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SNS에서 車·명품 자랑하면?
주식 투자 승패 가르는 체크리스트
[왕개미연구소]
3줄 요약
“주가는 오르는데 왜 내 계좌는 제자리지?”
개인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하소연이다. 좋은 종목을 골라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될 것 같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주가가 싸 보여 샀다가 수년째 물려 있기도 하고, 오를 것 같아 매수한 종목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아 기회비용만 날리기도 한다.
일본의 유명 슈퍼개미인 가타야마 아키라(필명 고가쓰·五月)는 이런 투자자들에게 종목을 고르는 기준부터 다시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전문학교 중퇴 후 게임에 빠져 살던 방구석 청년이었던 그는 2005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65만엔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250억엔(약 2100억원)의 자산가로 올라선 인물이다.
가타야마가 펀드매니저인 고마쓰바라 아마네와 함께 쓴 <이기는 투자, 지지 않는 투자>는 개인 투자자가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과 투자 손실을 줄이는 원칙을 다룬다. 그의 투자 경험에서 개인 투자자가 되새겨볼 만한 네 가지 원칙을 정리했다.
가타야마 아키라는 투자자 사이에서 필명인 ‘고가쓰(五月)’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문학교를 중퇴하고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에 빠져 지내던 그가 폐인 생활을 청산하고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달이 바로 ‘5월’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23세의 나이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65만엔으로 시작한 그의 주식 자산은 현재 250억엔으로 불어났다./니쿄후로기PER·PBR 낮다고 무조건 사지 마라
“어, 이 종목은 주가수익비율(PER)도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도 안 되네? 너무 싸잖아.”
재무제표만 보면 바겐세일 기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해당 기업의 성장 정체나 수익성 악화를 이미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타야마는 저PBR 종목이라는 이유만으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가령 PBR이 0.2배인 종목은 순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지만, 1년 전에도 낮았고 1년 뒤에도 낮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저평가 여부 자체보다 기업에 나타나는 ‘변화’다. 투자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 주식이 싼가’가 아니다. ‘시장이 지금보다 이 기업을 높게 평가할 이유가 생길까’를 따져야 한다.
기업의 ‘변화’는 실적에서 먼저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년 10% 안팎으로 매출이 늘던 기업이 어느 해 20% 가까이 성장했다면 이를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오는 11월 2일 저PBR 기업 명단을 처음으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른바 ‘저PBR주’를 둘러싼 관심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명단에 오른 종목이라고 해서 주가가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명단이 아니라 기업의 변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서로 다른 정보를 연결해 투자 기회 찾아라
가전제품 판매를 기반으로 한 일본 기업 라옥스(LAOX)는 2014년 말부터 반년 동안 주가가 급등했다. 중국 대형 가전업체 산하에 들어간 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면세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엔화 약세와 방일 관광객 증가가 맞물리면서 실적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 적자를 이어가던 기업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시장의 평가도 달라졌다.
가타야마는 당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과 라옥스가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는 사실을 각각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정보를 연결해 투자 기회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는 이렇게 서로 별개로 보이는 정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때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신문을 열심히 읽는다고 했다. 인터넷 뉴스는 쉴 새 없이 쏟아져서 무엇이 중요한 소식인지 가려내기 어렵다. 반면 신문은 편집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순서대로 정보를 보여 준다. 내가 찾아서 읽는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관심 있는 분야만 보게 되고,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가타야마는 “투자자에게는 여러 분야를 얕고 넓게 아는 것이 강점”이라며 “그래서 ‘받아 본다’는 감각이 있는 신문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미련을 버려라
주식을 매수한 뒤 주가가 움직이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는 ‘기다릴 이유’부터 찾는다. 기업의 가치가 여전히 좋다고 판단해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 막연히 버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타야마는 개인 투자자에게 최악의 상황은 주가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주가가 급락하면 투자자는 기업을 다시 분석하고 투자 판단이 잘못됐는지 점검할 시간을 갖는다.
반면 주가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종목은 투자 근거를 재검토하지 않은 채 계속 보유하기 쉽다. 그사이 자금은 묶이고 다른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가타야마는 주식을 살 때부터 “언제 팔까”하며 주가가 오를 계기와 시점을 예상한다고 한다. 투자 아이디어가 여전히 유효한지, 예상했던 변화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손익에 집착하기보다 처음 세운 투자 근거가 유효한지를 살핀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 대안을 여러 개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보유 종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다른 투자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금을 옮길지 판단하기가 수월해진다. 반대로 유일한 투자 아이디어가 빗나갔다면 어떻게든 그 종목을 보유할 이유를 찾기 쉽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무조건 팔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 때문에 보유하는 것인지, 여전히 유효한 투자 근거가 있어 기다리는 것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지난 2019년 5월 잡지 '닛케이머니'에 소개된 가타야마 아키라. 그는 저평가 여부보다 기업의 변화에 주목하는 투자 원칙을 강조한다./X독점 기업도 영원하지 않다, 경영자를 보라
일본 화학 회사 쿠라레는 액정 모니터에 꼭 필요한 편광판의 핵심 소재인 PVA(폴리비닐알코올) 필름 쪽에서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었다. 누구도 쉽게 만들지 못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한때 영업이익률은 60%가 넘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다른 기업들이 그 높은 수익성에 주목했고 시장 진입을 위해 물밑에서 연구·개발을 계속했다. 마침내 기술적 돌파구가 생겨났다. 닛토덴코와 스미토모화학이 코팅 PVA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쿠라레의 PVA 필름 가격 결정권은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이렇듯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던 제품도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언젠가 경쟁자에게 따라잡힌다. 경쟁사의 추격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며, 자본을 어디에 배분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경영자의 몫이다. 공저자인 고마쓰바라 펀드매니저가 기업의 제품뿐 아니라 이를 이끄는 사장에게 주목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고마쓰바라는 “투자자는 사장이 어떤 인물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성장하는 기업의 경영자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장의 발언과 경력을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기업을 아무리 조사해도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면 주주를 중시하지 않는 회사일 수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고마쓰바라는 사장이 본업과 무관한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경계할 신호로 꼽았다. 회사의 성장에 집중하는 경영자라면 자신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과시하는 데 관심을 쏟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패션 혹은 자동차 잡지 등에 출연해 자신의 생활 방식이나 소유물을 자랑하는 것은 이미 인생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여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기업들은 이후 지배구조가 악화하거나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등 경영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