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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한국 맞아?” 진짜 호랑이 ‘700만원’에 대놓고 거래…수상한 중고마켓, 알고 보니 [지구, 뭐래?]

요약
  • 국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호랑이 박제, 표범 가죽, 바다거북 등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 가공품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어 불법 유통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들 품목은 멸종위기종 국제거래 협약(CITES)과 국내법에 따라 엄격한 거래 제한과 입수 경위 증명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서류 안내 없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호랑이 박제가 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호랑이 박제가 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집안의 우환을 덜어주는 진짜 ‘호랑이’입니다”

중고장터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가격 ‘700만원’. 웬만한 중고차 한 대에 육박하는 가격에 올라와 있는 물품의 정체는 ‘호랑이 박제’다.

실제 판매 사진 속에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호랑이 한 마리의 형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판매자 또한 ‘정말 귀한 진품 호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다. 조금만 찾아보니 온갖 희귀동물 가공품 매물이 쏟아졌다. 호랑이는 물론 표범가죽, 바다거북 박제, 천연상아 등 관련 판매글만 어림잡아 수십 건에 달했다.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번개장터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번개장터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여기가 한국이 맞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일부 국가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판매글이다.

문제는 이 물품들의 출처가 모두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보호되는 ‘멸종위기종’이라는 것. 물론 그 가공품 또한 거래가 엄격한 수준으로 제한돼 ‘불법’ 소지가 크다.

일반 중고 물품과 별다른 구분 없이 판매되면서 온라인 중고 시장이 불법 야생동물 거래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7일 헤럴드경제가 국내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국제적으로 거래가 엄격하게 규제되는 야생동물이나 해당 동물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가공품 판매글이 다수 확인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호랑이, 표범 등 맹수 가죽. 단순히 무늬를 흉내 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판매글에는 ‘진품 호랑이’, ‘리얼 표범’ 등 설명이 더해졌다. 실제 야생동물에서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셈.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호랑이와 표범은 모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I에 등재된 종이다. 쉽게 말해, 가장 엄격한 수준의 거래 보호를 받는 단계다.

여기에는 멸종위기에 처해 국제거래로 영향을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종이 포함되며, 상업 목적의 국제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특히 CITES 부속서 I 대형고양잇과의 상업거래는 국내에서 1994년 이후부터 금지돼 있다.

밀렵 단속 요원들이 네팔 티카울리 박물관에 전시된 밀렵 압수품 중 하나인 호랑이 가죽을 보여주고 있다.[WWF 홈페이지 갈무리] 밀렵 단속 요원들이 네팔 티카울리 박물관에 전시된 밀렵 압수품 중 하나인 호랑이 가죽을 보여주고 있다.[WWF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확인된 바다거북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부 판매자는 박제품의 정체를 ‘매부리바다거북(대모)’, ‘푸른바다거북’이라고 종명까지 적어놨다. 이들 역시 CITES 부속서 I에 포함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천연상아, 산호 가공품 및 청상아리 박제 등 물품도 확인됐다.

이런 물건을 온라인에서 사고파는 것 자체가 모두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수십년 전 적법하게 수입한 물품이거나, CITES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취득한 경우 예외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춰야 한다.

재규어 가죽이 판매되고 있다.[중고나라 ‘재규어 표범털가죽’ 판매 페이지 갈무리] 재규어 가죽이 판매되고 있다.[중고나라 ‘재규어 표범털가죽’ 판매 페이지 갈무리]

아울러 합법적으로 보유해 온 물건이라고 해도 거래 절차까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물론 그 가공품을 구입하거나 양도·양수, 소유·점유 또는 진열하려는 사람에게 적법한 입수경위를 증명하는 서류를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허가받아 국내로 수입·반입된 국제 멸종위기종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는 양도·양수 전까지 별도 신고가 필요하다. 신고 과정에서는 수입허가증 등 입수경위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오랫동안 집 안에 걸어놨던 호랑이 박제라고 해서 아무런 증빙 없이 일반 골동품처럼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문제는 공개된 판매글에서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 헤럴드경제가 확인한 50여개 관련 판매글 가운데 게시물상 CITES 허가·신고 여부나 적법한 입수경위를 증명하는 서류를 안내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되는 멸종위기종 가공품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영국동물학회(ZSL) 동물학연구소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한국범보전기금, 서울대 연구진은 2024년 5월 국제학술지 PLOS ONE에 한국의 대형고양잇과 거래 실태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하고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청상아리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청상아리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중고나라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연구진은 전문가들이 알려준 사례를 추적한 결과 대형고양잇과에서 유래했다고 광고하는 제품들이 한국의 여러 온라인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판매되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이 1994년 이후 국내 거래 사례로 반복해 언급한 제품에는 호랑이 가죽과 표범 가죽이 포함됐다.

한 전문가는 서아프리카에서 일할 당시 얻었다고 주장하는 표범가죽을 국내 유명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판매하려던 사례도 제시했다. 제품의 출처가 언급된 사례는 중국·태국·베트남·러시아·네팔·케냐·가봉 등 모두 해외였다.

매부리바다거북(대모) 가공품을 판매하고 있다.[번개장터 판매 페이지 갈무리] 매부리바다거북(대모) 가공품을 판매하고 있다.[번개장터 판매 페이지 갈무리]

온라인 거래 문제를 정부가 몰랐던 것도 아니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미 2016년 “인터넷 및 개별 거래가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최근 3년간 CITES 관련 적발 83건 가운데 온라인 판매 적발만 41건이었다.

이후 정부는 신고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허가·신고 절차를 홍보하는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아예 ‘국제 멸종위기종 가공품 불법 유통 온라인 감시단’까지 별도로 꾸렸다. 4400만원을 들여 발주한 사업으로,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감시단 운영과 실적 집계·보고를 담당할 별도 인력까지 채용했다.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번개장터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호랑이 박제가 중고거래되고 있다.[번개장터 ‘호랑이 박제’ 판매 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현재, 국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진품 호랑이 박제’, ‘리얼 표범가죽’ 등을 표방한 판매글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정부가 지속해서 온라인 페이지와 게시물을 직접 조사하고, 중고거래 등 해당 플랫폼과 협력해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구진은 “한국 정부가 호랑이 등 아시아 대형고양잇과 유래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페이지와 게시물을 조사하고, 관련 플랫폼과 협력해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개된 온라인 거래뿐 아니라 음성적인 거래까지 정기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야생동물 가공품 불법 거래가 의심될 경우 환경 관련 신고 창구인 환경신문고나 국민신문고, 관할 환경관서 또는 수사기관에 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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