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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가 뚫은 '하늘길 인터넷'…아시아나항공서 직접 써보니 [현장+]

요약
  • 아시아나항공이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도입해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합니다.
  • 스타링크는 지상과 가까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통신 지연을 최소화하며,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통해 좌석 등급과 관계없이 무료로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사진 제공=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사진 제공=스페이스X


"인천 도착 예정 시간이 오후 5시18분으로 나오는데 김 서방은 시간이 애매할 거 같아. 혹시 마중 나올 수 있어?"

이달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221편. 출발이 지연되면서 도착 예정 시간도 늦어졌다. 공항으로 마중 나오기로 한 남편에게 기내 모니터에 표시된 도착 예정 시간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남편이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부모님에게도 카카오톡으로 연락했다. 결과적으로 남편 대신 부모님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게 됐다. 원활한 소통이었다. 예전 같으면 인천에 착륙해서야 전화를 돌려 해결했을 일이다.

달라진 것은 기내 인터넷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도입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Starlink)'를 이용하자 1만m 상공에서도 카카오톡 메시지와 사진이 지상에서처럼 오갔다.

북극해 상공에서도 인터넷 '술술'…비결은 저궤도 위성비행기를 타면 휴대전화도 '잠시 휴업'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스타링크가 이런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 기내 와이파이가 문자나 이메일을 간신히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동영상과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진화하면서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핵심은 지구와 가까운 곳을 도는 저궤도(LEO) 위성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겸 CEO/사진 제공=나스닥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겸 CEO/사진 제공=나스닥


기존 위성통신에 주로 사용하는 정지궤도 위성은 지상에서 약 3만6000㎞ 떨어져 있다.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지만 신호가 위성까지 갔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거리가 길어 통신 지연이 발생하기 쉽다.

반면 스타링크는 지상에서 수백㎞ 떨어진 저궤도에 많은 위성을 띄운다. 위성이 지구에 가까운 만큼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가 짧아지고 통신 지연도 줄어든다. 여러 저궤도 위성이 이동 중인 항공기와 차례로 통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항공기에서는 이런 방식의 장점이 특히 크다. 대서양이나 태평양, 북극권처럼 지상 이동통신망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위성망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영공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등 위성통신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일부 국가 영공에서는 스타링크 연결이 중단될 수 있다. 해당 영공을 벗어나면 다시 연결된다.

이날 탑승한 OZ221편에서도 북미에서 북극해 인근을 거쳐 인천으로 향하는 동안 인터넷 연결이 이어졌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카카오톡과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

카톡은 즉시 전송, 동영상은 끊김 없이이용 방법은 일반 공공 와이파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뒤 와이파이를 켜고 아시아나항공 기내 네트워크에 접속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회원 가입 없이 이용 수칙에 동의하고 광고를 시청하자 인터넷이 연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스타링크가 설치된 항공기에서 탑승 후부터 목적지 게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OZ221편에 구비된 스타링크 이용 안내문./사진=최지원 기자 OZ221편에 구비된 스타링크 이용 안내문./사진=최지원 기자


먼저 카카오톡을 이용해 봤다. 메시지를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자 친구들은 "비행기라고 하지 않았어?"라며 놀라워했다. 기내 모니터를 촬영한 사진도 지체 없이 전송됐다. 인터넷 검색도 거뜬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거나 여러 웹페이지를 오갈 때 지상에서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과 비교해 크게 답답하지 않았다.

동영상 스트리밍에서도 차이가 느껴졌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실행하자 영상이 곧바로 재생됐다. 시청 도중 끊기거나 로딩 화면이 반복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재생 위치를 옮겨도 빠르게 다시 시작됐다. 과거 기내 와이파이가 메시지나 이메일 확인 정도에 적합하고 동영상 이용에는 제약이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기내 인터넷 속도는 최대 500Mbps에 달한다. 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은 물론 온라인 게임과 대용량 파일 전송, 실시간 업무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좌석 등급 관계없이 '0원'속도만큼 눈에 띄는 변화는 가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스타링크를 설치한 항공기에서 좌석 등급에 관계없이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돈을 내고 이용해야 했던 서비스다.

아시아나항공의 종전 기내 와이파이 가운데 시간 제한이 없는 상품은 21.95달러(약 3만원)였다. 스타링크 도입으로 기내 인터넷이 유료 부가서비스에서 무료 기본서비스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A350-900 10대와 A330-300 2대에 스타링크를 설치했으며, 적용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한항공도 2027년 말까지 운항 중인 대부분의 항공기에 스타링크를 도입할 예정이다. 항공사들의 경쟁이 좌석과 기내식,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인터넷 속도와 연결 품질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스타링크 와이파이를 이용해 태블릿PC로 만화책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최지원 기자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스타링크 와이파이를 이용해 태블릿PC로 만화책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최지원 기자


승객들의 비행 경험도 달라졌다.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영화나 드라마를 미리 내려받을 필요가 없다. 기내에서도 가족이나 친구와 실시간으로 연락할 수 있게 됐다. 비행기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언제든 연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비행 중 자연스럽게 주어졌던 '연락 두절'의 시간도 사라지고 있다. "비행기 타고 있어서 연락 못 봤어"라는 변명도 앞으로는 통하기 어려워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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