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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 풀려도…‘높은 운송비 장벽’에 아시아 기름값 고공행진

요약
  •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 복잡해진 운송 경로 등으로 인해 아시아로 들어오는 실물 원유의 도착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높아진 수송단가와 운송비 부담으로 인해 원유 구매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아시아 도착할 땐 150달러 육박 6일(현지시각)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해협에 상선들이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해협에 상선들이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
중동전쟁으로 급감했던 걸프 지역 원유 수출량이 전쟁 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원유를 받는 비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원유 물량 부족은 상당 부분 풀렸지만,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 복잡해진 운송 경로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면서다. 국제유가 지표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이지만, 실제 아시아에 인도되는 실물 원유의 도착가격은 150달러에 근접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7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의 원유 도입 금액 통계를 보면, 국내 도입 원유의 국내 도착가격(CIF)에서 선적가격(FOB)을 뺀 수송단가는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배럴당 3.22달러에서 4월 6.75달러로 뛰었다. 8월에도 5.88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4월은 2.87배, 8월은 2.71배 수준이다. 그만큼 원유를 국내까지 들여오는 비용이 비싸졌다는 의미인데, 업계 관계자는 “원유는 배럴당 1달러도 안 되는 가격 차이에도 구매 여부를 고민한다. 특히 호르무즈나 홍해처럼 위험구간에서 선박 간 환적(STS)을 할 경우, 운임과 보험료는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데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북미 등으로 공급선을 돌릴수록 운송 거리가 길어지는 구조다. 전쟁 전까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최근 3년간 70% 안팎을 유지했다. 평소에는 가까운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게 비용 면에서 유리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산 원유 수송단가는 배럴당 1.87달러로 미국산 3.93달러의 절반 수준이었다.


중동에서 나오는 원유 물량 자체는 상당 부분 회복됐다. 원자재 분석업체 보텍사 집계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 7개국의 9월 원유·콘덴세이트 수출은 전쟁 전의 91% 수준까지 올라왔다. 정제제품 등을 합친 전체 석유 수출도 81% 수준인 하루 1920만배럴까지 회복했다.

문제는 이 물량을 아시아까지 옮기는 과정이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각) “현재 아시아에서 실제 인도되는 실물 원유의 도착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보다는 150달러에 가깝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최근 하루 120만달러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통항 위험에 따른 전쟁위험 보험료와 선박 부족, 선박 간 환적 등 복잡해진 운송 방식이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높아진 운송비는 산유국의 판매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는 11월 아시아향 아랍라이트 원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을 오만·두바이유 평균보다 배럴당 5달러 낮게 책정했다. 전달보다 할인 폭을 3달러 키운 것으로,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할인 폭이다. 비싸진 운송비로 구매 부담이 커진 아시아 시장에서 원유 자체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높아진 운송비 부담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통상 원유 도입 물량의 약 60%를 1년 단위 장기계약으로 확보하지만, 원유 장기계약이 장기용선 계약까지 뜻하는 것은 아니어서 운임까지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장기계약은 가격을 고정해 두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물량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유업체 관계자는 “호르무즈에 투입하던 대형 선박들을 북미 등 대체 원유 지역으로 돌리면서 운항 거리가 길어졌다”며 “호르무즈를 두 번 운항할 기간에 북미는 한 번밖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해협으로 직접 들어가려는 선사가 줄면서 위험구간 밖으로 원유를 옮긴 뒤 다시 옮겨싣는 방식까지 동원되고 있다. 운송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보험료와 운임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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