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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가 적은 제도는 작동하지 않는다

요약
  • 경제적 인센티브가 부족한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선납 제안과 정부의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은 참여자에게 충분한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해 형식적인 운영에 그칠 우려가 있다.
[돈의 심리] 한전 전기요금 선납안과 전월세 안심신탁에서 빠진 ‘돈의 동기’

보통 사람에게 무언가를 하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센티브는 돈이다. 금전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만든 정책과 제도는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GETTYIMAGES 보통 사람에게 무언가를 하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센티브는 돈이다. 금전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만든 정책과 제도는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GETTYIMAGES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인은 무엇일까. 무언가를 하지 않도록 하는 대표적인 동인은 처벌이다. “그걸 하면 벌을 줄 거야”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 행위를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처벌은 무언가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한 동인일 뿐이다. 무언가를 하게 하는 건 처벌로는 잘 안 된다. “그걸 하지 않으면 벌을 줄 거야”라고 하면 형식적으로 하기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별 효과는 없다.

무언가를 하게 하는 동인은 이익이다. “그걸 하면 보상을 줄게”라고 하면 사람들은 움직인다. 경제학에서는 이 이익을 인센티브라고 표현한다. 인센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돈이다. 물론 경제학에서 돈만으로 인센티브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돈 이외에 평판, 심리적 만족, 승진 등도 모두 인센티브의 동인이 된다. 하지만 보통 사람에게 가장 대표적인 인센티브는 돈이다. 금전적 이익이 생긴다고 예상할 때 움직인다. 그래서 경제 부문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하도록 유도하려면 금전적 이익이 갈 수 있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금전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만든 정책이나 제도는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유동성이 없는데 선납할 이유가 없다그런데 한국에서 새로 만드는 제도를 보면 이 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선의는 알겠는데, 그 제도를 따를 때 사람들이 얻는 이익, 즉 돈이 없다. 이러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뿐이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최근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기를 엄청나게 쓰고, 전기요금도 많이 부담한다. 2025년 삼성전자가 낸 전기요금은 4조1000억 원, SK하이닉스가 낸 전기요금은 9000억 원에 이른다.

한국전력은 앞으로 5년간 내야 할 전기요금을 미리 선납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현재 두 회사가 합해서 1년에 5조 원대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데, 향후 5년 치 25조 원의 전기요금을 미리 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차피 이 정도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삼전닉스에 당장 전기요금을 선납할 현금이 없으면 어려울 수 있지만, 지금 삼전닉스는 역사적인 순이익을 내고 있어 현금이 많다. 그냥 25조 원을 내라는 건 아니다. 그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주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왕 낼 거 미리 내도 괜찮지 않나.

많은 사람이 앞으로 쓸 전기요금을 미리 내라는 게 정당한지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지만, 내가 살펴본 포인트는 이자율이었다. 전기요금을 선납하면 그에 따른 혜택으로 이자를 지불해주겠다는 것인데, 그 이자율이 얼마인가.

선납 이자율은 2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2년 만기 한전채 금리 사이였다. 9월 말 기준 2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9%, 2년 만기 한전채 금리는 4.2% 수준이다. 3% 후반에서 4% 초반대 금리를 지급한다는 얘기다.

한전이 제안한 이 이자율을 보고, 이 거래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이 거래에서 한전은 25조 원을 미리 받는 이익이 있다. 하지만 삼전닉스는 이 거래에서 아무런 이익이 없고, 오히려 손해다. 정부나 한전의 강요라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삼전닉스가 자발적으로 이런 거래를 받아들일 리는 없다.

한전은 한전채 금리 4%를 지불하니 손해가 아니라고 봤던 것 같다. 그런데 4% 금리를 얻으려면 그냥 한전채를 사면 된다. 한전채를 가지고 있으면 4% 이자를 받으면서 현금이 필요할 경우 한전채를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즉 유동성이 있다. 그런데 전기요금으로 미리 선납하면 4% 이자를 얻지만 돈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 유동성이 없는 것이다. 한전채를 사면 4% 이자를 받으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전기요금을 선납하면 4% 이자를 받지만 현금 유동성이 없다. 그러면 삼전닉스의 선택은 하나다. 전기요금을 선납하면 손해다.

