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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이라던 부모님, 폐 망가져 중환자실로…증상없는 살인자 ‘노인폐렴’

요약
  • 고령층은 전형적인 증상 없이 폐렴이 진행되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 전문가들은 폐렴 예방 효과가 높은 단백접합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하여 고위험군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
폐렴 환자 3년 새 4배 급증
단백접합백신 국가접종 필요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부모님이 입맛이 없다며 누워만 계신다고요? 몸살인 줄 알고 방치했다간 폐가 다 망가진 채 중환자실로 실려 갑니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인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고령층 폐렴의 위험성과 단백접합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균성 폐렴은 38도 이상의 고열이 사흘 이상 이어지고 화농성 가래와 심한 기침, 흉통을 동반하지만 고령층에선 전형적인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결국 조기 발견을 놓쳐 호흡부전이나 패혈증으로 악화된 뒤에야 병원에 오기 때문에 사망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50·60대가 폐렴으로 장기 입원하면 고용 불안과 소득 절벽으로 이어져 한 가정이 무너질 수 있다”며 “폐렴구균 백신은 매년 맞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한번 제대로 접종하면 되는 만큼 독감 백신 접종 철에 맞춰 함께 챙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폐렴 환자는 2021년 51만3065명에서 2024년 188만4821명으로 3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환자 10명 중 7명이 60세 이상이었으며 이 가운데 30%는 8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세 이상 환자의 65%는 중등도나 중증으로 분류될 만큼 상태가 위중했다.

고령층에게 폐렴이 치명적인 것은 노화로 인해 신체 방어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엄 교수는 “폐렴의 주원인인 폐렴구균을 공격하는 T세포 기능은 50대부터 꺾이기 시작해 60대 중·후반에 이르면 급격히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선제적 접종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국가 방역 지원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정부가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보건소에서 지원하는 백신은 ‘23가 다당질 백신’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을 두고 시대에 뒤떨어진 접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엄 교수는 “23가 다당질 백신은 혈액 침습 감염인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은 일부 예방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폐렴 자체를 예방하는 효과는 매우 떨어진다”며 “전 세계 주요국들이 단백접합백신을 표준으로 삼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당질 백신과 단백접합백신의 가장 큰 차이는 면역 기억 형성에 있다. 다당질 백신은 항체를 만드는 B세포만 일시적으로 자극해 면역 기억을 남기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방어력이 떨어진다. 반면 단백질 운반체를 결합한 단백접합백신은 T세포까지 함께 활성화해 항체를 장기간 유지하고 폐렴 예방 효과가 높다.

엄 교수는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룰 것이 아니라 고위험군부터 단백접합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편입해야 한다”며 “백신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폐렴으로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20가 단백접합백신 등이 도입되면서 성인 폐렴구균 백신의 방어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엄 교수는 “국내 성인 폐렴구균 감염의 80%는 20가 이상 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며 “13가 백신을 맞은 지 5년이 넘었다면 추가 접종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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