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1200억달러' 한미 원전 프로젝트…2028년 승부수, K-원전 美시장 공략

요약
  • 한미 양국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1200억달러 규모의 협력 틀을 마련한 가운데, 실제 사업은 2028년 미국 대선을 전후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 이번 협력으로 한국형 원전 APR1400의 미국 시장 진출 길이 열리며, 기존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 요인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 "美 대선 치러질 2028년, 원전 개별 프로젝트 구체화"
한국형 APR 1400, 美 '깃발'…WEC와 '노예 계약'논란도 해소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왼쪽 위), 더그 버검 내무장관, 댄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과 함께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투자를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왼쪽 위), 더그 버검 내무장관, 댄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과 함께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2026.09.30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미 양국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1200억달러 규모의 협력 틀을 마련한 가운데, 실제 사업의 향방은 2028년을 전후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원전 확대 성과를 내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도 이에 맞춰 개별 사업 구체화와 현지 공급망 진입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은 대미 전략투자를 넘어 한국 원전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형 원전 APR1400 2기의 미국 건설을 추진하고,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 사업에도 한국 기업의 시공·기자재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구체적인 부지와 일정, 상업적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향후 개별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와 추진 속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2028년 美 대선이 분기점…"정치적 상황 고려해 프로젝트 구체화 전망"11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대미 전략투자의 하나로 추진 중인 한미 원전협력은 당장 8기 건설을 확정하고, 일괄 착공하는 사업이라기보다 향후 개별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프레임워크'(기본 틀) 성격이 강하다.

공동 팩트시트에도 미국 내 구체적인 부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부지와 일정, 상업적 조건이 확정되는 대로 개별 프로젝트를 확정·발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상은 산업부 원전수출진흥과장은 "향후 미국의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프로젝트가 구체화하는 시점으로 2028년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원전 확대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도 이에 맞춰 준비한다는 취지다.

이는 현재의 프로젝트 파워를 '완성된 8기 수주 계약'으로 보기보다는 향후 미국의 원전 확대 과정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와 기업이 미리 협력 구조를 만들어 놓는 단계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1200억달러 큰 그림…실제 사업은 개별 프로젝트로프로젝트 파워에는 총 1200억달러가 배정됐다. 이 중 1000억달러는 원전 건설비이고, 200억달러는 예비비다. 예비비 역시 대미 전략투자 금액으로 산정된다.

건설 대상은 APR1400 2기와 AP1000 6기 등 총 8기다. 미국 에너지부와 상무부, 한국 정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이 협력 주체로 참여한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개별 원전의 부지나 정확한 착공 시점 등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정부와 원전 공급사, EPC(설계·조달·시공) 기업, 유틸리티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먼저 구축하고 이후 개별 사업을 확정하는 데 있다.연말 100억달러 선급금…'실행 단계' 준비그렇다고 프로젝트가 선언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한미 양국은 관련 국내법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연말까지 100억달러의 선급금을 송금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주기 품목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 우선 활용된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합의한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에는 원전 2기 단위의 EPC 계약 간 시차를 6개월 이내로 맞추기 위해 합리적으로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8기 사업을 장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추진하기보다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사업비와 관련해서는 2기당 예비비 50억달러가 책정되고, 이 예비비는 실제 사용하지 않더라도 2000억달러 규모 한미 전략투자 금액에 포함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반면 2기당 사업비가 300억달러를 넘어서는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한미 투자기금이 부담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제시됐다.

7일 한국수력원자력(주) 신한울 1호기(APR1400·경북 울진)가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본격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2022.12.7 ⓒ 뉴스1 최창호 기자 7일 한국수력원자력(주) 신한울 1호기(APR1400·경북 울진)가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본격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2022.12.7 ⓒ 뉴스1 최창호 기자APR1400 미국 첫 진출…WEC와 '노예 계약' 족쇄도 해방한국 원전산업 입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APR1400의 미국 시장 진출이다. 프로젝트 파워에는 한국형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가 포함됐다.

특히 미국 원전 시장에 해외 노형인 APR1400을 건설하는 구상은 K-원전의 미국 진출을 상징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동시에 AP1000 6기에도 한국 시공사와 기자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무엇보다 APR1400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원전 2기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한국 원전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로막아온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수출 협정이라는 장벽을 일부 넘어섰다는 점에서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월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수출과 관련한 타협협정(SA)을 최종 타결했다. 당시 SA에는 원전 1기 수출 때마다 기술 사용료 명목으로 웨스팅하우스에 1조 원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조건이 담겼다.

계약기간은 50년에 만료 후에도 5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고, 향후 국내 기술로 개발할 소형모듈원자로(SMR) 모델까지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검증을 받도록 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노예계약'이라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수출 시장 제약도 컸다.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시장을 비롯해 유럽과 영국 진출까지 사실상 제약을 받으면서 한국 원전산업은 상대적으로 시장 여건이 열악한 남미·아프리카·아시아 일부 지역에 수출 역량을 집중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프로젝트 파워를 계기로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을 위한 예외적 통로가 마련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뿐 아니라 에너지부, 내무부, 백악관 국가에너지회의, 주정부, 의회, 현지 유틸리티·IT·금융기업 등을 전방위로 접촉하며 한국 원전산업과 미국의 협력 필요성을 설득해 왔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과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고, 서방 진영에서 원전 공급망과 시공 역량을 동시에 갖춘 한국과의 협력이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이 같은 총력전 끝에 미국 정부가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를 먼저 제안해 왔고, 웨스팅하우스와도 SA를 수정해 한국형 원전인 APR1400 2기에 한해서는 미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물론 미국 시장 전체가 한국 원전에 개방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사실상 닫혀 있던 미국 시장에 APR1400이 처음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한국 원전 업계로서는 수십 년간 이어진 기술 종속과 수출시장 제약에서 벗어나 미국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첫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소수 지분 투자도 추진된다. 정부 설명자료에는 보통주 5~10% 수준의 지분을 의결권과 함께 인수하고, 기업공개(IPO) 대비 10%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한국 기업의 역할이 미국 원전사업의 단순 기자재 공급이나 시공을 넘어 사업 지분을 보유하고 상업적 이익을 공유하는 단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2028년까지 'K-원전 공급망' 미국에 심는다정부는 이미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후속 준비에도 들어갔다.

APR1400 미국원전사업추진단을 출범시키고 미국 내 공급망 참여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미국 인증과 품질보증, 등록 공급사 확보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기업과 협상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된다.

결국 프로젝트 파워의 승부처는 지금 확정된 8기의 숫자보다 2028년을 전후해 미국에서 실제 개별 프로젝트가 얼마나 빠르게 구체화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 2050년까지 원전 발전 용량을 100GW에서 40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원전 확대 과정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대규모 대미 전략투자를 K-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셈이다.

대미 투자라는 부담을 안고 출발한 프로젝트 파워가 미국 원전 시장에 한국의 기술과 공급망을 심는 '수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향후 2년간의 준비와 미국의 정치 일정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