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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6마리, 일본엔 0마리…판다가 그리는 중국 외교 지도 [칸칸 차이나]

요약
  • 중국은 판다를 활용한 '판다 외교'를 통해 각국과의 관계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 최근 미국에는 새 판다 한 쌍이 도착해 우호 관계를 상징하게 된 반면, 일본은 판다가 모두 떠나며 갈등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 한국은 쌍둥이 판다 반환과 동시에 새로운 판다 대여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38> 판다의 행선지에 담긴 中 외교
중국 소유 해외 판다 15개국 41마리
정상회담 뒤 2마리 늘어난 美…日은 ‘0’
韓 쌍둥이 12월 반환…추가 대여도 논의
선물에서 대여로...판다 외교의 진화
자이언트 판다 수컷 핑핑(오른쪽)과 암컷 푸솽이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도착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에서 지내게 됐다. 웨이보 캡처 자이언트 판다 수컷 핑핑(오른쪽)과 암컷 푸솽이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도착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에서 지내게 됐다. 웨이보 캡처

미국에 최근 새 판다 2마리가 도착했다. 반면 올해 초 일본에선 마지막 판다마저 떠났다. 한국은 쌍둥이 판다의 중국 반환을 앞둔 가운데 추가 대여를 논의하고 있다. 중국이 반세기 넘게 이어온 ‘판다 외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상회담과 수교 기념일을 계기로 국경을 넘는 판다의 행선지가 중국과 각국 관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어서다.

11일 한국일보가 중국 당국의 발표 명단과 해외 출생·이동 현황을 종합한 결과, 현재 해외에 머무는 자이언트 판다는 15개국 41마리(중국 소유 개체 기준)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수컷 핑핑과 암컷 푸솽이 도착하면서 미국 내 판다는 동물원 3곳, 총 6마리로 늘었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이뤄진 이동이다.

2020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태어난 두 판다는 앞으로 10년간 미국에서 생활한다. 애틀랜타 동물원은 1999년 룬룬과 양양을 맞으며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2024년 이들을 포함한 판다 네 마리를 모두 중국으로 돌려보낸 뒤 약 2년 만에 새 판다 한 쌍을 맞은 것이다. 레이먼드 B 킹 동물원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애틀랜타 동물원에는 가슴 벅찬 날이자, 애틀랜타시와 조지아주에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애틀랜타 동물원은 지난 4월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와 ‘자이언트 판다 보전 국제공동연구 협정’에 따른 협력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워싱턴 정상회담 직후 판다가 도착하면서 앞서 추진돼 온 협력이 양국 우호를 알리는 장면으로 이어진 셈이 됐다. 시 주석도 방미 기간 두 판다를 양국 국민 사이의 "우호 사절"로 표현했다. 핑핑과 푸솽은 검역과 적응 기간을 거쳐 다음 달 6일부터 관람객을 만난다.

중국 자이언트 판다 핑핑과 푸솽을 태운 페덱스 항공기가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페덱스 제공) 중국 자이언트 판다 핑핑과 푸솽을 태운 페덱스 항공기가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페덱스 제공)

판다 돌아온 미국, 떠나보낸 일본

지난달 26일 중국 쓰촨성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육연구기지에서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으로 떠나는 판다 핑핑과 푸솽의 환송식이 열리고 있다. 청두=신화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중국 쓰촨성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육연구기지에서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으로 떠나는 판다 핑핑과 푸솽의 환송식이 열리고 있다. 청두=신화 연합뉴스

미국에서 판다는 미중 관계의 굴곡과 함께해 왔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자 중국은 링링과 싱싱을 선물했다. 냉전으로 단절됐던 양국이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판다는 화해의 상징이 됐다. 이후 여러 세대의 판다가 미국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러나 무역·기술·안보 갈등이 이어지던 2023~2024년에는 대여 협정 만료에 따른 반환이 잇따르며 판다의 귀환에도 외교적 의미가 부여됐다.

일본 상황은 미국과 대조적이다.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 남아 있던 쌍둥이 샤오샤오와 레이레이가 지난 1월 27일 중국으로 돌아간 뒤 일본에는 판다가 한 마리도 없다.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판다가 처음 일본에 들어온 지 54년 만이다.

오랫동안 양국 우호의 상징이었던 판다가 일본에서 사라진 시기는 공교롭게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한 후 중일 갈등이 크게 고조된 때와 겹친다. 두 판다가 협정상 반환 기한인 올해 2월보다 앞서 돌아가자 중국의 보복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도쿄도와 동물원은 양측 협정에 따른 반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후속 대여 여부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월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에 대한 판다 대여 연장 질문을 받고 두 판다가 협정에 따라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국민이 판다를 보러 중국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새로운 판다를 보내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한국 국민 사랑 한 몸에 받는 '바오 가족'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는 쌍둥이 자이언트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12월 셋째 주에 중국으로 이동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는 쌍둥이 자이언트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12월 셋째 주에 중국으로 이동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삼성물산 제공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 다음으로 많은 판다 5마리가 사는 나라다. 중국과의 판다 인연은 한중 수교 2주년을 기념해 1994년 밍밍과 리리가 에버랜드의 전신인 용인자연농원에 오면서 시작됐다. 1999년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간 뒤 한동안 끊겼던 인연은 시 주석의 2014년 방한을 계기로 다시 이어졌다. 당시 양국이 판다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2016년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한국에 도착했다.

