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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하 30도서 9분 만에 완충… 中 BYD 본사 ‘극저온 초급속 충전실’ 가보니

요약
  • 중국 BYD 본사에서 영하 30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9분 만에 전기차를 충전하는 기술 시연이 진행되었습니다.
  • 이는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고출력 충전 기술을 결합한 결과로, BYD는 핵심 부품의 자체 조달과 대규모 R&D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BYD 본사 전시관
1500㎾ 초고속 충전기·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
핵심 부품 80% 자체 조달… R&D에 연간 14조원

“영하 30도가 얼마나 추운 날씨인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얼싼(하나, 둘, 셋).”

지난 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BYD 본사 ‘극저온 초급속 충전실’. 직원이 90도의 뜨거운 물을 허공에 뿌리자 순식간에 하얀 안개가 퍼졌다. 안에 놓인 은색 자동차에는 성에가 내려앉았고, 앞범퍼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리부터 한기가 올라왔다.

지난 8일 중국 선전 BYD 본사 전시관에 설치된 영하 30도의 냉동실에서 직원이 고온의 물을 뿌리자 안개처럼 퍼져 나갔다. 직원 뒤의 차량은 BYD의 플래그십 세단 모델인 덴자 Z9 GT. /윤희훈 기자 지난 8일 중국 선전 BYD 본사 전시관에 설치된 영하 30도의 냉동실에서 직원이 고온의 물을 뿌리자 안개처럼 퍼져 나갔다. 직원 뒤의 차량은 BYD의 플래그십 세단 모델인 덴자 Z9 GT. /윤희훈 기자
BYD의 고급 브랜드 덴자가 만든 전기차 ‘Z9 GT’에 초고속 충전기를 연결하자 충전율이 약 5초마다 1%포인트씩 올라갔다. 9분 만에 97%에 도달했다. 영하 30도의 혹한에도 충전 게이지는 거침없이 올라갔다.

1995년 휴대전화용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한 BYD는 30여년 만에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성장했다. 극한의 추위에서도 빠른 충전 속도를 구현한 기술은 BYD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 비결을 확인하기 위해 BYD 본사를 찾았다.

영하 30도서도 9분 만에 97% 충전… 최대 출력 1500㎾
BYD가 극한의 추위에서도 빠른 충전 속도를 구현한 비결은 지난 3월 공개한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초고속 ‘플래시 충전’ 기술에 있다. 이번 시연에 사용된 충전기는 커넥터 하나당 최대 1500㎾의 출력을 지원한다.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배터리와 고출력 충전기를 결합해 충전 시간을 대폭 줄였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차 주유 시간에 가깝게 줄이겠다는 것이 BYD의 목표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BYD 본사 사옥 전경. 건물 앞에 양왕 U9(왼쪽부터), U8, 팡청바오 바오8이 주차돼 있다./윤희훈 기자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BYD 본사 사옥 전경. 건물 앞에 양왕 U9(왼쪽부터), U8, 팡청바오 바오8이 주차돼 있다./윤희훈 기자
충전을 100%가 아닌 97%에서 멈추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왕 회장은 회생 제동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약 3%의 여유 용량을 남겨둔다고 설명한 바 있다. 회생 제동은 차량이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면 회수한 전력을 저장할 공간이 없어 기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BYD는 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BYD 관계자는 “현재 중국 전역에 초고속 충전소 1만곳을 설치했으며 올해 말까지 2만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전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충전소 부족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물에 뜨고 세 바퀴로 달리고… 자동차 상식 깨는 기술
냉동실 맞은편에는 자동차 생산 공정을 축소한 미니어처 생산 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여러 대의 로봇팔이 차체 부품을 옮기고 용접하는 과정을 거쳐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BYD 관계자는 “51초마다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전시관 안쪽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기존 상식을 깨는 기술들이 눈길을 끌었다. BYD의 최고급 브랜드 ‘양왕’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U8에는 물에 빠졌을 때 일정 시간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비상 부양 기술이 적용됐다. 네 바퀴를 독립적으로 구동해 물 위에서도 제한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YD의 플래그십 SUV '양왕 U8'이 제자리에서 회전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BYD의 플래그십 SUV '양왕 U8'이 제자리에서 회전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바퀴 하나가 지면에서 떨어져도 나머지 세 바퀴로 차량을 움직이는 기술도 선보였다. BYD의 오프로드 전문 브랜드 ‘팡청바오’의 바오8 등에 적용된 기술이다. 좁은 공간에서 바퀴를 개별적으로 제어해 차량을 회전시키거나 주차하는 기술도 전시돼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바퀴의 움직임을 개별적으로 제어해 차량을 회전시키거나 주차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BYD가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사업 구조가 있다. 배터리는 물론 전력반도체와 모터, 전자제어장치까지 자체 개발·생산한다. BYD 관계자는 “타이어와 유리 등을 제외하면 차량 부품의 80% 이상을 자체 조달한다”며 “새로운 기술을 실제 차량과 생산 공정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특허증 1260장 빼곡… R&D에 연간 14조원 투자
BYD의 기술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은 전시관 중앙에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1260장의 특허증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발급받은 특허증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기술은 왕이고, 혁신은 근본이다(技術為王 創新為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창업자인 왕촨푸 회장은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사업 구조를 강조해 왔다. BYD에 따르면 누적 특허 출원 건수는 7만1000건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특허증을 모두 펼쳐 놓으면 축구장 12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 BYD 본사 전시관에 설치된 '특허증 벽'. 한 가운데 '기술은 왕, 혁신은 뿌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특허증 벽은 평면이지만, 파노라마로 촬영해 굴곡이 졌음)/윤희훈 기자 중국 선전 BYD 본사 전시관에 설치된 '특허증 벽'. 한 가운데 '기술은 왕, 혁신은 뿌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특허증 벽은 평면이지만, 파노라마로 촬영해 굴곡이 졌음)/윤희훈 기자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돈도 막대하다. BYD는 지난해 8040억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7.89%인 634억위안(약 14조원)을 R&D에 투입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현대차와 기아의 약 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격화하고 해외에서는 관세와 규제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BYD는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배터리부터 자동차 생산까지 핵심 기술을 직접 확보하고 이를 빠르게 상용화하는 방식이다. 영하 30도의 냉동실에서 빠르게 올라가던 충전 게이지는 BYD가 지난 30여년 동안 쌓아온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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