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DC 수요, 설비가 못 따라가
데이터센터 확충 나선 韓 긴장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미국의 내년 전력 소비량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해 우리나라까지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는 이를 감당하기 버겁고 원자력 발전은 계획부터 가동까지 10년 이상을 잡아야 한다. 만약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여기에 역대급 무더위까지 찾아올 경우 내년에는 최악의 전력대란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단기에너지전망(STEO)에서 미국 전력소비가 내년에 4356테라와트시(TWh)로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의 전력 소비는 4195TWh였고, 올해도 4288TWh를 사용할 것으로 EIA는 전망했다. 올해·내년 모두 사상최대치로, 내년 연간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161TWh가 늘어난다. 미국의 경우 2020년에는 전력 소비량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바 있다. 2023년까지 1% 안팎의 증가율을 이어가다 2024년 이후 사용량이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EIA는 내년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상업부문의 전력 수요가 올해보다 2.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 부문에서의 전력소비가 올해와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 밖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력 2026' 보고서에서 세계 전력 수요 증가율이 2024년 4.4%에서 지난해 3%로 주춤했지만, 올해부터 2030년까지는 연평균 3.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생산·전기차·냉방 수요에 데이터센터까지 더해지면서 전력소비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IEA는 2030년까지 미국 전력수요 증가분의 약 절반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IEA는 지난해 '에너지와 AI' 보고서에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다른 모든 부분의 총 전력 소비량 증가율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라고 덧붙였다.
올해 4월 후속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소비량은 485TWh였지만 2030년에는 950TWh로 약 2배 늘어날 것으로 봤다.
업계에선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시설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는 건설에 1~3년이 소요돼 수년이면 지을 수 있지만, 전력망을 새로 구축하는 데는 인프라 계획·인허가·완공의 각종 절차를 감안하면 최소 5년에서 최대 15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전력망 투자도 발전 설비 투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IEA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소비 사업을 합쳐 2500GW 이상의 프로젝트가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대기상태'에 놓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IEA는 전력망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시설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사용량을 조절하는 조건으로 연결을 앞당기거나, 송전 설비를 개선해 기존 전력망으로 더 많은 전기를 보내는 방안이다.
이어 AI발(發)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현재 약 4000억달러(약 535조원)인 세계 연간 전력망 투자가 2030년에는 약 50% 늘어난 6000억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데이터센터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운 한국에도 '남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따라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엔 한국전력을 통해 전력망·송변전 설비 투자 자금으로 쓰겠다며 삼성전자에 20조원, SK하이닉스에 총 5조원의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내달라고 제안한 바 있으나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