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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8번째 노벨과학상 배출하는 사이, 한국은 '0명'

요약
  • 일본이 앙리 카간과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학 명예교수의 노벨화학상 수상을 통해 통산 10번째 노벨화학상 및 28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 이번 수상은 과거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지원의 결과이나, 최근 단기 성과 중심의 지원으로 인한 일본 과학계의 위기의식과 기초과학 연구에서 축적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함께 보여준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학 명예교수 노벨 화학상 수상자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학 명예교수
일본이 2년 연속, 통산 10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유기화학 분야에서 화학적 비대칭성을 연구한 프랑스 출신 화학자 앙리 카간 파리 쉬드대(현 파리-사클레대) 교수와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학 명예교수에 돌아갔습니다.

화학계에서는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서로 겹쳐지지 않는 '거울상' 형태로 존재하는 아미노산과 DNA의 당 같은 핵심 분자들 가운데, 생명체가 특정한 한쪽만 사용하는 현상이 오랜 기간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는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와 관련해 카간 교수는 촉매(화학 반응을 돕는 물질)의 작은 비대칭성이 생성물에선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비선형 효과'를 발견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소아이 교수는 근소한 차이의 비대칭성이 반응을 거듭할수록 극단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물질로 변화하는 이른바 '소아이 반응'을 실험으로 규명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의 연구가 이같은 수수께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으며 의약품과 향료, 농약, 신소재 제조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이너 링케 노벨화학위원회 위원장은 "100년 넘은 화학의 미스터리에 해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젯밤 도쿄이과대학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소아이 교수는 "가게에서 식료품을 사다가 연락을 받았다"며 수상 기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선 "받아도 흉은 안 들을거라 생각했다"고 답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연구 과정과 관련해선 "앞에 산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캄캄한 곳에서 전등을 머리에 달고 지면을 밟아 나가는 기분"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준 높은 연구 환경 속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아직 모르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연구가 진전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노벨화학상 수상은 2년 연속이자 10번째, 기초과학 분야 전체로 넓히면 28명째(미국 국적 취득자 3명 포함)에 해당합니다. 이 같은 수상 실적의 배경엔 1970~1990년대 경제 성장기에 다져놓은 기초과학 연구 지원의 토대가 지금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패전 후 일본 정부가 과학기술을 국가 재건과 성장의 핵심축으로 설정해 육성정책을 꾸준히 펼친 점도 주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독창적 연구를 중시하고, 한 우물만 파는 일본 특유의 학문적 분위기와 안정적 연구 환경도 이를 뒷받침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아이 교수 역시 비대칭 합성 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퇴임 후 지금까지도 후배 교수들의 연구에 동참하며 학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과학계에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 정부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목으로, 연구자 인건비의 재원이 되어 온 대학 운영 지원금을 줄이고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비 지원으로 선회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돈이 되는지, 성과가 빨리 나오는지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본 과학계에서는 그 결과 젊은 과학 인재가 줄고 연구 시간이 급감했으며 논문 경쟁력도 하락하는 등 기초과학 생태계가 약해졌다고 평가합니다. 연구비를 받기 위한 서류 작업에 매달리느라 정작 중요한 연구 시간이 줄고 있고, 이는 연구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문부과학성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피인용 횟수 상위 10% 과학 논문 수 순위에서 일본은 4년 연속 13위에 머물렀습니다. 1990년대 전반까진 미국, 영국에 이어 3위였으나 그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종합 과학 학술지 '네이처'도 "일본의 연구는 더 이상 세계 최정상 수준에 속하지 않는다"는 신랄하게 평가한 바 있습니다.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 [출처: 교토대 iCeMS연구소]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 [출처: 교토대 iCeMS연구소]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는 "기초 연구의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25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정부는 그만큼 인내심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기초연구를 위한 자금은) 늘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기다려야 한다."며 "우리가 받은 노벨상은 20년 이상 전의 연구 성과가 평가받은 것이다. 지금부터 대비해 두지 않으면, 앞으로는 이런 노벨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올해 과학연구비 예산을 전년보다 100억 엔 이상 증액한 2479억엔(우리돈 약 2조 3천억원)을 편성하고 국립대 운영비 교부금도 사상 최대폭으로 늘린 건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내년도 예산에선 과학연구비 예산을 2배 가까이 증액을 요구하는 등 지원 정책 개선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본의 시행착오는 아직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한국의 연구개발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함에 있어 효율성, 실효성을 좇기보단 축적의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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