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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미달 상장폐지에 제동 건 법원…'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다[기고]

요약
  •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코스닥 상장사의 가처분을 인용했다.
  • 이번 결정은 엄격한 상장폐지 기준 강화 자체보다 기업에 대한 적절한 절차적 권리와 예측 가능성 보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성인 법무법인 대환 금융팀 대표변호사 문성인 법무법인 대환 금융팀 대표변호사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시가총액 기준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코스닥 상장사에 대해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법원이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 자체의 효력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실무상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상장폐지 제도 강화 자체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만 평가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핵심은 ‘시가총액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상장폐지 요건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도 상장기업에게 적절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했는가에 있다.

대법원은 이미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에 대해 단순한 사적 계약조건 이상의 성격을 인정해 왔다. 거래소와 상장회사 사이의 상장계약이라는 측면에서는 약관의 성질을 갖지만, 모든 상장법인에 적용되고 자본시장의 진입과 퇴출을 결정한다는 점에서는 실질적으로 강한 규범적 성격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상장폐지 기준을 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합리성과 비례성이 요구된다. 특히 시가총액 미달은 회계부정이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정 시점의 시장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시가총액은 회사의 재무상태와 사업의 계속성뿐 아니라 시장 상황, 유동성, 투자심리 등 여러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상장적격성이 반드시 상실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거 시가총액 기준이 매우 낮아 실제 상장폐지 사례가 극히 예외적이었다면 형식적 기준에 따른 즉시 퇴출도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이 크게 상향되면서 상당수 상장기업이 현실적인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경우에는 형식적 기준이라는 이유만으로 의견진술이나 이의신청의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에서 법원이 ‘90거래일 내 45거래일 연속 기준 충족’이라는 회복요건에도 주목한 점 역시 중요하다. 기업의 시장가치가 단기간 등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회복기간을 두는 것이 적정한지는 결국 실증적 근거와 합리적인 정책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기존보다 현저히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면서 그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과조치다. 상장기업은 기존 규정과 시행일정을 전제로 자금조달, 재무구조 개선, 사업재편 및 투자자 관계 전략을 수립한다. 이미 공표된 규제 시행시점을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앞당긴다면 기업의 예측가능성과 신뢰보호의 문제가 발생한다.

상장폐지가 단순한 제재가 아니라 기업의 존립, 주주의 재산권, 채권관계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치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을 모든 시가총액 미달 기업이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해서도 안 된다. 현재 결정은 본안판결이 아닌 가처분 단계이고, 개별 기업마다 관리종목 지정 시점과 상장폐지 사유, 재무상태 및 절차 진행 과정이 다르다.

다만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이라면 거래소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적용 규정의 효력, 경과조치의 적정성, 절차참여권 보장 여부와 회복요건 적용 과정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는 있다.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역시 경우에 따라 중요한 법적 대응수단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부실기업을 적시에 퇴출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는 퇴출의 속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시장에 남고 누가 시장에서 퇴출되는지를 결정하는 규칙 자체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최소한의 절차를 보장받을 때 그 결정 역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단순하다. 상장폐지의 기준이 ‘숫자’라고 하더라도, 그 숫자를 적용하는 절차까지 기계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글 문성인 법무법인 대환 금융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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