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시승기] 버튼 하나에 세단서 야수로…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요약
  •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는 장거리 여행의 편안함과 스포츠카의 고성능을 동시에 갖춘 컨버터블 모델이다.
  • 550마력의 V6 네튜노 엔진을 탑재해 주행 모드에 따라 세단과 스포츠카의 성격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특징이다.
  • 다만 4인승 컨버터블임에도 불구하고 2열 공간은 성인이 이용하기에 다소 협소하다.
14초 만에 열리는 소프트톱… 550마력 V6 네튜노 엔진
도심에선 편안한 세단, 코르사 모드선 스포츠카로 돌변

이탈리아 고급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의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는 장거리 여행의 편안함과 스포츠카의 달리는 재미를 동시에 겨냥한 모델이다. 이는 이름을 뜯어보면 알 수 있다. 그란카브리오란 천장이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 형태인 ‘그란투리스모(고급 장거리 여행용 차)’에 지붕을 열고 닫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 트로페오는 마세라티의 고성능 사양을 뜻한다. 유려한 디자인에 550마력의 강력한 힘을 갖춘 이 모델을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직접 시승해 봤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외관.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외관. /김지환 기자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차체는 길이 4966㎜, 너비 1957㎜, 높이 1365㎜다. 지붕이 열리는 오픈카 중 포르셰의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보다 약 420㎜, 메르세데스-AMG의 ‘SL 63’보다 약 260㎜ 길다. 제네시스의 준대형 세단 ‘G80’과 같은 수준의 길이다. 너비도 2m에 육박해 좁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올 땐 좌우 간격에 주의해야 한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측면.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측면. /김지환 기자
전형적인 그란투리스모 비율을 갖췄다. 앞바퀴 중심축부터 앞문까지의 거리가 매우 길고, 운전석 및 탑승 공간이 차량의 후방으로 크게 치우쳐 있다.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간 거리)가 2929㎜로 길게 빠진 것도 고속 주행 시 차체 흔들림을 줄이고 승차감을 확보하는 장거리 주행용 차의 특성이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측면.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측면. /김지환 기자
그러면서도 고성능차의 면모를 놓치지 않았다. 정면의 낮고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도로를 움켜쥘 듯 지면에 바짝 붙어 있다. 바퀴를 감싸는 휀더가 좌우로 불룩 튀어나와 역동적 느낌을 준다. 검은색 휠 안쪽으로 도드라진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와 측면에 있는 세 개의 공기 배출구에서도 이 차의 힘을 짐작할 수 있다. 트렁크 끝에 얇게 튀어나와 있는 리어 스포일러와 범퍼 아래 원형 배기구는 고성능차 디자인을 완성한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정면.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정면. /김지환 기자
실내는 필요한 장치들을 운전자 주변에 모아놓는 데 집중했다. 먼저 운전대에서 시동부터 음악 선택, 소리 크기 조절 등이 가능하다. 주행 모드도 운전대 오른쪽 아래 다이얼을 돌려 설정할 수 있어 전방 주시를 풀지 않아도 된다. 운전대 뒤에는 알루미늄 패들시프트가 위아래로 길게 뻗어 있다. 일반 승용차 패들의 2배 크기로, 조작할 때의 손맛을 극대화했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실내.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실내. /김지환 기자
대시보드엔 고급 가죽 소재가 사용됐다. 중앙에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원형 시계가 장착됐는데,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이다.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아래로 8.8인치 공조·편의기능 디스플레이가 배치돼 있다. 두 화면 사이에는 변속 버튼이 가로로 배치돼 있다. 물리 버튼과 장식을 많이 늘어놓지 않아 실내가 단정해 보였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실내.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실내. /김지환 기자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니 엔진이 그르렁거리며 이 차의 힘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3.0L 6기통(V6) 트윈터보 ‘네튜노’ 엔진은 최고 출력 550마력, 최대 토크 650Nm를 내고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AWD)이 맞물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초, 최고 속도는 시속 316㎞다. 특히 주행 모드를 바꾸면 차의 성격도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컴포트·GT·스포츠·코르사 등 네 가지 모드에 따라 엔진과 가속 페달의 반응, 변속 속도, 서스펜션 등이 조정된다.

이 차의 능력은 코르사 모드에서 극대화된다. 주행 모드를 바꾸자 운전대가 곧바로 무거워졌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차가 즉각 앞으로 튀어나갔고, 변속 때마다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빠르게 치솟았다. 배기음도 한층 커졌다.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팝콘이 터지는 듯한 배기음이 차 안을 가득 채웠고,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박진감 있게 속도를 높였다. 소프트톱임에도 이중 접합 유리가 장착돼 배기음이 아닌 불필요한 소음은 확실하게 차단됐다. 단 코르사 모드를 선택하면 차체의 자세를 잡아주는 제어 장치(ESC)가 해제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엔진룸.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엔진룸. /김지환 기자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e-LSD)와 사륜구동 시스템 영향이다. e-LSD는 자동차의 주행 상황에 따라 550마력의 힘을 네 바퀴에 나눠 전달하는 장치로, 주행 안정성을 높여준다. 전자 제어 에어 서스펜션이 주행 상황에 맞춰 차체 움직임을 조절해 승차감도 확보했다. 다만 코르사에서는 운전대가 무거워 평소보다 많은 힘을 들여야 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일반 세단을 타는 듯했다. 도심에서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면 엔진음은 낮게 깔렸고 변속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에어 서스펜션은 잘게 깨진 노면의 충격을 차분하게 걸러냈다. 정체가 반복되는 도심에서도 불편함은 없었다. 평소에는 편안한 장거리 여행용 차로 움직이다가 코르사 모드를 선택하면 성능을 숨기지 않는 스포츠카로 돌변하는 ‘두 얼굴’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후면.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후면. /김지환 기자
지붕을 여닫을 때는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한다. ‘카브리오’라고 표시된 부분을 터치한 뒤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어 손가락을 댄 채 유지해야 한다. 지붕이 열리는 데까지는 14초가 걸리며 시속 50㎞ 이하에서는 주행 중에도 작동한다. 다만 터치식이라 조작은 불편했다. 지붕을 열어도 창문을 닫으면 옆 사람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외부 소음이 잡혔다. 앞좌석 목 주변으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넥 워머’ 기능도 있다.

다만 마세라티가 내세우는 ‘4인승 컨버터블’로 쓰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키 178㎝인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자 머리가 소프트톱 안쪽에 닿았고, 무릎도 앞좌석 등받이에 거의 닿는 수준이었다. 어린이가 타거나 성인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데는 활용할 수 있겠지만, 성인 네 명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에는 공간이 빠듯했다. 어린이용 카시트를 고정하는 아이소픽스(ISOFIX) 고정부도 좌판과 등받이 사이에 숨어 있어 처음 사용할 때는 위치를 손으로 찾아야 했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트렁크 공간. /김지환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트렁크 공간. /김지환 기자
트렁크는 매우 좁았다. 적재 공간은 172L다. 소프트톱이 접혀 들어갈 공간을 차체 뒤쪽에 따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렁크가 깊지 않아 납작한 보스턴백이나 얇은 짐 정도만 넣을 수 있다. 골프백과 같은 길고 큰 짐은 트렁크가 아닌 뒷좌석에 실어야 한다.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의 국내 시작 가격은 3억530만원이다. 시승차는 카본 리어 스포일러 등 선택 사양이 더해져 3억4780만원이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