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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는 레드웨이브…‘배터리·가전·자동차’ 지켜라

요약
  • 중국이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해 신흥국과 유럽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차이나 레드웨이브'로 인해 한국의 배터리, 가전 등 주요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비용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흥국 현지화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AI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한국 제조업 위기

중국, 대미 수출 축소…저가 경쟁력 앞세워 신흥국·유럽시장 공략
배터리·가전 점유율, 중 70~80%대 반면 ‘한 자릿수’…조선만 수성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한국 주요 제조업의 위기를 두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 ‘탈중국’ 기조로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중국이 신흥국과 유럽 시장에서 ‘파상공세’ 수준의 수출 확장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한국의 주력 분야인 배터리·가전·자동차·기계 등에서 이들 시장의 중국산 점유율은 한국산을 압도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제무역구조 변화 동향과 한국 산업의 대응 방향’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중국 제품이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신흥국·유럽 시장에 밀려드는 현상을 ‘차이나 레드웨이브’로 이름 붙이고, 한국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보고서에선 미국이 중국에 관세장벽을 높이 세운 2018년 이후 국제무역에서 진행 중인 ‘거대한 재배치’ 현상을 소개했다.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전후 약 45%였으나 최근 15% 내외로 축소됐다. 중국의 미국 수입 시장 점유율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전 수준(10% 이하)으로 되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 미국은 베트남·멕시코·대만 등으로부터 수입을 늘렸다.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제품이 향한 곳은 신흥국과 유럽 시장이다.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중동·중남미·아프리카에서 중국은 한국 주력 산업의 입지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배터리 분야의 경우 중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에서 각각 80%, 인도 86%, 필리핀 71%였다. 한국산 점유율은 사우디 2%, 베트남 6.3%, 인도 1.5%, 필리핀 2.6%에 그쳤다.

가전 분야에서도 중국산의 신흥국 점유율은 말레이시아 77%, 태국 76%, 인도네시아 75%, 브라질 75%에 이르렀지만 한국산 점유율은 대개 4% 이하였다. 기계 분야 역시 중국산 점유율은 인도네시아 60%, 태국 52%, 베트남 45%를 기록했다. 한국산은 2.2%, 2.4%, 20%에 머물렀다.

유럽은 더 붉게 물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제품 수입액은 3564억달러에서 7248억달러로 3684억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산 수입액 증가분(440억달러)의 8배가 넘는다. 특히 배터리와 태양광 모듈은 중국산이 EU 역외 수입의 각각 90%, 98%를 차지했다.

중국의 파상공세에도 한국이 경쟁력을 지켜낸 분야도 물론 있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조선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안보 장벽이 작동하는 조선 분야에서 한국산 선박이 베트남 32%, 필리핀 44%, 인도 10% 등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도 안보와 직결된 조선·무기체계, 안전·검역 기준과 국가 브랜드가 작용하는 화장품·바이오시밀러 등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연구진은 세 가지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비용 경쟁력 개선을 위한 보조금이나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신흥국 시장에 대한 과감한 현지화 투자로 최종재 시장점유율을 유지·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인공지능(AI) 기술혁명 속에서 한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주력 산업의 미래 시장과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제1의 위협은 이제 중국”이라며 “AI 반도체 특수로 가려진 K자형 산업 양극화 현상은 우리 내부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기보다는 지난 20년간 지속된 중국 제조업 고도화라는 대외 변수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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