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성과 매몰된 연구 환경 비판
“도전적 연구 이어갈 기반 다져야”
정부도 위기의식… 장기 지원 확대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 명예교수. 교도 연합뉴스“캄캄한 곳에서 머리에 전등을 달고 더듬어 가는 기분이었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소아이 겐소(76) 도쿄이과대 명예교수는 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긴 연구 인생을 이렇게 돌아봤다. 생명체의 분자 비대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할 실마리가 된 ‘비대칭 자기촉매 반응’의 발견은 30년 넘는 연구 끝에서야 빛을 발했다.
2년 연속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기초과학 강국’ 위상을 재확인한 일본 과학계 일각에서 ‘다음 노벨상은 없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연구환경이 단기 성과 중심으로 변화하며 겐소 명예교수 사례처럼 한 연구에 수십년을 매진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요시노 아키라는 이번 수상을 두고 8일 요미우리신문에 “일본으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지만 모두 수십 년 전의 업적이 평가된 것”이라고 짚었다. 지금부터 연구 기반을 다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같은 성과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노벨상 낭보’에도 오히려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은 다른 수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는 “기초연구는 긴 호흡의 연구인데 정부는 그만큼 인내심이 없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같은 노벨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런 배경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정부가 대학 운영 지원을 줄이고, 경쟁적 연구비와 단기 성과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 온 흐름이 있다. 여기에 젊은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자리를 얻기 어렵고 단기간에 성과를 요구받는 구조까지 겹치면서 장기·도전적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의 연구 기반은 장기적으로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처 인덱스에서 일본은 올해 자연과학 연구 기여도 세계 4위지만, 각국 연구 규모 등을 보정한 자연과학 분야 조정 연구 기여도는 2017~2022년 약 20% 감소했다. 연구자 풀도 얇아지고 있다. 문부과학성 과학기술지표에 따르면 석사 과정 수료자의 박사 과정 진학률은 1981년 18.7%에서 2022년 10.8%로 하락했다. 공학은 7.9%, 농학 6.2%, 이학 17.1%였다.
이때문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교수는 연구자가 원하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과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정부에 직접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위기의식을 받아들여 일본 정부도 방향을 틀고 있다. 단기 성과와 경쟁에 치우친 연구 정책을 보완해, 연구자가 긴 호흡으로 기초과학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다시 조성하겠단 목표다. 올해 시행된 제7기 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은 ‘과학의 재흥’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2026년도 관련 예산도 전년보다 291억엔 늘어난 2조35억엔(약 17조원)으로 편성했다. 국립대 운영비와 과학연구비를 사상 최대폭으로 늘리고, 젊은 연구자를 최장 10년 지원하는 장기 연구 지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