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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약 언제 주나”… 지역 주민과 교제하는 통로 되다

요약
  • 인구감소 시대에 '생활인구'가 지역 활력의 새 지표로 부상하면서 지역 교회들이 귀촌인과 관광객을 포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괴산과 김제의 사례처럼 교회는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객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공동체적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구감소 시대, 귀촌인·방문객까지
‘생활인구’를 목회하는 지역 교회들
괴산중부교회 성도들이 지난해 10월 교회 식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마을 생활과 다양한 정보를 나누며 교류한다. 교회 제공 괴산중부교회 성도들이 지난해 10월 교회 식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마을 생활과 다양한 정보를 나누며 교류한다. 교회 제공 ‘몇 명이 사느냐’뿐 아니라 ‘누가 찾아와 얼마나 머물고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지역 활력을 평가하는 새 지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집계하는 ‘생활인구’에는 주민등록인구와 등록외국인 같은 등록인구뿐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체류인구도 포함된다.

행정안전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월평균 생활인구는 약 2382만명, 2월에는 체류인구가 약 2098만명으로 등록인구 484만명의 4.3배에 달했다. 지역교회에도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지금까지 교인과 지역 주민만 동행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앞으로는 귀촌인, 관광객처럼 찾아와 잠시 머무는 손님까지 어떻게 품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교인 모으기보다 지역에 연결하다 충북 괴산의 한 산자락. 김상준(69) 괴산중부교회(이요한 목사) 집사와 김선임(64) 권사의 집 옆 150평 남짓한 텃밭에는 배추와 무, 토란이 자라고 있다. 2019년 12월 경기도 용인에서 이곳으로 내려온 부부에게 농사는 처음이었다. 첫해 심은 배추는 벌레가 거의 다 먹어 한 포기도 제대로 건지지 못했다. 귀농까진 아니어도 귀촌한 이들에게 적잖이 실망감이 들만한 순간이었지만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돌 많은 땅을 손으로 고르고 거름 주기를 반복했다. 3년쯤 지나자 밭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 1일 교회에서 만난 김 권사는 “요즘은 동네 주민들에게 괴산 사람 다 됐다는 얘길 듣는다”며 웃었다.

김 집사는 40년 넘게 이어온 직장생활을 마친 뒤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찾아 고향 괴산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땅을 구하고 집을 짓는 동안 친척 집에 얹혀 지내며 농번기에는 주민들의 고추와 콩을 따고 절임배추 작업까지 도왔다.

체류인구에 머물 뻔했던 두 사람이 등록인구로 자리잡기까지 교회는 지역과 관계를 맺는 통로가 됐다. 주일이면 교회 식당에 둘러앉아 ‘배추에 약은 언제 줘야 하는지’ ‘어느 마을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를 나눈다. 이 시기를 거치며 부부가 배운 것은 ‘시골에 사는 법’보다 ‘시골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이었다.

1973년 설립된 괴산중부교회는 이요한 목사가 부임했을 당시 성인 성도가 1명뿐이었다. 현재는 100여명이 신앙생활을 하는데 괴산 토박이는 전체의 20% 수준에 그친다. 김 집사 부부처럼 귀촌인이거나 귀농인, 젊은 직장인 가족, 은퇴자, 서울과 괴산을 오가는 다거점 생활자 등이 공동체의 다수를 이룬다.

이요한 목사는 “주일에는 예배자로 살고 평일에는 성도 한 사람이 한 교회로 사는 게 목회 원칙”이라고 했다. 눈이 오면 교회 마당을 치우러 오지 말고 자기 집과 옆집 앞의 눈부터 쓸라고 권한다. 도시교회에서 오랜 기간 봉사하다 지쳐 있을지 모를 귀촌 성도에게 또다시 교회 일을 맡기기보다 이웃과 살아갈 시간을 돌려주려는 취지다.

