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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80억은 안 되고 직원 6억은 되는”…상여금의 함정

요약
  • 세무당국은 대표와 부대표에게 지급한 111억 원의 상여금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지급한 6억 5000만 원은 비용으로 인정했습니다.
  • 법원은 이를 정상적인 직무 수행의 대가가 아닌 회사 이익을 나누는 성격으로 판단했습니다.
  • 기업은 보수 지급 시 단순히 규정을 갖추는 것을 넘어 합리적인 지급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ECONO TAX]
355억 수익 낸 회사, 대표·부대표 상여금 111억 비용 불인정
상여인가, 이익 분배인가…지급 기준보다 실질이 중요
[AI 챗GPT] [AI 챗GPT]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던 A사에 큰돈이 들어왔다. 개발용역비 등으로 확보한 수익은 355억원. 회사는 성과를 나눈다는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총 117억5000만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지분 100%를 보유한 대표이사에게 80억원, 부대표에게 31억원, 직원 3명에게는 6억5000만원이 돌아갔다.

그런데 세무당국은 이 가운데 대표와 부대표에게 지급한 111억원을 회사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급여규정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고 맞섰지만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반면 직원들에게 지급한 6억5000만원은 비용으로 인정됐다. 같은 회사가 지급한 상여금인데 무엇이 달랐을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A사가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표와 부대표에게 지급한 상여금이 정상적인 직무 수행의 대가라기보다 회사 이익을 나눠주는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신유한 세무회계 유한 대표 세무사는 이번 판결의 핵심이 지급 형식이 아닌 실제 목적에 있다고 설명한다. 급여규정을 갖췄더라도 그 금액을 왜 지급했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여금으로 줬는데 왜 배당이라고 할까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재료비와 직원 월급은 장사를 위해 지출한 비용이다. 반면 연말에 장사가 잘돼 남은 돈을 주인이 가져가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이익의 분배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급여와 상여금은 원칙적으로 회사 비용, 즉 세법상 '손금'에 해당한다. 반면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은 법인세를 계산할 때 비용으로 뺄 수 없다.

문제는 배당할 돈을 '상여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할 때 생긴다. 상여금으로 비용 처리하면 회사의 과세 대상 이익이 줄어 법인세 부담도 감소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가 이익처분에 따라 지급하는 상여금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대법원도 2017년 판결에서 지배주주인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가 정상적인 직무 수행의 대가보다 회사에 쌓인 이익을 나눠주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면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원 상여금은 정관이나 주주총회·이사회 결의 등으로 정한 급여지급기준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규정 안에서 지급하면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적정 보수는 얼마일까. 세법에는 동종업계 평균의 몇 배까지 가능하다는 식의 일률적인 기준이 없다. 법원은 ▲보수가 회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다른 임원이나 동종업계와의 격차 ▲과거 지급 내역 ▲배당 여부 ▲회사의 소득을 부당하게 줄이려는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이번 사건에서는 회사가 법무·회계법인과 주고받은 이메일도 판단 근거가 됐다.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대표에게 최대한 많은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신 세무사는 업계 평균보다 높은 보수 자체가 문제는 아니며, 대표의 역할과 경영 성과에 비춰 지급 규모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임원 퇴직금은 정관이나 정관에서 위임한 규정에 따른 금액이 원칙적으로 인정된다. 별도 규정이 없다면 세법상 한도인 '퇴직 전 1년 총급여의 10분의 1×근속연수'가 적용된다.

대법원은 2016년 판결에서 특정 임원에게 회사 자금을 나눠줄 목적으로 퇴직금 지급 규정을 급격히 높였다면, 규정에 따라 지급했더라도 세법상 비용으로 모두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담보·이자 없는 71억원…빌려준 돈도 상여금?

이번 사건에서는 대표이사에게 빌려준 명목의 71억원도 문제가 됐다. 회사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담보가 없었고 이자율도 0%였다. 대표는 대여금 대부분을 고가 자산 취득 등에 사용했다.

법원은 자금 지급 당시 구체적인 대여 조건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이후 계약서가 소급 작성된 점 등을 고려해 정상적인 대여가 아닌 사실상의 상여금으로 판단했다.

신 세무사는 대표이사에게 회사 돈을 빌려주는 행위 자체보다 실제 대여 거래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계약서와 필요한 내부 승인 절차는 물론 ▲적정 이자 ▲상환기간 ▲실제 상환 내역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대여로 인정되더라도 무이자·저리 대여라면 세법상 인정이자에 따른 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에 차입금이 있다면 대여금에 대응하는 차입금 이자 일부도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세무당국은 A사에 법인세 약 38억3300만원과 근로소득세 약 3억1900만원을 부과했다. 법원은 직원 상여금 관련 법인세 등 약 2억1100만원만 취소하고 나머지 과세처분은 유지했다. 회사가 비용으로 처리한 금액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그만큼 법인세 부담이 커진 것이다.

'규정대로 줬다'보다 '왜 그만큼 줬나'

그렇다면 대표이사 상여금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신 세무사는 지급 이후 서류를 맞추기보다 보상 체계부터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정관에 임원 보수의 근거를 두고 주주총회에서 한도를 결의한 뒤, 권한 있는 기관에서 구체적인 지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성과급은 매출이나 영업이익 목표 달성률 등 객관적인 산식을 미리 정하고, 동종업계 보수와 종전 급여, 회사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비교한 자료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배당과 보수의 균형 역시 중요하다. 배당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대표 보수만 갑자기 늘리면 사실상 이익 분배를 위한 지급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대표이사 대여금도 계약서 작성에 그치지 않고 이자 수취와 실제 상환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자문 과정의 기록도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회사 내부 이메일이 판단 근거가 된 것처럼, 절세만을 목적으로 보상 체계를 설계했다는 정황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신 세무사는 "급여규정은 비용 인정을 위한 출발점일 뿐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대표이사가 대주주인 회사일수록 중요한 것은 '규정대로 지급했다'는 형식이 아니라 '왜 그만큼 지급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신유한 세무사는 세무회계 유한 대표세무사로 재직 중이다. 천지세무법인 서울본부와 김포지사장을 거쳤으며, 김포세무서 영세납세지원위원, 세무사회 감리위원, 국세청 국세행정혁신 국민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세무·조세 분야 신유한 세무사는 세무회계 유한 대표세무사로 재직 중이다. 천지세무법인 서울본부와 김포지사장을 거쳤으며, 김포세무서 영세납세지원위원, 세무사회 감리위원, 국세청 국세행정혁신 국민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세무·조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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