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5차 발사돼 우주로 향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7일 낮 12시25분 전남광주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 아파트 15층 높이의 누리호가 거대한 화염을 뿜어내며 한낮의 푸른 하늘로 힘차게 솟구쳤다. 고막을 짓누르는 묵직한 굉음과 진동이 발사대에서 3㎞ 떨어진 프레스센터까지 밀려왔다. 누리호가 상공에서 1단과 페어링을 분리한 뒤 남긴 ‘W’ 모양 궤적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누리호가 비행을 예정대로 종료했다는 방송이 나오자, 연구원들은 박수를 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다섯 번째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1~5차 발사에서 당초 예정된 시각을 꼭 맞춰 이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발사체 제작뿐 아니라 운영 능력 고도화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하며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발사 121초 후 고도 66.5㎞에서 1단을 분리했다. 231초 뒤 고도 227㎞에서는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을 떼어내고, 발사 262초 뒤 고도 275.7㎞에서 2단을 분리했다. 이후 목표 고도인 576㎞에 도달해 자세를 안정화한 뒤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2~6호기를 35~40초 간격으로 한 기씩 내보냈다. 위성 간 충돌을 막기 위해 발사체 상단 각도를 30도, 60도씩 정밀하게 조정하며 위성을 분리했다.
위성 교신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오후 1시8분쯤 초소형군집위성 6호가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가장 먼저 교신했으며 4호는 오후 2시42분 세종기지, 3호는 오후 3시27분 북극 스발바르 지상국, 2호와 5호는 각각 오후 4시18분, 5시52분에 남극 세종기지와 신호를 주고받았다. 초소형군집위성 5기 모두가 첫 교신에 성공한 것이다.
누리호는 여러 위성을 정해진 궤도와 위치에 맞춰 정밀 배송하는 ‘다중 위성 배치 능력’을 실전에서 처음 입증했다. 고객이 원하는 시점과 위치에 위성을 오차 없이 올려놓는 ‘상업 발사 서비스’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인 순간이었다. 위성 여러 개를 한 로켓에 함께 싣는 ‘라이드셰어(합승)’ 발사는 글로벌 시장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위성을 보다 안정적으로 분리하는 기술도 처음 적용했다. 위성은 발사 과정의 강한 진동과 하중을 견뎌야 해 발사체에 단단히 고정되지만, 목표 궤도에 도달하면 순간적으로 결합을 풀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해외 발사체 수준의 저충격 달성을 위해 일체형 클램프 밴드 방식의 ‘저충격 위성분리장치’를 새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위성에 전달되는 충격을 기존보다 절반가량 낮췄다는 설명이다.
다만 부탑재위성인 큐브위성 10기 중 1기는 사출되지 못했다. 우주항공청은 당초 10기를 모두 분리했다고 발표했으나 오후 브리핑에서 내용을 정정했다.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누리호에서 정상 분리 신호를 냈지만 사출관 뚜껑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 청장은 “사출관은 위성 탑재 기관에서 개별 제작·구매해 발사체에 부착하는 구조”라며 “정확한 미사출 원인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큐브위성 1기 미사출에도 누리호 5차 발사는 성공으로 평가됐다. 발사 성공 여부는 발사체가 목표 고도 및 속도에 도달해 계획된 비행을 수행하고 주탑재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상적으로 분리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5차 발사 성공은 민간이 우주 산업의 키를 쥐는 ‘뉴스페이스 시대’로의 진전이기도 하다.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제작 전반을 총괄한 것은 물론 발사통제센터 콘솔 22개 중 20개 업무에 참여하는 등 발사 준비·운용 과정까지 역할을 넓혔다. 내년 하반기 예정된 6차 발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부분의 콘솔 조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8차 발사부터는 민간 주도 상업 발사 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오현웅 한국항공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군집위성 촬영 영상 및 위성 판매, 통신 서비스 제공 등 우주 산업은 국가 안보와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으로 발사체를 몇 개 쏠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며 “발사 물량이 확보돼야 생산라인 유지와 표준화가 가능하고 반복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도 생긴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