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미국의 ‘파란 물결’ 꿈꾸는 민주당 목사 후보들

요약
  • 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 목사 및 신학생 후보들이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활발하게 출마하고 있습니다.
  • 이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활용해 민주당의 정책을 기독교적 가치로 재해석하며 공화당이 독점해온 '신앙의 언어'에 맞서고 있습니다.
성경 말씀 활용해 빈곤·이민·성소수자 문제 다뤄… 공화당이 독점한 ‘신앙의 언어’ 되찾을까 2026년 10월4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캔자스주 레넥사의 한 교회에서 열린 민주당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애덤 해밀턴의 선거 모임. 100명 남짓한 참석자 앞에 선 해밀턴은 36년간 목회해온 자신이 왜 정치 2026년 10월4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캔자스주 레넥사의 한 교회에서 열린 민주당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애덤 해밀턴의 선거 모임. 100명 남짓한 참석자 앞에 선 해밀턴은 36년간 목회해온 자신이 왜 정치에 뛰어들었는지를 설명했다. 한겨레 김원철 워싱턴 특파원

 

 

 

 

 

 

 

 

2026년 10월4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캔자스주 레넥사의 한 교회에서 열린 선거 모임. 100명 남짓한 참석자 앞에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애덤 해밀턴이 섰다. 그는 36년간 목회해온 자신이 왜 정치에 뛰어들게 됐는지를 설명하며 말문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뉴스를 볼 때마다 “그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텐데” “그건 우리의 가치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거듭하던 차에 걸려온 동료 목사의 전화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해밀턴에게 “당신은 36년 동안 사람들을 돌보고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당신 같은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밀턴은 이후 넉 달 동안 캔자스 곳곳을 돌며 주민들 이야기를 들었고 결국 출마를 결정했다. 그는 “상원의원이 되는 것이 내 인생의 꿈은 아니었다. 다만 상황이 너무 엉망이고 누군가는 뭔가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공화당 텃밭에도 출사표… ‘위풍당당’ 성직자들

 

미국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두고 해밀턴 같은 ‘목사 후보’들이 민주당의 이례적인 돌풍을 이끄는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극적인 곳이 캔자스다. 캔자스는 1932년 이후 94년 동안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을 단 한 명도 뽑지 않았고,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16%포인트 격차로 승리를 안긴 공화당 강세 주다. 하지만 미국 최대 규모의 연합감리교회 목사인 해밀턴은 공화당 현역 로저 마셜 상원의원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신자 2만4천 명이 다니는 대형 교회를 키워낸 그의 목사 경력은 뚜렷한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상원 격전지인 텍사스에서는 제임스 탤러리코 주 하원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그는 아직 목사는 아니지만 오스틴장로교신학교에서 목회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신학생이다. 선거운동에서도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앞세워 의료보험과 빈곤, 이민 문제를 이야기한다.

하원 선거에서도 성직자 후보들이 눈에 띈다. 아이오와 3선거구에서는 루터교 목사인 세라 트론 개리엇 주 상원의원이, 2선거구에서는 장로교 목사이자 채플린(교목)으로 활동한 린지 제임스 주 하원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텍사스 30선거구에서는 댈러스의 대형 흑인교회 프렌드십웨스트 침례교회를 40년 넘게 이끈 프레더릭 헤인스 3세 목사가 민주당 후보가 됐다. 종교전문매체 ‘릴리전 뉴스 서비스’에 따르면 2026년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선거에 뛰어든 목회자와 신학생, 전직 성직자는 적어도 12명으로 8월 초까지 이 가운데 7명이 본선 후보가 됐다. 공화당에서도 현직·전직 목회자 7명이 출마했지만 8월 초 현재 본선 후보가 된 이는 3명에 그쳤다.

 

“사회적 약자 보호는 기독교 가치” vs “신성 모독”

 

성직자의 정치 참여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국 흑인교회는 민권운동 시대부터 민주당 정치의 중요한 기반이었다. 조지아주의 민주당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은 지금도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설교했던 애틀랜타 에베니저 침례교회의 담임목사를 겸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두드러지는 점은 흑인교회뿐 아니라 백인 ‘주류 개신교’ 계열 성직자들이 경쟁이 치열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감리교의 해밀턴, 루터교의 개리엇, 장로교의 탤러리코 등이 대표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2026년에 이례적으로 많은 민주당 후보가 성경과 종교적 교리를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배경에는 수십 년간 공화당이 사실상 독점해온 ‘신앙의 언어’를 민주당 후보들이 되가져와 맞서려는 흐름이 깔려 있다. 트럼프 시대 보수 복음주의와 ‘기독교 민족주의’는 공화당 정치와 강하게 결합했다. 이에 맞서 이들은 이민자를 환대하고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돕는 것 역시 기독교의 핵심 가치라고 주장한다. 의료보험 확대나 저소득층 지원 같은 민주당의 정책을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이웃을 돌볼 의무’라는 종교적 언어로 설명하는 식이다. 공화당의 ‘신앙·가족·자유’라는 수사에 세속적인 정책 논리로만 맞서기보다 같은 성경의 언어를 사용해 다른 정치적 결론을 끌어내는 식이다. 기독교를 둘러싼 정치적 경쟁이 ‘종교 대 비종교’에서 ‘어떤 기독교인가’를 둘러싼 싸움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공화당은 이런 움직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오와 2선거구 공화당 후보 조 미첼은 민주당 성직자 후보들을 ‘이름뿐인 목사’라는 뜻의 ‘피노’(PINO·Pastors In Name Only)라고 공격한다. 텍사스에서는 공화당 인사들이 탤러리코가 성경을 근거로 이민자·빈곤층 보호와 성소수자 포용, 임신중지권 등을 옹호하는 걸 두고 ‘기독교관에 반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탤러리코를 두고 ‘공직에 출마한 사람 가운데 이렇게 많은 신성모독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캔자스에서도 공화당은 해밀턴의 과거 설교와 신앙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민주당 후보들의 정책뿐 아니라 이들의 신앙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되면서, 선거전이 어느 쪽이 기독교의 가치를 더 충실하게 구현하느냐는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2026년 10월4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캔자스주 레넥사의 한 교회에서 열린 민주당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애덤 해밀턴의 선거 모임. 100명 남짓한 참석자 앞에 선 해밀턴은 36년간 목회해온 자신이 왜 정치 2026년 10월4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캔자스주 레넥사의 한 교회에서 열린 민주당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애덤 해밀턴의 선거 모임. 100명 남짓한 참석자 앞에 선 해밀턴은 36년간 목회해온 자신이 왜 정치에 뛰어들었는지를 설명했다. 한겨레 김원철 워싱턴 특파원

넘어야 할 과제 더 많아… 치유의 힘, 통할까

 

다만 ‘목사 돌풍’이 곧 기독교 유권자의 대규모 민주당 이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 활동이 활발한 백인 유권자일수록 여전히 공화당 성향이 강하고, 종교와 정치의 결합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민주당 지지층이 적지 않다. 성직자 후보들에게는 보수적 기독교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동시에 세속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거부감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는 과제도 있는 셈이다.

해밀턴은 ‘진보적 기독교’보다는 ‘중간’을 강조한다. 목회자로서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의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으고 이야기를 듣고 타협점을 찾아온 경험을 정치에서도 해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해밀턴과 15년간 함께 일했다는 그의 교회 전직 관계자는 한겨레에 “그의 숨은 능력은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라며 “세상도, 이 나라도 지금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