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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종목 레버리지 도입, 청와대 지시 아냐”...고개 숙인 금융위원장

요약
  •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투자자 손실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 야당은 청와대 개입 의혹과 부실한 위험 검토를 추궁했고, 여당은 투자자 보호 대책의 적정성을 강조했습니다.
국감 달군 ‘삼전닉스 레버리지’
野 “靑 주도, 출시도 앞당겨”
李 “금융위서 절차대로 추진”
54조 vs 2.3조...손실 공방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재훈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재훈기자]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도입 경위와 정책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를 달궜다. 야당은 청와대가 상품 도입을 주도하고 출시 시점을 앞당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민 앞에 상품 손실과 관련해 공식 사과하면서도 해당 상품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이 위원장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로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지난 5월 상품 출시 당시 야구장과 지하철 등에서 대대적인 광고가 이뤄졌다며 금융당국이 과열 마케팅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6일 금융위 주재 회의에서 금융투자협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을 건의했지만 회원사 가운데 이를 요청한 곳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월 13일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서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사실상 상품 출시가 결정됐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결정인지 묻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예전부터 해외는 되는데 국내는 왜 막고 있느냐는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왔다”며 “시행령 개정은 금융위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감에 김 전 정책실장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다수당인 여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질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야당이 청와대 개입 의혹과 정책 책임을 집중 추궁했고 여당 의원들도 투자자 보호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문제 등을 지적했다.

출시 일정이 앞당겨진 경위도 도마에 올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1월 28일 금융위 자료에 하반기로 예정됐던 상품 도입 시점이 관계기관에서 3월 18일 발표할 때는 2분기로 변경됐다며 청와대 지시나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추궁했다. 이 위원장은 “일정에 따라서 진행한 것”이라며 3월 11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친 뒤 후속 절차로 상품이 출시됐다고 반박했다.

사전 위험 검토자료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도입 관련 검토자료가 신문기사 4건과 자본시장연구원의 6쪽짜리 문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150페이지짜리 금융감독원의 용역 보고서는 왜 제출 안 했나”라며 지난해 10월 작성된 해당 보고서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투기성과 기초주식 변동성 증폭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손실 규모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인한 투자자 손실이 54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금융위의 공식 입장인지 묻자 이 위원장은 “굉장히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해외 투자은행(IB) 씨티의 트레이딩 부서에서 나온 비공식 시장 논평으로 알고 있다며 이익이 난 부분은 차감하지 않고 손실만 합산한 데다 다른 레버리지 상품과 해외 상장 상품까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금감원이 집계한 증권사 10곳의 개인투자자 매매손실은 8월 14일까지 약 2조3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매매로 확정된 손실로, 해외 IB의 추정치 54조원과는 집계 대상이나 산정 방식이 다르다. 최은석 의원은 개인투자자의 평가손실과 기관·연기금 손실, 기초주식 가격 하락에 따른 간접손실 등이 빠져 있다며 전체 피해 규모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상품 도입 자체보다 투자자 보호대책의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홍배 의원은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음모론적으로 몰고 가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미국과 홍콩에서 유사 상품이 거래되고 있었던 만큼 국내 도입 필요성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도입 필요성은 있었지만 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지적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고빈도매매(HFT) 세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거래를 악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상품 출시 전인 1~5월 월평균 약 2700조원이던 HFT 거래대금이 6~8월에는 약 4200조원으로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위법 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대응하겠다”며 거래소의 시장감시 기능을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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