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집값 평탄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부동산 시장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집값 평탄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부동산 시장 논란이 뜨겁다. 강남 집값은 내리고 외곽은 오르는 현상을 짚었다지만, 강력한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와중에 서울 외곽 집값마저 치솟으며 신혼부부, 청년층의 내집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발언대로 서울 집값 평탄화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까. 향후 집값을 좌우할 5대 변수를 짚어봤다.
李 “강남 내리고 외곽 오르는 과정”강남 호가 수억 ‘뚝’…강북권은 신고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남 지역 하락이 확산되고, 외곽 지역은 살짝 오르고 있다”며 “전에는 강남이 꼭대기에 있고 다른 데는 낮은 수직적 구조였는데, 이제는 강남이 내리고 외곽이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 발언대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평탄화 흐름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셋째 주(2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13%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약세가 지속됐다. 서초구(-0.37%)는 전주 대비 0.11%포인트, 강남구(-0.42%)는 0.06%포인트 각각 낙폭을 키우며 7주 연속 하락했다. 송파구(-0.14%) 역시 하락폭을 0.02%포인트 확대하며 3주 연속 내렸다.
강남 집값이 하락한 것은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급등한 탓에 매수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강남구 집값은 2024년과 2025년 각각 7.39%, 14.67% 상승하며 2년간 20% 넘게 급등했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같은 기간 각각 26.02%, 33.9%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현대3차 전용 82㎡ 매매가는 2024년 2월 34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1월 60억7000만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며 호가가 48억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최근 30억2000만원에 실거래돼 8월 초 매매가(33억4000만원) 대비 3억2000만원 하락했다.
정부 규제로 대출이 막힌 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자금을 현금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금 조달 문턱이 높아지며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남 3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8월 342건으로 7월(607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강남 3구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지난해 4월(289건)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세제 개편안도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이다. 정부가 지난 8월 3일 내놓은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지만, 비거주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비거주자의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높아졌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은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다주택자는 2028년 80%로 더 오른다.
양도세 부담도 커졌다. 주택을 오래 보유하면 양도세를 깎아주는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2029년부터는 실제 거주를 해야만 받을 수 있는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뀐다. 1주택을 보유했더라도 본인 집에 살지 않으면 더 이상 세금을 깎아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후 실수요자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수정안을 내놨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로 되돌렸다. 수정된 정부안은 정기국회 심사를 앞뒀다. 다만 고가 주택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개편 방향은 여전히 유지돼 강남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세제 개편안 불확실성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서울 강남 3구 부동산 시장이 점차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서울 외곽 지역은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9월 셋째 주 기준 서대문구(0.44%), 동대문구(0.39%), 성북구(0.39%), 노원구(0.37%), 중랑구(0.36%), 강서구(0.33%)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85주째 올랐다. 역대 최장 상승 기간인 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85주)와 동률이 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서울 10개구(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은평·강서·구로·금천·관악)의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8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1.15% 올랐다.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 전용 49㎡는 최근 7억8000만원에 실거래되며 4월 매매가 대비 1억3000만원 뛰었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59㎡도 9억1800만원에 주인을 찾으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 정부 들어 토지거래허가제 등 실거주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쏟아지며 전세 매물이 사라진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주택 매수자에게 4개월 내 입주와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세 낀 매매, 즉 갭투자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 여파로 전셋값이 치솟자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무주택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내집마련에 나섰다. 덩달아 진입장벽이 낮은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값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권과 외곽 지역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집값 평탄화 과정’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향후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공화국을 벗어나는 것이 이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라며 “어렵다. (과거 정부도) 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다. 그러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부는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온갖 불만이 쏟아진다. “대통령이 시장 상황을 정말 모른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과거 집값 상승기에도 외곽 지역 매매가는 저렴해 그나마 서울 내집마련이 가능했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외곽 지역 집값마저 치솟아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토로다. 40대 무주택자 강 모 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대출 한도를 꽉 채워 받으면 외곽 지역 아파트는 살 수 있었지만 이젠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집값 평탄화가 오히려 서민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은 모르는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외곽 지역 부동산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는 현상을 매우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평탄화보다는 ‘상향 평준화’가 주택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정확한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집값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타는 과정일 뿐 강남과 강북 집값 격차가 자연스럽게 좁혀지는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167만원으로 집계됐다. 7월(9억8750만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417만원 뛰어 사상 처음 10억원을 넘어섰다.
강북만 오른 게 아니다. 일부 강남 아파트 호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강남 집값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높아졌다.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6억739만원으로 7월(15억9490만원)보다 1249만원 올랐다. 강남 11개구는 19억1409만원에서 19억9016만원으로 상승해 20억원에 육박했다. 일종의 ‘상향 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단 의미다.
