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개→986개로 40% 줄어
연간 거래대금 회전율·유동주식 시가총액이 기준일본 도쿄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도쿄증권주가지수(TOPIX·토픽스)가 사상 최대 규모의 종목 개편에 나선다. 편입 종목의 40%를 쳐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새로 들인다. 토픽스가 이처럼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 것은 1969년 지수 산출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날 일본거래소그룹(JPX)은 이달 말 개편되는 토픽스의 새로운 편입 기준을 충족하는 종목이 기존 1636개에서 986개로 약 40%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주가 전광판에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도쿄(일본)=로이터 연합뉴스.편출 대상은 683개 종목이다. 이들은 2028년 7월까지 토픽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단계적으로 줄어들다가 최종적으로 제외된다. 다만 내년 10월 재평가에서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면 그때까지 축소된 비중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새로 편입되는 종목은 일본맥도날드홀딩스와 작업복 판매업체 워크맨,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 GO 등 35개 종목이다. 일본맥도날드와 워크맨은 중견기업 중심의 도쿄 스탠더드 시장에 상장돼 있으며, 지난 6월 상장한 GO는 신흥기업 중심의 그로스 시장에 속해 있다.
이번 개편의 기준은 주식이 얼마나 활발하게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연간 거래대금 회전율'과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의 가치를 뜻하는 '유동주식 시가총액'이 기준이 됐다. 이를 통해 종목을 순위대로 나열한 상태에서 누적 시가총액 상위 97% 이내에 드는 종목만 토픽스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은 일본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가 추진해 온 증시 개혁의 연장선에 있다. 기존 TOPIX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기업이라면 사실상 모두 지수에 포함하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한때 구성 종목이 2200개에 달했다.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까지 대거 포함되면서 TOPIX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필요한 주식을 제때 사고팔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앞서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기존 4개 시장을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에 따라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재편한 바 있다. 이번에는 주식 거래가 활발하지 않거나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낮은 기업을 TOPIX에서 제외, 기업들의 경영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최근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인공지능(AI) 관련 일부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점도 이번 개편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됐다. 앞으로는 대기업이 몰린 프라임 시장에 상장돼 있더라도 편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TOPIX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대로 스탠더드·그로스 시장에 상장된 중·소형기업도 기준을 충족하면 새로 편입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형기업까지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해 일본 증시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라고 닛케이는 해석했다.
이번 개편은 일본 상장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TOPIX를 추종하는 투자신탁 등의 운용자산은 약 160조엔(1357조원)에 달한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의 혼마 다케아키 수석 펀드매니저는 "이번 개편은 일본 기업에 개혁을 촉구하고 신진대사가 진행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편입 대상은 투자자와의 대화나 정보공개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좁혀질 것"이라고 닛케이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