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의 한 장면 [파이낸셜뉴스] 어느 순간 모든 게 틀어지고 '이제 끝이구나'하는 순간이 올 거야. 그래도 포기하고 죽을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지, 그게 전부다. 무작정 시작하는 거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도…그러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 영화 <마션>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대사 >
영화 <마션>은 NASA 화성 탐사대의 사고로 화성에 고립된 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석한 그가 후배들에게 자신의 생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포기하고 죽을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 그게 전부다. 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도…그러다 보면 살아서 돌아온다"
영화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서 결국 "생존하라"고 말합니다. 주식 투자도 이 점이 중요합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타이밍을 맞히는 투자>보다 <타이밍에 의존하지 않는 투자>가 현실적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타이밍이란 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나타나는 다음 문제는 무엇일까요? 아마 '한 번에 전액을 투자'할지 아니면 '여러 차례로 나눠 투자'할 지 선택하는 문제일 겁니다. 이번 시간에는 일시 투자와 분할 투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 뉴스 화면과 미국 국채금리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시 투자 vs 분할 투자 초보 투자자가 1,200만 원의 자금을 가지고 <일시 투자>하는 경우와 A, B, C, D, E 5개의 각기 다른 시나리오에 <분할 투자>했을 경우를 각각 비교해봤습니다. 일시 투자는 1개월 차에 10,000원에 1,200주를 일괄 매수하여 12개월 Buy & Hold한다고 가정했습니다. 분할 투자는 매월 정한 날짜에 100만 원씩 12개월 동안 투입하는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시나리오별 세부 가정과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AI를 이용해 손쉽게 시뮬레이션 해보거나, 전문 사이트에서 과거 기반으로 *백테스팅 해볼 수도 있으니 다양하게 변수를 조정해보기 바랍니다.) *백테스팅(Backtesting): 자신의 투자 전략을 과거 시장 데이터에 대입해, 실제로 운영했다면 어떤 성과(수익률, 위험 등)를 냈을지 시뮬레이션해 검증하는 과정 . 5가지 시나리오의 전제 및 가정(일시 투자·분할 투자 모두 1월에는 10,000원에 매수 가정) ※ 아래 시나리오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으로 설정한 조건과 변수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5가지 시나리오별 투자 시뮬레이션 결과
사진=뉴시스 절대 우위의 만능 전략은 없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본 생각은 첫째, 모든 시장에 다 통하는 만능 전략이나 방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상향 지속 장세 A와 변동성 장세 E(꺾쇠형:주가 상승 후 하락)에서는 일시 투자가 성과에서 우위를 보입니다. 우하향 지속 장세 B와 변동성 장세 C(V자형:급락 후 반등), D(W자형: 등락 반복)에서는 분할 투자의 성과가 좋습니다. 변동성 장세에선 분할 매수가 모두 유리할 것 같았지만, 변동성 장세 E를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둘째, 투자자의 심리 차원에서는 투자 전략별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지속적 우상향 장세 A에선 일시 투자가 심리 측면에서도 좋아보입니다. 반면 (같은 우상향 장세 A에서) 분할 투자한 투자자는 투자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지속적 우하향 장세 B에서는 분할 투자가 성과와 심리적 타격면에서 모두 나아보입니다. 주목해 볼 만한 사례는 변동성 장세입니다. 변동성 장세 C,D에서는 일시 투자의 경우 투자 기간 중 심한 주가 오르내림(fluctuations)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습니다. 반면 분할 투자의 경우 주가 하락기에는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변동성 장세 E에서는 일시 투자와 분할 투자 모두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나, 큰 심리적 타격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시황이 표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과 측면에서는 일시 투자의 판정승 일시 투자(Lump-Sum Invest)와 분할 투자(Dollar-Cost Averaging, DCA)는 글로벌 금융회사나 금융전문 미디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꽤 많이 다뤄지는 논쟁거리입니다. 이것만 가지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뱅가드(The Vanguard Group)의 *자료(원제목: Cost averaging: Invest now or temporarily hold your cash?, 2023년)를 보면 일단 성과 면에서는 일시 투자 쪽의 판정승으로 보입니다. 뱅가드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일시투자가 3개월 분할투자보다 높은 성과를 낸 경우가 약 66%였습니다. 참고로 1,000개 이상의 사례를 7년의 투자기간 동안 분석한 결과, '일시투자가 더 높은 성과를 낸 경우가 약 56%'였다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자료도 있습니다. 아주 큰 시각에서 보면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진 돈을 최대한 일시에 투자한다는 논리가 당연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과감한 일시 투자 후 혹여 올 수도 있는 폭락에 대한 심리적 공포가 수익률이라는 이점(利點)을 상쇄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미국 닷컴버블 당시 고점인 2000년 3월 10일 나스닥종합지수 5,048.62에 일시 투자한 투자자를 한번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투자자는 2000년 3월 고점 대비 약 78% 폭락해 2002년 10월 나스닥 종합지수가 1,114.11까지 떨어졌던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원금 회복(종가 기준)까지 약 15년 1개월이 걸렸을 것입니다.
국내 모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였던 임원의 경험도 다르지않습니다.(<독하게 돈공부>, 이소연, 프롤로그에 언급) 이 임원은 2007년 9월 당시 새로 이직한 증권사의 규정으로 인해 할 수 없이 이전 증권사에서 받은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당시가 주식시장의 초호황기라 너무나도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그러다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터졌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입니다. 사내 규정에 따라 주식을 반강제로 매도하지 않았더라면 원금 회복에 20년 가까이 걸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일시 투자를 하기만 하면 100% 폭락이 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공포 때문에 한번에 모든 돈을 베팅하는(일시 투자) 부담과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 같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분할 투자는 현실적인 대안 이처럼 투자자는 투자 성과(수익률)뿐 아니라 투자심리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주식을 사자마자 폭락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에 아예 투자에 진입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직전 칼럼에서 다뤘던 래리 링거의 사례(증권사 슈왑(Schwab)의 자료)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래리는 "조금 더 떨어지면 사야지." "지금은 너무 비싸." "조정을 기다려야지." 하면서 계속 기다리다가 아예 시장에 들어가지 못해 결국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따라서 분할 투자는 일시 투자에 부담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자료들처럼 분할 투자는 일시 투자 대비 평균적으로 낮은 성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투자 가능 자금을 미루지 않고 바로 시장에 진입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습니다. 즉, 분할 투자는 일시 투자보다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짧지만, 투자를 계속 미루는 것보다는 일찍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 기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분할 투자의 장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분할 투자는 첫째, 타이밍에 대한 고민 없이 투자할 수 있습니다. 둘째, 보유 기간 중 주가 하락기에는 평균 단가를 낮추는 효과로 수익률 하락이나 심리적 스트레스 등의 문제를 일부 상쇄할 수 있습니다. 셋째, 시장에 아예 진입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익률 손해나 상대적 박탈감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연관된 주식 투자 격언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예측할 수는 없다. 준비할 수는 있다."("You can't predict. You can prepare.") 하워드 막스가 Oaktree Capital Management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 메모 제목으로 사용한 문구 (2001년 11월 20일)
[필자소개]
인치범 전무는 금융(삼성생명), IT(안랩,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즈), 유통(삼성테스코) 등의 분야에서 30년 간 일관되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PR·IR·ESG·CSR) 책임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케이피아이투자자문에서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식투자성공은 무엇보다 돈을 다루는 올바른 습관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케이피아이투자자문 인치범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