외곽 지역 집값이 오르더라도 강남권 집값 자체가 워낙 높아 평탄화가 나타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2월 7.4배에서 올해 8월 7.1배로 낮아졌다. 하지만 두 집단 평균 가격 차이는 같은 기간 약 25억3410만원에서 25억8161만원으로 오히려 4751만원 높아졌다. 강남을 비롯한 상급지 아파트 절대 가격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외곽 지역 아파트값이 뛰어도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사이의 금액 장벽까지 낮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미다. 현재 흐름은 시장이 자발적으로 만든 균형이라기보다 규제가 수요의 이동 경로를 바꾼 부작용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평탄화가 되려면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값 수준이 제자리여야 하는데 평균값 자체가 계속 위로 올라가는 중”이라며 “거래가 동반되지 않은 일부 강남 아파트 호가 하락 현상은 금세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세도 실수요 기반이라 하방경직성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중저가 아파트 매매 바닥을 받치는 구조라 상향 평준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이 대통령 회견 당일인 9월 18일 대변인실 공지를 냈다. “ ‘일종의 평탄화’라는 발언은 가격 변동 추이에 대한 설명”이라며 “정부는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집값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누적된 공급 부족 속에 강북권 신규 입주가 특히 적었고, 세제 개편과 대출 한도 영향을 덜 받는 중저가 주택 수요가 몰린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 전월세 대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8월 기준 서울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167만원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 10억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성북구 아파트 일대. (윤관식 기자)집값 흐름 좌우할 5대 변수[1. 금리] 주담대 5%가 분수령
전세난이 금리 효과 상쇄
이재명 대통령의 평탄화 발언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향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 집값을 좌우할 첫 번째 변수는 금리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올렸다. 2.5%였던 기준금리는 7월 2.75%, 8월 3%까지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를 금융 안정 위험으로 지목했다. 물가와 경기, 금융 안정 상황을 살펴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택 수요자가 체감하는 대출 금리는 이미 상당폭 뛰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지난 8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월보다 0.18%포인트 오른 4.66%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0.12%포인트 오른 4.88%로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연속 뛰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9월 23일 기준 연 4.9%~6.88%로 상단이 7%에 근접했다. 주담대 8%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통상 금리 상승은 주택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집값 하락 요인이다. 대출 이자가 늘면 같은 소득으로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투자 수요도 위축된다.
문제는 이번 시장에서는 이런 공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9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85주 연속 올랐는데, 85주간 누적 상승률은 17.5%에 달한다. 금리 효과를 상쇄하는 요인은 전세난과 공급 부족이다.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가 매매로 이동하면서 금리에 민감한 외곽·중저가 주택까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8월 기준 6억3662만8000원으로 2년 전보다 14.9% 뛰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도 기존 아파트값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관건은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르고, 높은 수준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담대 금리가 5% 안팎에서 수개월 지속된다면 서울 외곽·중저가까지 매수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금리 한두 차례 인상만으로 가격 상승 추세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금리 인상은 집값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정확히 비례하는 관계는 아니다”라며 “절대적인 금리 수준보다 3~5회 이상의 지속적인 인상이나 한 번에 두 단계 이상 올리는 강한 긴축이 나타날 경우 집값에 의미 있는 하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2. 대출 규제] 강남 막자 풍선효과
15억원 이하 거래 80%
서울 집값을 좌우할 두 번째 변수는 대출 규제다. 최근 강남 3구와 서울 외곽 집값이 엇갈리는 핵심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수도권·규제 지역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시가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에 그쳐 고가 주택일수록 대출을 이용해 살 수 있는 금액이 빠르게 줄어든다.
효과는 강남과 외곽의 엇갈린 가격 흐름에서 나타난다. 9월 셋째 주 강남구 아파트값은 0.42%, 서초구는 0.37%, 송파구는 0.14% 하락했다. 반면 강북 14개구 평균 상승률은 0.28%였다. 서울 평균 상승률 0.13%의 두 배가 넘는다. 문제는 강남 고가 아파트를 살 수 없게 됐다고 주거 수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성북·노원·도봉·서대문·동대문구 등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5월 72.4%에서 8월 79.9%까지 높아졌다.
시장의 시선은 추가 대출 규제 여부로 쏠린다. 정부가 서울 외곽 지역 상승세를 막기 위해 중저가 주택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면 거래량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매수를 포기한 수요가 전월세 시장에 남으면 이미 불안한 임대차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신보연 교수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가 나오면 수요가 고가에서 중저가 주택, 다시 외곽과 경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저가 주택까지 규제를 넓히면 매수가 막힌 수요가 전세와 월세로 몰리고 전셋값 상승이 다시 중저가 아파트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3. 주택 공급] 공공주택 개발 드라이브
공급 속도가 집값 방향 가른다
세 번째 변수는 공급이다. 금리와 대출이 단기 수요를 움직인다면, 공급은 서울 집값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택지 개발과 도시정비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신속히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급 확대 의지를 시장에 반복적으로 전달해 가격 상승 기대를 낮추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30일 용산 효창공원앞역과 서초 이수역, 마포 망원동 등 서울 도심 11곳에서 1만8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서울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를 선정한 것은 3년여 만이다. 10월 중 후보지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예정지구 지정을 추진한다. 목표 착공 시점은 2030년 하반기다. 앞서 8·13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 추가 공급을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또다시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 주택 공급 지표는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1~7월 서울 주택 인허가는 2만8634가구, 착공은 1만9507가구를 기록했다. 인허가는 전년 동기(2만6987가구) 대비 6.1% 증가했다. 착공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1만3508가구)보다 44.4% 증가했다. 최근 3년 같은 기간 평균보다도 34.6% 많다.
