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장관의 북핵 시설 언급 후 대북 정보 공유 제한
美 요구로 한미일 사이버 위협 대응 회의서 국정원 제외
합참의장 “대비 태세 문제없지만 조속한 해소가 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간 정보 공유 논란과 관련해 한국에 정보·방첩 분야의 기존 동맹 기준을 준수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한미일 사이버 위협 대응 협의에서도 한국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정보협력의 균열이 한미동맹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시간) 한미 정보협력 상황에 관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우리는 한국이 수십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과 관련해 그렇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의미하는지, 한국이 해당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정보·방첩 분야의 동맹 기준을 거론하며 준수를 강조한 것은 최근 불거진 정보 공유 갈등과 관련해 한국 측에 미국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언은 양국이 안보 현안에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보 공유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한미 연합방위의 핵심 요소다. 정보 제공국이 민감한 정보의 보안과 취급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공유 범위가 축소될 수 있고, 이는 동맹의 실질적인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갈등의 배경으로는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시설 관련 공개 발언이 꼽힌다. 정 장관은 북한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언급했다.
해당 시설은 미국이 정보자산을 동원해 파악한 북한 핵시설 소재지로 알려졌다. 미국은 민감한 정보가 공개된 데 불만을 표시했고, 이후 한국에 대한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제한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감시하는 데 필요한 정보 가운데 일부가 공유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제한될 경우, 한국군의 독자적인 정보 수집 역량과 별개로 한미 간 정보 융합 및 공동 대응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북핵 관련 핵심 정보 공유 여부에 대해 “일부는 제한되지만, 우리가 대비 태세에 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상황은 빨리 해소가 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군의 대비 태세에 당장 문제가 없다는 설명과 함께 정보 공유 제한의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보협력의 마찰은 대북 정보 공유에만 국한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미국 측 요구로 한국 국가정보원이 제외된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에서 한국 정보기관이 빠졌다는 점에서 정보협력의 범위와 신뢰 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정보·방첩 분야의 동맹 기준 준수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정보 공유 제한과 협의체 참여 배제 사례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양국 간 신뢰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정보협력의 핵심은 민감한 정보의 보안과 동맹국 간 신뢰다. 미국의 이번 발언만으로 한국이 동맹 기준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 역시 구체적인 기준이나 위반 여부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 공유 제한이 장기화하고 관련 협의에서 한국 정보기관이 배제된 사례가 확인된 만큼, 양국이 갈등 원인을 명확히 하고 정보협력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