두 판다는 202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판다 푸바오를 시작으로 2023년 7월 쌍둥이 루이바오·후이바오, 올해 6월 막내 슈바오를 낳았다. 푸바오가 2024년 중국으로 돌아간 뒤 현재는 부모와 세 자매가 에버랜드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내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바오 가족’은 한중 우호의 상징을 넘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됐다.

올해 말에는 쌍둥이도 중국으로 떠난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30일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오는 12월 셋째 주 중국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4세가 되기 전 이동한다는 협약에 따라 중국 측과 시기를 협의했다는 설명이다. 정확한 이동일과 목적지는 건강 상태와 기온, 현지 사정 등을 고려해 결정되며, 출발 전 약 한 달간 건강·검역 관리를 받는다. 쌍둥이가 떠나면 국내 판다는 3마리로 줄어든다.

반환 준비와 함께 새로운 판다 한 쌍을 들여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판다 추가 대여를 요청했고, 이후 양국 환경 당국 간 협의가 시작됐다. 도입 대상은 광주 우치동물원으로, 에버랜드의 루이바오·후이바오 반환 계획과는 별개다.

푸바오가 한국에서 일반 관람객들을 만난 마지막 날인 2024년 3월 3일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실내 방사장에서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당근과 유채꽃을 선물하고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푸바오가 한국에서 일반 관람객들을 만난 마지막 날인 2024년 3월 3일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실내 방사장에서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당근과 유채꽃을 선물하고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판다 외교관'

판다 진시가 지난달 19일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에서 여섯 번째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받고 있다. 진시는 2024년부터 스페인에 살게 된 판다 두 마리 중 하나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판다 진시가 지난달 19일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에서 여섯 번째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받고 있다. 진시는 2024년부터 스페인에 살게 된 판다 두 마리 중 하나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판다를 외교에 활용해 온 역사는 냉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인 1957년 중국은 당시 우방이던 소련에 판다 핑핑을 선물했다. 1972년에는 미국과 일본에 판다를 보내 관계 개선과 국교 정상화를 기념했다. 중국에만 야생 서식지가 있는 판다를 상대국 국민이 직접 볼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국가 간 외교 활동을 대중에게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

오늘날 판다는 아시아와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에 두루 걸쳐 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외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각각 2마리, 인도네시아에 3마리가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스페인·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가 판다를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모스크바 동물원에도 3마리가 살고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은 오세아니아에서 유일한 판다 사육 시설이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쓰하이와 징징을 맞아 중동 최초의 판다 보유국이 됐다. 무더운 기후에서도 판다가 생활할 수 있도록 전용 시설에는 냉방과 습도 조절 장치를 갖췄다.

쌍둥이 자이언트 판다 레니(오른쪽·멍하오)와 로티(멍톈)가 두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8월 21일 독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쌍둥이 자이언트 판다 레니(오른쪽·멍하오)와 로티(멍톈)가 두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8월 21일 독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판다 외교가 진화하면서 중국이 판다를 보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우방국에 증정했지만 1980년대부터 대여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재 해외 동물원들은 주로 중국 측과 보전·번식 공동연구 협정을 맺고 판다를 들여온다. 푸바오처럼 상대국에서 태어난 새끼도 중국 소유로 관리되며 협정에 따라 반환된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판다라고 해도 해당 국가가 영구히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외는 멕시코의 신신이다. 1990년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동물원에서 태어난 신신은 중국이 1975년 멕시코에 선물한 판다의 후손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 소유가 아닌 판다로 소개했다. 증정에서 대여로 바뀐 판다 외교의 역사가 소유권에도 남아 있는 셈이다.

판다를 맞는 지역에는 경제적 기대도 크다. 관람객이 몰리면 동물원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는 물론 주변 식당·숙박시설·교통 이용도 늘어날 수 있다. 일본 간사이대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는 2017년 우에노 동물원의 새끼 판다 출생을 두고 도쿄도 내에서 1년간 약 267억 엔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 적 있다.

동시에 판다를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은 2024년 체결한 10년 협정에 따라 중국 내 연구·보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연간 100만 달러를 지급한다고 공개했다. 여기에 대나무 조달과 전용 사육시설 관리, 수의 진료 등 비용이 추가된다. 판다의 인기가 높다고 해서 동물원의 재정 부담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 에흐테리 동물원은 당초 15년간 사육할 예정이었지만,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예정 시점보다 8년 이른 2024년 판다 두 마리를 조기 반환했다.

충자이안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지난달 27일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높은 사육비가 중국과 판다를 빌린 국가 사이에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다 대여의 주된 목적은 상대국 대중에 중국의 친근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있다"면서도 "때로는 양국 관계가 긴장되면 판다의 처우와 반환 자체가 여러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호의 상징으로 국경을 넘었던 판다가, 돌아가는 길에는 달라진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판다 외교’ 현황. 그래픽=이지원 기자 중국의 ‘판다 외교’ 현황.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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