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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훈장, 밴스는 ‘철퇴’···MS가 드러낸 백악관의 ‘H-1B 딜레마’

요약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CEO들에게 과학기술 훈장을 수여한 가운데, JD 밴스 부통령은 MS가 H-1B 비자 제도를 악용했다며 영주권 신청 자격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 이는 AI 성장을 중시하는 빅테크와 반이민 성향의 MAGA 진영 사이에 놓인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8일(현지시간) 국가 기술혁신 훈장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8일(현지시간) 국가 기술혁신 훈장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과학기술 분야 국가 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수여식 불과 몇 시간 전 JD 밴스 부통령은 MS가 고숙련 외국인 전문직 비자(H-1B)를 악용해 미국인의 고임금 일자리를 빼앗았다며, MS의 H-1B 인력 영주권 신청 자격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인공지능(AI) 기업들과 반이민 성향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사이에 놓인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가 드러난 장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밴스 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S, 인포시스, HCL테크놀로지스 등 9개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미국 회사에 다니는 H-1B 비자 소지자는 비자 만료 전 영주권을 신청하고, 이때 회사는 노동부에 ‘영구 노동 인증 신청’(PERM)을 한다. PERM은 고용주가 회사의 특정 직무에 채용 가능한 미국인 노동자가 없다는 사실을 노동부로부터 입증받는 절차다. 즉,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처는 MS 등 9개 기업으로부터 PERM을 접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그들은 작은 마을 신문에 구인광고를 내고는 ‘채용 공고를 냈지만 응모하는 미국인 노동자가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 다음 이를 빌미로 미국 노동자를 사실상 외국인 계약 노예로 대체한다”며 “안타깝게도 미국 내 그 어떤 기업도 MS만큼 이 제도를 악용한 곳은 없다”고 비판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MS가 미국인 노동자 6000명을 해고한 반면 6300건의 H-1B 비자와 거의 3000건의 영주권을 취득했다고 전했다. 그는 “계산해보면 MS가 해고한 미국인 노동자 1명을 1.5명의 외국인 계약 노예로 대체한 셈”이라며, MS를 향해 “우리는 귀사가 계속 성장하길 바라지만, 훌륭한 미국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9개 기술기업에 H-1B 인력 영주권 신청 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9개 기술기업에 H-1B 인력 영주권 신청 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에게 국가 기술혁신 훈장을 수여했다. 그는 H-1B 비자 제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나델라는 MS의 혁신을 이끌어 온 핵심 인물로서 전 세계 기업, 학생, 소비자에게 역사상 가장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에게도 국가 과학 훈장을 수여했다.

이번 훈장 수여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AI)개발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일축하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국가적 보물”이라 부르며 “여러분은 역사에 위대한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다섯 명은 모두 이민자 출신이다. 특히 이 중 나델라와 머스크는 H-1B 비자로 미국에 정착했다. 나델라는 1988년 위스콘신대 석사 과정으로 유학을 온 후 1992년 H-1B 비자를 통해 MS에 입사했다. 밴스 부통령이 겨냥한 바로 그 경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비롯한 ‘테크 우파’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2기 행정부 출범 초부터 H-1B 비자를 둘러싸고 종종 삐걱대는 모습을 보여왔다. 머스크는 “H-1B 비자가 없으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도 없었다”면서 고숙련 기술 이민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저학력 백인 노동자 중심의 마가 진영은 이에 반발하며 더 강경한 이민 정책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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