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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최후 승부' 앞두고…김병주 사법리스크 변수로

요약
  •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관투자자와 일반 주주의 의결권이 중요해지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 특히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표심을 흔들 변수로 부각되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의 노선 변화 등 주주들의 선택이 향방을 결정할 전망입니다.
최윤범 측 이사회 과반 유지…강화된 '3%룰'에 기관투자자 표심 중요성 커져 ‘홈플러스 사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의 구속 ‘홈플러스 사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photo 뉴스1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2년째 장기 표류 중인 가운데 구조 개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9명, 영풍·MBK파트너스 컨소시엄 측 5명 등 총 14명에서, 지난 9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7명 등 총 19명으로 재편됐다. '집중투표제'로 선출한 독립이사 4석은 양측이 각각 2석씩 확보했고, 감사위원 1석을 최 회장 측이 가져가면서다.

일단 최 회장이 승기를 쥐며 경영권이 안정화되는 모습이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다수의 이사진 임기가 한꺼번에 만료되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본게임'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내년 주총부터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강화됨에 따라,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및 개인 등 일반주주가 행사하는 의결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결국 고려아연의 운명은 다수 주주들의 손에 달린 상황인데 최근 MBK의 사법리스크가 표심을 흔들 변수로 작용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기소 여부가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이후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2일 검찰청 폐지로 새롭게 출범한 공소청이 90일의 수사 유예기간 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사건은 경찰에 이송되고 더욱 장기화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김병주 회장이 구속을 면한 데 이어 불구속기소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이번 국감에서 김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책임을 추궁하려는 입장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김병주 회장을 10월 7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김 회장은 "홈플러스는 현재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MBK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유서를 내고 불출석했다.

앞서 검찰은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김 회장 사건을 인지하고 직접 수사해 왔다. 지난 1월 김병주 회장 등 홈플러스 경영진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사건을 재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9월 10일 김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일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출범 이전에 처분을 마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의 이견 등으로 처리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김병주 회장이 기소돼도 MBK 회사의 정상적 경영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김 회장이 기소되거나 불기소돼도 어쨌든 당분간 MBK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여론이 악화할 것"이라며 "내년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고려아연 주주들의 표심엔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임시 주총, 일반주주 표심 '미리보기'?

고려아연 주주들의 표심 '미리보기'와 관련해서는 최근 감사위원 선임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한국·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딜로이트에서 30년간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경험을 쌓은 백인규 단국대 교수를 후보로 내세웠다. 영풍·MBK 측은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에서 17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투자와 기업 지배구조 업무를 담당한 박유경 전 본부장을 후보로 맞섰다. 주주투표 결과 백인규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지만, 박유경 후보는 27.9%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이번 표결과 관련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반 주주들은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인 APG의 '달라진 선택'도 눈길을 끌었다. APG는 자사 출신 박 후보의 감사이사 선임안에는 기권하고, 백 후보 선임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APG는 다른 독립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고려아연 이사회 측으로 분류되는 이형규·서은숙 후보 선임안은 찬성한 반면,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준봉·심혜섭 후보 선임안에는 반대했다. 정관 변경 안에도 찬성표를 행사했다. 앞서 APG는 영풍·MBK가 2024년 9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뛰어들며 지분 확보 경쟁과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자 주요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해 왔는데 영풍·MBK 측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 7명 전원에 반대표를 던지고, 영풍·MBK 측 후보 14명 전원에게는 찬성표를 던졌다. 같은 해 3월 정기 주총에서도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 5명 전원에 반대했지만 영풍·MBK 측 후보 일부는 찬성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임시 주총을 기점으로 노선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른다. 특히 박 후보에 대해 기권을 한 건 과거 고용 관계와 기존 의결권 행사 이력 등을 고려해 주요 주주로서 독립성과 이해상충 논란을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따른다.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박유경 전 본부장이 APG에 재직 당시 영풍·MBK 편을 들어줬다"며 "감사위원까지 되면 '결국 APG가 빌드업해 준 것 아니냐'는 얘기와 이해상충 논란이 따르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전 본부장은 사모펀드(PEF)의 기업 인수 활동에 대체로 우호적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소속돼 있는데 내년 고려아연 정기 주총 때 이사 후보로 재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앞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은 독립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지배구조 전문가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박유경 후보가 적임자"라고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영풍·MBK는 최근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최윤범 회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9월 28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2년간 걸어온 길은 단순한 지분 다툼이나 편 가르기의 과정이 아니다"라면서 "회사에 막대한 손실과 위험을 초래한 경영진에게 합당한 법적·경영적 책임을 묻고, 주주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돌려드리기 위한 지배구조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윤범 이사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경영 일선에서 배제하는 것은 고려아연의 경영과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영풍·MBK는 현대자동차그룹 해외법인 HMG글로벌에 대한 고려아연의 신주발행을 두고 "양측의 지분율까지 뒤집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무효소송을 제기해 오는 11월 13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영풍 측은 2022년 6월 지분율(35.22%)이 고려아연 경영진과 우호주주 측 지분율(18.74%)의 약 2배에 달했지만, 현 경영진의 지분이 제3자 배정과 자기주식 처분 등을 거치면서 신주발행 시점인 2023년 9월 영풍 측 31.57%, 고려아연 측 32.03%로 지분율이 역전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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