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심혈관질환 등 전반적인 건강관리도 필수
의료진은 갱년기를 여성의 신체와 삶이 크게 달라지는 건강의 전환점으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얼굴이 화끈거리고 밤마다 잠을 설쳐요.", "예전보다 관절이 아프고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들어요."갱년기 여성들이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흔히 호소하는 증상이다. 상당수는 이를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여기며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여도 참고 넘긴다. 의료진은 갱년기를 여성의 신체와 삶이 크게 달라지는 건강의 전환점으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질건조증, 질염, 방광염 등 있다면 치료법 찾는 게 좋아이다용 서울대병원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1일 "갱년기 증상은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의 증상이 있거나 반복되는 질건조증, 질염, 방광염 등이 있다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갱년기는 폐경 전후 수년간 이어지는 시기로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서 안면홍조와 식은땀, 두근거림, 불면, 피로감, 집중력 저하, 우울감, 근육통과 관절통 등이 있다. 여성호르몬 감소로 질과 요도의 점막도 약해지면서 질건조증이나 질염, 방광염 등이 반복되기도 한다.
폐경은 다른 질환 등 특별한 원인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12개월 이상 월경이 없을 때 진단한다. 흔히 '난소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AMH(항뮐러관호르몬) 검사도 폐경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검사는 아니다.
특히 폐경 이후 질출혈은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여성호르몬 부족에 따른 자궁내막 위축으로 출혈이 생길 수도 있지만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 부인암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호르몬 치료다. 과거 연구를 계기로 유방암,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치료를 꺼리는 여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의 나이와 폐경 시점,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 이득과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1월 폐경 호르몬 치료제의 라벨에 포함된 심혈관질환, 유방암, 치매 관련 위험 문구 등을 블랙박스 경고에서 삭제하도록 요청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6개 폐경 호르몬 치료제에 대한 관련 라벨 변경을 승인했다.
FDA는 특히 폐경 후 10년 이내 또는 일반적으로 60세 이전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치료의 이점과 위험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몬 치료는 안면홍조와 야간발한 등 증상을 완화하고 질·비뇨생식기 증상을 개선하며 일부 치료는 골 소실 예방에도 활용된다.
이승호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은 난소 기능이 소실되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는 과정으로 단순히 월경이 멈추는 현상을 넘어 신체 전반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며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후 건강 상태와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폐경 이후에는 갱년기 증상뿐 아니라 골다공증과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도 살펴야 한다.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골밀도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고 LDL 콜레스테롤(일명 '나쁜 콜레스테롤') 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폐경 이후에는 갱년기 증상뿐 아니라 골다공증과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도 살펴야 한다.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골밀도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고 LDL 콜레스테롤(일명 '나쁜 콜레스테롤') 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생활습관 관리도 필수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생선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공식품과 포화지방은 줄이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금연·절주, 적정 체중 유지도 도움이 된다. 특히 근력운동과 체중부하운동은 골밀도와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호르몬 치료가 모든 여성에게 적합한 게 아니다. 유방암 등 일부 질환이 있거나 혈전증, 간질환 등의 위험이 있다면 치료 여부와 방법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나이와 폐경 시점, 과거 병력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담해 개인별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폐경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이유로 불편과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 갱년기 증상이 일상을 흔들 정도라면 참기보다 치료 가능성을 살펴보고, 폐경 이후에는 골다공증과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