귀촌인을 지역에 연결하는 것도 교회의 몫으로 봤다. 건축과 법무 행정 농사 문제가 생기면 교회가 나서 해결하기보다 관련 분야를 잘 아는 주민이나 성도에게 연결한다. 재정을 많이 투입하는 대형 사업과도 거리를 둔다. 이 목사는 커피트럭을 활용해 지역 행사를 돕거나 다른 기관이 맡지 않는 작은 일을 찾는다. 동시에 성도에게 과도한 봉사를 요구하지 않고 목사 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부터 시작한다. 생활인구 사역의 지속가능성을 ‘더 많은 헌금과 인력’에서 찾기보다 기존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것에서 발견한 셈이다. 이 목사는 “시골은 모든 게 장기전이다. 천천히 오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원(39) 추산감리교회(이종남 목사) 집사는 3년 전 남편, 두 자녀와 경기도 평택에서 괴산으로 이주했다. 자녀가 지역 학교에 다니면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 지원 제도가 계기가 됐다. 한 학년에 11개 반이 있던 과밀 학교에서 전교생 40명 남짓한 초등학교로 옮긴 아이들은 부모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홍 집사는 “아이들이 여러 학년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학교에서 형 누나 동생 이름까지 줄줄 외웠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처음 예배드리러 온 젊은 가족을 향한 교회의 환대는 정겹고 따뜻했다. 어르신 성도들은 감자와 복숭아를 챙겨 건넸고 함께 식사하며 지역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홍 집사는 “커피 강좌를 비롯해 지역 내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동네에서 인사할 사람이 하나둘 늘어가는 재미가 있다”며 “괴산에 오면서 도심 속 분주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성경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늘었다”고 했다.

90명 교회에 6만명이 찾아온다 전북 김제 금산교회 예배당 모습. 교회 제공 전북 김제 금산교회 예배당 모습. 교회 제공 귀촌인처럼 그래도 몇년씩 사는 사람 외에도 ‘찾아오는 손님’까지 시야를 넓히는 교회도 있다. ‘ㄱ자 예배당’으로 잘 알려진 전북 김제 금산교회(김종원 목사)가 대표적이다. 등록 성도는 90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방문객은 6만명을 훌쩍 넘는다. 김종원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7년 전 처음 부임했을 때 내가 담임목사로 왔는지 문화해설사로 왔는지 헷갈릴 정도였지만 찾아오는 분들에게 금산교회의 역사를 들려주는 것 자체가 복음의 새로운 접점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도 서산 진주 광주 전주에서 350여명이 4개팀을 이뤄 예약 방문자로 찾아왔다. 그 중엔 천주교인이 대부분인 문화재 탐방팀도 있었다. 김제는 생활인구 측면에서도 주목할 지역이다. 올해 1월 기준 최근 3개월 내 체류인구 재방문율이 50%를 넘은 전국 13개 인구감소지역 중 하나다.

김 목사는 “현재 진행 중인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절차가 잘 마무리되면 향후 역사문화유산으로서 교회의 가치가 더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숙박과 디아코니아 섬김 훈련을 결합한 ‘처치 스테이’를 운영해 관광객들이 역사와 신앙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금·결신 없어도 관계 지속해야 제주 순례자의교회 옆에 마련된 순례객을 위한 공간. 교회 제공 제주 순례자의교회 옆에 마련된 순례객을 위한 공간. 교회 제공 제주 순례자의교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제주시 한경면에 2011년 문을 연 작은 예배당에는 연간 3만5000여명이 찾아온다. 이 중 약 35%가 비기독교인이다. 등록 성도는 없다.

교회 옆에는 작은 상담공간 ‘환대의 자리’가 있다. 

이 교회를 세운 김태헌 산방산이보이는교회 목사 부부는 방문객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차를 권하며 이야기를 듣는다. 비기독교인에게는 먼저 신앙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김 목사는 “기다리다 보면 ‘목사님은 왜 교회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먼저 묻는 순간이 온다”며 “당장의 결신보다 기존의 생각에 하나님을 떠올려 볼 ‘인식의 틈’이 생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지역을 찾아오는 이들을 가족처럼 품는 교회 사역은 성장의 수단으로만 접근하면 지속하기 어렵다. 귀촌 등으로 이주했거나 잠시 머물다 가는 이들에게 당장 헌신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결신의 열매도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공동체 밖 사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구감소지역 체류인구의 카드 소비는 전체 생활인구 소비의 35% 안팎을 차지했다. 이는 지역에 잠시 머물다 간 사람도 경제와 공동체를 움직이는 중요한 구성원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김기중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 회장은 “농어촌교회의 가치를 등록교인 숫자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새롭게 지역에 들어온 사람이 잘 정착하도록 울타리가 돼 주고 찾아오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잠시 머무는 이들에게도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는 것 역시 앞으로 농어촌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목회의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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