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美 IPO 하기 위해 주관사 선정
주주 반발에도 포기 못 하는 4가지 이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7일 서울 시내 한 회의장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2026.10.7 청와대사진기자단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낸드플래시 계열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이 구체화하면서 주주 반발도 커지고 있다. 회사는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선을 긋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10일 외신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공모 규모는 약 100억 달러(약 13조 원), 기업가치는 약 1000억 달러(약 135조 원)다. 로이터통신은 최대 1500억 달러(약 200조 원)의 기업가치를 거론했다.
주주들은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현금이 풍부한 SK하이닉스가 주주가치를 희석할 수 있는 IPO를 추진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 원, 순현금은 69조 4000억 원이다. 특히 지난 7월 미국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약 40조 원도 조달했다.
그럼에도 솔리다임 지분을 외부에 내놓으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 생산기지 확보 △HBM 투자재원 배분 △낸드 사업 가치 재평가 △그룹 차원의 AI 투자 확대를 꼽는다.
①미중 갈등에 중국 공장 불확실성 커져
美에 낸드 공장 만들어 경쟁력 확보 노려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의 중국 다롄 팹(Fab) 내부. 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완료하고 솔리다임을 출범했다. 솔리다임업계는 솔리다임 상장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미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자금 확보라고 보고 있다.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해 중국 다롄 공장을 확보했다. 이곳은 솔리다임의 낸드 생산 거점이다. 문제는 역시 중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생산 거점이 첨단 공정으로 전환과 증설 등을 적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관세 부과 등의 행정적 절차도 고려하고 있다.
결국 지난달 외신에서는 솔리다임이 미국 뉴욕주 북부에 낸드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투자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인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에 솔리다임의 새로운 생산 거점 구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② 현금 88조 원인데 왜 IPO를 하나
D램 팹 1기만 지어도 70조 원 들어가
2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이 분주하다. 연합뉴스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려면 수십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가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을 유력한 선택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미국 생산 거점은 공급망과 규제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인건비 등 높은 현지 생산비용으로 막대한 투자자금이 소요된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으로 현금이 쌓이고 있지만 미래 투자를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솔리다임 상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유지를 위해 생산시설 증설과 첨단 패키징에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다. 과거 반도체 D램 생산공장(팹) 1기를 짓는 비용은 15조~20조 원 규모였다. 하지만 최근 이 비용은 60조~70조 원으로 급증했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서남권 생산시설을 아우르는 중장기 투자 계획만 1100조 원 규모다.
HBM은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 유지가 수익성에 직결되는 핵심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를 줄이는 즉시 도태된다.이 뿐만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주력하는 낸드와 eSSD 역시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낸드도 투자에서 뒤쳐질 경우 경쟁사는 물론 중국 기업에 추격 당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두 사업에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큰 부담을 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솔리다임이 IPO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면 SK하이닉스는 낸드 투자 부담을 줄이고 HBM과 D램 등 핵심 사업에 자본을 집중할 수 있다. 외부 투자자와 투자 위험을 분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③약 10조 원에 인수한 솔리다임
몸값 최대 200조 원 ‘가치 재평가’
솔리다임 소유 구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를 미국 자본시장에서 다시 인정받으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한 금액은 약 88억 4400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10~11조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5년 만에 솔리다임의 예상 몸값은 최대 1000억~1500억 달러(134조~200조 원)로 거론된다.
AI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면서 연산용 HBM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고용량 eSSD의 중요성도 갈수록 부각되는 상황이다. 낸드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솔리다임의 몸값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현재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는 전 세계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HBM과 2위 D램 중심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이 독자 상장되면 낸드 사업의 가치가 별도로 부각할 수 있다. 특히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고 지분을 매각하면 막대한 투자자금을 조달할 기회도 얻게 된다.
이에 지난 8월 미래에셋증권은 솔리다임 문제를 중복상장보다 과거 인수·합병(M&A) 투자금 회수와 후속 투자재원 확충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④SK그룹, 솔리다임 상장 통해
AI 투자 위한 플랫폼 구축 전망
SK하이닉스. 연합뉴스SK(034730)그룹이 솔리다임을 통해 AI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단순한 낸드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을 넘어 솔리다임의 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AI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기존 솔리다임 법인을 미국 AI 투자회사인 ‘AI컴퍼니’로 개편하고, 그 아래에 새 솔리다임 법인을 두는 계획을 발표했다. AI컴퍼니에는 최대 100억 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017670) 등 다른 계열사도 투자에 참여했다.
신설되는 AI컴퍼니는 AI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센터 솔루션 등에 투자하는 거점이다. 이 때문에 솔리다임 IPO가 사업 자금 조달을 넘어 그룹의 AI 투자 플랫폼에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토스증권은 최근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막대한 현금과 높은 기업가치를 그룹 전체 차원에서 활용하려는 강력한 유인이 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현재의 지배구조 구조상 SK하이닉스의 자금이 그룹의 최상단 지주회사(SK)로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이전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컴퍼니를 신설해 자금을 유연하게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솔리다임 상장 땐 주주가치 희석
‘상장 효과’ 기존 주주 설득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경제대도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조정식 국회의장과 최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경제대도약위원회는 국회와 경제계 소통을 강화해 기업 지원을 위한 입법 과제 등을 도출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됐다. 오승현 기자 2026.09.09문제는 솔리다임이 상장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솔리다임이 만들어낼 미래의 이익도 신규 주주와 나눠야 한다.특히 솔리다임이 창출한 현금이 AI컴퍼니의 다른 사업에 재투자된다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직접 환원되는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이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상장 논의 중단까지 요구했다. 오랜 기간 손실을 감수한 주주들이 사업 호황기에 미래 이익을 왜 외부 투자자와 나눠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장이 반드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적정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고 조달 자금으로 더 큰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분율이 낮아져도 보유 지분의 절대가치는 커질 수 있다.
또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다. SK하이닉스를 물적분할하는 상장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쪼개기 상장’과는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 상장의 관건은 더 큰 기업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와 기존 주주에 대한 이익 배분”이라며 “상장 시 신주·구주의 비율, 상장 이후 SK하이닉스의 지분율, AI컴퍼니의 투자금 사용 방안, 주주 환원 방안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상장과 관련해 “확정된 사안이 없으며 장기적 주주가치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