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매경DB]금융사 직원의 착오로 고객 명의 계좌가 아닌 아들 명의 계좌를 해지하고 예탁금을 지급했다면 해당 금융사가 이를 반환할 책임이 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이후 고객이 해당 돈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그대로 전달했더라도 고객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없다고 봤다.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이 같은 조정 결정이 내려졌다.
고객 A씨는 재작년 9월 금융사를 찾아 본인과 아들 등의 명의로 예탁금 계좌를 개설했다. 당시 금융사 직원은 가족관계 확인 서류 등을 제대로 징구하지 않은 채 A씨의 요청대로 아들 등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줬다.
문제는 두 달 뒤인 11월 A씨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금융사 직원에게 본인 명의 예탁금 계좌를 해지하고 수표를 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직원은 착오로 아들 명의 계좌를 해지한 뒤 5000만원을 A씨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이어 기존 A씨 계좌에 있던 4500만원을 합쳐 총 9500만원권 수표 1매를 발행했다.
A씨는 귀가한 뒤 아들 명의 계좌가 해지된 사실을 알게 됐지만,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직원에게 정정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연락했다. 직원은 정정 처리가 이뤄지지 않자 아들이 직접 해지 서류를 작성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서류에 기재된 A씨의 성명 위에 아들의 성명을 덧기재했다.
[매경DB]그 사이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9500만원권 수표를 전달했다.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금융사 직원의 과실로 피해 금액이 늘어났다며 금융감독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분조위는 예탁금 계약 자체는 아들 명의로 유효하게 성립됐으며, 금융사가 A씨에게 예탁금을 지급한 행위는 거래 당사자에게 반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예탁금 반환청구권은 아들에게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금융사가 아들에게 원금 5000만원과 약정이자 약 16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나아가 금융사가 A씨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해지된 예탁금을 사실상 지배한 주체는 A씨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사기범이라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은 금융사가 가족 명의 예탁금의 개설·해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할 경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에 따라 민사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 결정에 대해 금융사와 A씨가 20일 이내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