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타임월드 매각설…한화갤러리아에 무슨 일

요약
  • 한화갤러리아가 대전 타임월드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021년 대전신세계 개점 이후 경쟁에서 밀려 매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특히 대전신세계가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을 유치하면서 타임월드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렸습니다.
  • 이번 매각 검토는 압구정 명품관 전면 재건축 등 하이엔드 전략에 집중하려는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전략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루이비통 대전 신세계 입점 나비효과?

 한화갤러리아가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타임월드 매각을 검토하며 유통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노승욱 기자) 한화갤러리아가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타임월드 매각을 검토하며 유통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노승욱 기자)한때 충청권 최고 백화점으로 군림했던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타임월드가 기로에 섰다. 한화갤러리아가 전국에서 운영하는 5개 백화점 가운데 압구정 명품관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이 큰 핵심 점포지만 최근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단순한 부진점 정리를 넘어 갤러리아의 백화점 전략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에 추월당한 대전 상권

루이비통도 뺏기면 명품관 정체성 흔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9월 노조에 타임월드점 양도 관련 논의를 시작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 직원 설명회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지분 100% 매각 방식과 함께 롯데쇼핑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이에 한화갤러리아는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타임월드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매각설을 전면 부인한 것이 아니라 매각이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타임월드의 역사는 1997년 문을 연 동양백화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유통이 2000년 동양백화점을 인수한 뒤 갤러리아 타임월드로 간판을 바꿨다. 이후 오랫동안 대전·충청권 고소득 고객을 흡수하며 지역 대표 백화점 역할을 했다. 2021년만 해도 거래액이 7407억원에 달했다. 대전 백화점 시장의 명실상부한 1위였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판도가 뒤집혔다. 분기점은 2021년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 개점이다. 대전신세계는 개점 다음 해인 2022년 거래액 8647억원으로 타임월드를 추월한 뒤 2023년 9463억원, 2024년 9710억원, 지난해에는 1조410억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반대로 타임월드 거래액은 2021년 7407억원에서 지난해 6032억원으로 4년 동안 18.6% 감소했다. 지난해 두 백화점의 거래액 격차는 4378억원까지 벌어졌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루이비통이다. 신세계 대전점이 루이비통을 들이면서 갤러리아 타임월드가 오랫동안 누려왔던 ‘지역 명품 1번지’라는 차별성이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백화점에서 명품, 특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 즉 통상 명품으로 분류되는 수입 브랜드 매출 비중은 40%까지 높아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상반기 명품 비중이 44.4%에 달했다. 국내 백화점 매출의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명품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 가운데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은 VIP 고객을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앵커 브랜드’다. 자체 매출뿐 아니라 해당 브랜드를 찾은 VIP 고객의 주얼리·패션·화장품·식음료 소비까지 동반한다는 점에서 백화점 입장에서는 상징성과 집객력이 매우 크다. 이런 맥락에서 대전신세계의 루이비통 유치는 타임월드가 오랫동안 누려온 ‘대전 명품 1번지’의 독점적 지위를 흔드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루이비통의 대전신세계 입점은 이례적이다. 루이비통은 서울, 부산, 대구를 제외하면 서로 다른 두 백화점에 동시에 입점한 사례가 없다. 그런데 대전신세계에 지난해 10월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전까지 타임월드가 누렸던 ‘대전에서 루이비통을 살 수 있는 백화점’이라는 독점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대전신세계는 루이비통 외에도 구찌·디올·프라다·셀린느·보테가베네타 등 17개 럭셔리 부티크와 18개 시계·주얼리 브랜드가 입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대전에서도 복수 백화점 입점을 유지할지, 아니면 타임월드에서 철수할지는 계약기간이 끝날 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단, 철수한다면 롤렉스 등 다른 핵심 명품 브랜드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빈자리의 파급 효과가 상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미래전략총괄(사장) 김동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미래전략총괄(사장)팔려고 해도 살 곳이 있을까

신세계에 밀리고 건물 범용성 낮아

관건은 매각 카드를 실제로 성사시킬 수 있느냐다.

일단 시장에서 거론된 인수 후보는 롯데쇼핑이다. 현재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자가 점포가 아니라 임차 건물을 사용한다. 타임월드를 인수하면 대전 상권에서 보다 큰 자가 점포를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롯데도 부진점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백화점 업계가 과거처럼 점포 수 경쟁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 65개점 가운데 매출 상위 10개 점포가 전체 거래액의 49.8%를 차지했다. 상위 점포로 매출이 집중되면서 업체들도 애매한 지역 점포를 새로 늘리기보다 서울과 지방 광역시 핵심 점포에 투자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수 가격도 걸림돌이다. 타임월드는 지난해 거래액만 6000억원이 넘고, 법인이 보유한 총자산도 3000억원에 육박한다. 입지도 대전의 핵심 상권인 둔산동이다. 일부 시장에서는 부동산 가치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가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백화점 산업 자체는 성장성이 높지 않고 타임월드 실적도 수년째 감소세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사들인 뒤 추가 리뉴얼 투자까지 해야 할 수 있다.

한 유통 전문 애널리스트는 “대전 상권에서 이미 신세계의 우위가 굳어지고 있어 경쟁사 인수 참여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백화점은 가운데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대형 상업시설이어서 건물의 범용성이 낮은 것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압구정 본점 재건축에 ‘올인’

김동선의 하이엔드 승부수 통할까

타임월드 매각 움직임의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하이엔드 전략이 자리한다.

한화갤러리아는 내년부터 약 9000억원을 투입해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을 전면 재건축할 계획이다. 현재 약 2만7438㎡, 8300평 수준인 영업면적을 5만9504㎡, 약 1만8000평으로 두 배 이상 키운다. 또한 한화갤러리아는 강남구 신사동 부지를 2367억원에 사들여 하이엔드 주거시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중구 순화동 토지·건물에도 2135억원을 투자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서울 더 플라자 호텔을 전면 리모델링해 최고급 호텔로 재편한다. 김동선 한화M&S 사장이 이끄는 유통·호텔 사업의 방향이 ‘전국 점포 확장’보다는 서울 핵심 지역의 하이엔드 자산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동시에 비핵심 사업은 정리하고 있다. 김 사장이 국내에 직접 들여왔던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도 매각을 추진한다. 최근 한화갤러리아의 움직임을 두고 업계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한화갤러리아는 2023년 이후 주요 부동산 확보에 약 65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명품관에 추가로 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말 현금·현금성 자산은 571억원인 반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2286억원이었다. 신용평가업계도 명품관 재건축에 따른 재무 부담을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고 있다.

한 유통 전문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백화점 업계가 호황이지만, 압구정은 상대적으로 외국인 유입이 많지 않은 지역”이라며 “명품 브랜드와 체험 콘텐츠로 무장한 백화점 3사와 경쟁하려면 단순히 면적을 키우는 것을 넘어 차별적인 MD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9호(2026.10.07~10.1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