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반값 가격에
원료·완제품까지 국내 생산
한미약품 "아시아인에 효과"
평균 체중 9.7% 감소 확인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국산 신약 '에페'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에페의 월 투약 비용이 기존 치료제의 절반 수준인 1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연내 출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에페는 한미약품이 10년 넘게 개발해온 신약이다.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됐지만 2020년 권리가 반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미약품은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해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부사장)은 에페의 경쟁력으로 한국인 환자에게서 확인한 체중 감량 효과와 위장관계 부작용에 대한 부담을 줄인 점을 꼽았다. 그는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다른 비만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임상은 아니어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고,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에페는 당뇨병이 없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BMI 27 이상 30 미만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임상 3상에서는 40주 시점에 평균 9.75%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위고비(68주)와 마운자로(72주)의 주요 임상보다 평가 시점이 빨랐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임상 참여자들은 초기 평균 BMI가 약 38이었던 반면 에페는 상대적으로 비만도가 낮은 한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됐다.
한미약품은 에페의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해 가격과 공급 안정성을 앞세울 계획이다. 에페는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자체 생산한다. 한미약품은 이를 통해 수입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나영 한미약품 혁신성장부문장 부사장은 "이번 허가는 수입 의약품에 의존했던 치료 환경에서 한국인 특성에 맞춘 임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에페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히는 것은 가격이다. 현재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월 투약 비용은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만원 안팎이다. 한미약품은 아직 최종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초회 용량 기준 10만원대에 출시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기회가 생기고 비만치료제의 대중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약품은 에페를 시작으로 비만치료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당뇨병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삼중작용제와 근육 증가형 비만치료제 등 후속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에페와 디지털의료기기를 결합해 운동과 식단,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는 통합 치료 플랫폼 'TLS(Total Lifestyle Care)'도 추진 중이다.
[왕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