서울시도 정비사업 속도전에 나섰다. 2031년까지 총 31만가구 착공이 목표다. 특히 2026~2028년 착공할 수 있는 85개 구역, 8만5000가구를 핵심공급 전략사업으로 정해 집중 관리한다. 정비사업 기간도 각종 인허가 절차를 줄여 종전 18년 이상에서 12년 수준까지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착공 물량이 늘었다고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착공 이후 실제 입주까지 통상 수년이 걸린다. 정비사업에서는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이주와 철거까지 거쳐야 해 공사비 상승이나 조합 갈등이 발생하면 일정은 더 늦어진다.
물론 공급 대책의 신뢰가 높아지면 효과는 입주 전부터 나타날 수 있다. 향후 새 아파트가 충분히 공급된다는 믿음이 형성되면 서둘러 집을 사려는 ‘패닉바잉’ 수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목표 물량 공급이 반복해서 지연되면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현재 가격에 먼저 반영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은 가용 택지가 제한돼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중장기 공급과 함께 단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매입임대 등을 병행해 2~3년의 공급 공백을 메우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4. 세금] 강남 누른 ‘세제 카드’
비거주 세 부담 높이면 전세 불안 우려
네 번째 변수는 세금이다. 최근 강남 3구 집값 조정의 배경에는 대출 규제뿐 아니라 세제 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 잡았다.
앞서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에 혜택을 주는 대신, 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여 투자 목적 주택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세제 개편 방향을 내놓았다. 이에 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현금흐름 부담을 느낀 일부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고 호가를 낮췄다.
세금은 대출 규제와 작동 방식이 다르다. 대출 규제가 집을 사려는 사람의 구매력을 제한한다면 보유세와 양도세는 기존 집주인의 ‘팔 것인가, 계속 갖고 있을 것인가’라는 선택에 직접 영향을 준다. 특히 절대가격이 높은 강남권에서는 세율이나 공제 기준의 작은 변화도 실제 세액으로 환산하면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실거주 우대 정책이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면 집주인이 매도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전세 물량이 줄어든다. 전세 공급 감소가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오른 전셋값이 다시 세입자의 매매 전환을 자극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세제 영향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해질 수 있고 외곽 중저가 주택의 강세와 전월세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5. 수요 이동] 다음은 마용성?
외곽 상승 뒤 ‘역풍선 효과’ 주목
다섯 번째 변수는 수요 이동이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남에서 외곽으로 향하는 ‘풍선 효과’가 뚜렷하다. 대출과 세제 규제가 고가 주택에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중저가 지역으로 수요가 밀려났다.
문제는 외곽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다. 중저가 지역과 상급지의 가격 차이가 줄면, 외곽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마포·용산·성동을 거쳐 강남으로 되돌아가는 ‘역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처음에는 강남 규제를 피해 외곽으로 이동한 수요가 외곽 가격 상승 이후 다시 상급지로 움직이는 구조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490.3 대 1이었다. 비강남권은 36.7 대 1로 격차가 13.4배에 달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핵심 입지 대기 수요가 여전히 두텁다는 방증이다.
‘역풍선효과’ 관련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수도권 외곽까지 가격이 오른 뒤 강남 조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강남 집값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신보연 교수는 “현재 외곽 상승이 실수요와 전세난에 기반한 만큼 상급지로 곧바로 번지기는 쉽지 않다”며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외곽 주택 보유자가 가격 차이를 메워 강남으로 이동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강남 하락 = 집값 안정’ 아냐
전세 동반 상승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과 외곽 지역 가격 격차가 줄어드는 것과 전체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철저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억원짜리 강남 아파트가 1억원 떨어지는 것과 10억원짜리 외곽 아파트가 1억원 오르는 것은 절대가격으로 보면 똑같은 변동이다. 하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의미가 다르다. 전자는 약 3.3% 하락이지만 후자는 10% 상승이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사야 하는 청년·신혼부부 입장에서는 자기자본 부담이 그만큼 더 빠르게 늘어난다.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가 구매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며 수도권까지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은 공급 부족과 풍부한 유동성, 물가 상승 압력이 함께 작용해 특정 지역을 규제로 누르는 것만으로 전체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해법은 주택 공급의 실행력과 전월세 시장 안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착공 목표를 실제 입주로 연결하고, 그 사이 발생하는 공급 공백은 공공임대·매입임대 등 단기간 공급 가능한 주택으로 메울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신보연 교수는 “당장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임대보증금 5% 상한 유지를 조건으로 세제 혜택을 존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처분 기간을 충분히 길게 하고 매각 통로도 함께 열어줘 전세 재고를 지켜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9호(2026.10.07~10.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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