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가 전사실적 견인
비메모리·완제품부문 적자 유력
삼전 실적에 AI속도조절론 무색
HBM4 점유율 40%로 1위 도전
그래픽 = 김유종 기자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매출 195조 원·영업이익 107조4000억 원을 앞세워 전 세계 기업사(史)에 유례없는 실적을 달성하면서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을 무색하게 하는 K반도체의 압도적인 현금 창출력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77조 원으로 전망돼 양사 합산 분기 영업이익은 18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와의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한 가격 협상력 우위를 바탕으로 양사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이 1000조 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세계 첫 영업이익 100조 원 돌파를 이끈 곳은 반도체(DS) 부문 메모리 사업부다. 증권가는 3분기 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전사 영업이익과 비슷하거나 이를 소폭 웃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DS 부문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LSI(반도체 설계) 사업부가 1조 원 안팎 적자를 냈고, 스마트폰·가전을 담당하는 완제품(DX) 부문도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사이에서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어 개발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AI 속도조절론’이 제기됐지만, AI 인프라 투자 경쟁은 오히려 가열되면서 메모리 수요 역시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내년 AI향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은 올해보다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HBM은 엔비디아·구글·AMD 등이 만드는 AI 반도체에 사용되는 고성능 메모리다. AI 반도체 성능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HBM 용량도 증가한다. 삼성전자는 5세대 제품인 ‘HBM3E’까지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20∼30%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출하한 HBM4의 점유율은 내년 40%대를 기록해 글로벌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됐다. KB증권은 내년 삼성전자 HBM 판매 가격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이 HBM 생산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이나 PC에 쓰이는 범용 D램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내년 1분기 스마트폰용 저전력 D램(LPDDR) 판매 가격은 지금보다 5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세계 주요 투자기관은 오는 2028년까지 ‘메모리 초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베어드는 올해 전 세계 D램 공급 증가율은 전년 대비 30%, 내년에는 2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3위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2027회계연도와 2028회계연도의 메모리 수급 상황은 올해보다 훨씬 더 빠듯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D램 증산 계획에도 불구하고 공급과 수요가 언제 균형을 되찾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AI가 진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변수다. 묻는 말에 답만 내놓던 AI가 이제는 사용자 대신 일까지 처리하는 ‘에이전트 AI’로 발전하면서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AI가 영리해지는 만큼 메모리 몸값도 치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년 수조 원대 적자를 이어 오던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역시 수주 확대와 사업 재편으로 내년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