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7월 2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백악관 AI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I 산업을 지원할 ‘AI Force’를 만들고 이를 이끌 ‘AI 차르’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공식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에 따른 민심 악화를 수습하기 위해 대러 제재까지 풀면서 에너지 가격 안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방금 푸틴 대통령과 매우 성공적인 협의를 마쳤다”며 “러시아가 미국 및 세계 시장에 즉시 30만t 이상의 경유 연료를 공급하고, 11월 중 추가 50만t을, 그 직후엔 100만t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후 자국 경유 정제시설 상태를 고려해 단기간 내에 300만t의 경유 연료를 추가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러시아 경유 공급 물량은 총 480만t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으로 전 세계 경유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성명에서 “러시아가 미국 및 세계 시장에 석유와 석유제품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전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급한 문제가 된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유권자들에게 에너지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 내 경유 가격은 이란전 시작 전보다 70%가량 급등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 특히 우리의 위대한 농부, 목장주, 트럭 기사들을 위한 가격 인하는 나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것은 매우 중대하고 중요한 발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맞춰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러시아산 경유의 세계 시장 공급을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와 인도, 하역, 미국으로의 수입을 포함한 수입 거래는 내년 4월 7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까지 허용된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대러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대러 압박 기조가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적인 발표는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 원동력이 되고 있는 러시아 에너지 경제 등 여러 분야를 겨냥한 전면적인 대러 제재 법안에 지난달 서명한 이후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