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캡처미국 SNS에서 빚을 갚는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이른바 ‘빚 갚기’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의 부채 규모를 공개하고 상환 과정을 공유하면 이를 지켜보는 이용자들이 조언을 건네거나 응원을 보내는 방식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33세 승무원 로드니 모건은 지난 7월 자신의 틱톡 계정에 부채 총액 4만 달러(약 5500만 원)를 공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모건이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민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승무원으로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지금 내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고 적었다.
평소 승무원 생활을 주로 올리던 모건에게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 영상은 약 15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기존에 가장 많은 조회수를 올린 영상이 약 10만 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15배에 달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사는 31세 티애나 카터도 매일 자신의 부채 상환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카터는 처음에는 부채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후 5만4057달러(약 7200만 원)의 빚이 있다고 밝히자 팔로워들의 반응이 더 커졌다. 그는 “사람들이 내 숫자를 알아야 내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틱톡에는 조기 은퇴를 위한 저축 방법이나 부수입을 만드는 법, 신용카드 혜택을 활용해 여행하는 방법 등 재테크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콘텐츠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른바 ‘#DebtTok’으로 불리는 영상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이 갚아야 할 정확한 금액을 공개한 뒤 빚을 얼마나 줄였는지, 예상치 못한 지출로 부채가 다시 늘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한다. 시청자들은 매번 달라지는 부채 규모를 지켜보며 상환 과정을 응원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남긴다.
SNS 영상 분석업체 튜뷸러랩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틱톡에 올라온 부채 관련 영상은 2만8000건이 넘었다.
전문가들은 #DebtTok의 인기가 평소 쉽게 꺼내기 어려운 돈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SNS 문화를 연구하는 브룩 에린 더피 미국 코넬대 교수는 “돈 문제는 친구나 가족에게조차 이야기하기 어려운 금기시된 주제”라며 다른 사람의 경제적 선택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콘텐츠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개인 재무 전문가들이 돈 문제를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틱톡에서는 전문가 대신 빚을 진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공인재무설계사 브리트니 카스트로는 이를 “한 사람이 큰 장애물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 비유하며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응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빚을 공개하는 사람들에게는 조회수가 실제 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틱톡은 인기 콘텐츠를 만든 일부 창작자에게 수익을 지급하고 있으며, 생방송 중 시청자가 보내는 가상 선물이나 기업의 광고·협찬, 제휴 링크를 통한 판매 수익 등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한편 모건 역시 부채 공개 영상이 인기를 끈 뒤 한 개인 금융 애플리케이션 업체로부터 지금까지 받은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협찬 제안을 받았다. 그는 이 수익금으로 주택을 수리하면서 쓴 돈을 갚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