 부족(10.1%), 노후 불안(7.1%), 가치관 불일치(6%), 상하관계(5.4%) 순이었다. 보수 문제를 넘어 ‘공직에 남을 이유’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기업과 로펌도 유능한 공무원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재경부의 국제금융·외환, 금융위의 자본시장, 공정위의 기업 조사·규제 등 공직에서 쌓은 전문성이 시장에서 요긴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정책을 설계하는 핵심 리더 관리자급 이탈은 정책 추진의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며 “연차별 유출 경로를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인재 이탈을 막으려고 올해 처음 6급 공무원 100명을 승진소요 최저연수와 관계없이 조기 승진시키는 ‘5급 조기승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승진이라는 당근책만으로는 핵심 인력이 민간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염지선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소장은 “젊은 공무원이 중시하는 전문성과 경력 개발을 통한 자아실현,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하는 유연한 조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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