한국전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에 앞으로 5년간 내야 할 25조 원의 전기요금을 선납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뉴스1 한국전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에 앞으로 5년간 내야 할 25조 원의 전기요금을 선납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뉴스1
집주인에게 높은 이자율 보장하지 않는다면해당 제안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한전이 국고채나 한전채 금리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정말로 전기요금 선납을 받으려 했으면 그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안했어야 한다. 나는 한전의 전기요금 선납 요구가 문제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국고채 이자율이나 한전채 이자율을 제안한 건 문제다. 7% 넘는 이자율을 제안했어야 했고, 아무리 낮아도 5% 이상은 됐어야 한다. 그래야 삼전닉스 측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전은 상대방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제안, 오히려 손해인 제안을 했다. 공공기관이다 보니 돈, 이자율, 인센티브 등에 대해 별생각을 안 하나 보다. 이 건은 삼전닉스가 한전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일단락됐다. 상식적인 기업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건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이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일 테다.

또 정부가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을 시행한다고 한다. 최근 주택시장은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가 오르는 문제가 있다. 집주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원하니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른다. 월세는 전셋값을 기준으로 형성되는데, 전셋값이 상승하니 월셋값도 오른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오르니 세입자들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 세입자는 전세처럼, 집주인은 월세처럼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세입자는 전세금을 정부가 운영하는 전월세 안정화기구에 낸다. 세입자는 월세를 내지 않고 전세로 사니 이익이고, 또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주는 게 아니라 전월세 안정화기구에 주니 집주인이 전세금을 떼먹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중에 안전하게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세입자 보호에 좋은 제도다.

전월세 안정화기구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는 대신, 집주인에게는 월세를 지불한다. 집주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는데, 전월세 안정화기구가 월세를 주니 집주인도 이익이라고 본다.

전월세 안정화기구가 좋은 제도인지, 쓸데없는 제도인지는 잘 모른다. 제도 자체만으로는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실제 효과를 낼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있다. 인센티브인 이자율이 얼마나 되느냐다. 여기에서는 전월세 안정화기구가 집주인에게 준다고 하는 월세, 즉 이자율이 얼마인가가 초점이다. 전월세 안정화기구에서는 연 4% 정도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준다고 한다. 현재 전세금 1억 원은 월세 40만 원과 동일하게 친다. 월세 40만 원은 1년에 480만 원, 즉 4.8% 이자율이다. 본인이 스스로 월세를 주면 4.8% 수익이 난다. 그런데 전월세 안정화기구에서 월세를 받으면 4%대다. 아무리 많아봤자 그냥 월세를 받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월세 안정화기구에 맡길 집주인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집주인이 월세를 놓지 않고 전세를 놓는 건 돈이 없어서다. 전세는 실질적으로 집주인이 손해지만,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전세를 주는 것이다. 집주인이 돈에 여유가 있으면 월세를 놓는다. 가끔가다 전세든, 월세든 상관없다는 집주인도 있다. 이건 집주인에게 충분한 현금이 있어 월세 수입이 그리 큰 비중이 아닌 경우다. 그래서 전월세 안정화기구를 통해 전세금 대신 월세 수입을 받으려는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소수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수입이 일반 월세보다 같거나 더 적다. 이걸 신청할 집주인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전월세 안정화기구를 정말 제대로 운영하려 했다면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수익률이 전월세전환율인 4.8%보다는 훨씬 높아야 한다. 7% 정도는 돼야 여기에 맡겨볼까 하는 집주인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다.

좋은 취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무언가를 하지 않게 하는 것은 처벌이라는 페널티로 충분하다. 불법 주차를 막고 싶을 때 주요 정책 방안은 과태료 부과 같은 처벌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게 할 때는 처벌로는 안 된다. 이때는 이익을 줘야 한다. 정치인에게는 국회의원 공천, 관료에게는 승진 등이 주요 인센티브가 된다. 그러나 그런 것과 별 상관없는 일반 국민은 금전적 이익, 돈이 중요한 인센티브다. 시장 이자율보다 더 높은 수익이 있을 때 비로소 움직일 것이다. 정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는 더 높은 이익을 안겨 주느냐를 보면 된다. 더 낮은 이익을 제시하는 정부 제도는 그냥 형식적일 뿐이라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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