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환 LS증권 이사. 홍태식 |
9월 수출이 1209억 달러(약 28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코스피는 7000 선 부근에서 횡보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인 5.3%를 넘어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외국인은 9월에만 21조 원 넘게 국내 주식을 팔았다. 실적은 역대급인데 주가는 제자리인 시장에 투자자들 고민은 깊어만 간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불안은 이해하지만 수치와 실적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염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고금리 악재에도 견고한 국내 기업 실적역대급 수출에도 증시는 박스권이다. 상단을 누르는 요인과 하단을 받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상단을 누르는 건 금리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02년 이후 최고치인 5.3%를 돌파했고, 12월에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다. 이런 금리인상 사이클은 자산시장에 분명 큰 부담이다. 9월 내내 이어진 외국인 매도세도 상단을 누르는 요인이다. 하단을 받치는 건 기업 펀더멘털이다. 이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가 크고,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0% 이상 늘어 월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가 당분간 내려갈 것 같지 않다. 금리인하를 기다려야 하나.
“고금리가 증시에 악재라는 사실을 모르는 투자자는 없다. 하지만 금리가 높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금리가 왜 올랐는지를 봐야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지만, 인공지능(AI)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채권을 발행한 것도 금리를 끌어올렸다. 이는 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나쁘게만 볼 수 없다. 미국 투자자이자 작가 하워드 막스도 ‘지금 금리가 정상’이라고 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제로 금리 시대가 비정상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 S&P500 기업의 이익은 올해 2분기에만 30% 넘게 늘었고, 3분기에도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성장을 훼손할 정도가 아니라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금리보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마이크론 주가가 호실적에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어떻게 보나.
“일시적 현상이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다음 분기 매출총이익률 전망치가 86.25%로 시장 예상치(86.7%)에 살짝 못 미치면서 이익률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성과급에 따른 일시적 하락이라 설명했고, 정규장에선 3%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실적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건 이달 말 실적 설명회다. 마이크론이 밝힌 공급 부족 전망에 두 회사가 동의한다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견고할 것이다.”
언젠간 끝날 슈퍼사이클, 신호에 주목할 필요슈퍼사이클이 꺾인다면 어떤 신호가 먼저 나타날까.
“슈퍼사이클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면 끝난다. 수요 쪽에선 AI 빅테크의 설비투자 전망치가 줄어드는지 봐야 한다. 당장 실적엔 영향이 없더라도 연쇄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급 쪽에선 D램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표다. 정상 수준은 8주 정도인데 지금은 20주로 2.5배 길다. 리드타임이 8주 수준으로 줄어들면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막바지다. 자사주 매입이 끝난 뒤 변동성을 걱정하는 투자자도 많은데.
“자사주 매입의 근본 목적은 주주환원이고, 주가 방어는 그 효과 중 하나일 뿐이다. 자사주 매입이 끝났다고 주가가 무조건 떨어지는 것도, 매입한다고 주가가 꼭 오르는 것도 아니다. 올해 상반기 두 회사 주가가 급등한 건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펀더멘털 덕분이다. 중요한 건 업황이다. 자사주 매입이 끝났다고 주가가 휘청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시장에 악재가 터지면 변동 폭을 키울 수는 있다.”
최근 완화된 미·중 갈등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수요 조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당장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단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엄청난 호재다. 중국발(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메모리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있기는 하지만 보안 측면에서나 성능 측면에서 삼전닉스, 마이크론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면 위협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본다.”
반도체 외 주목할 섹터는.
“증권주와 자동차주가 매력적이다. 증권주는 거래대금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이고, 시장이 살아나면 거래대금도 늘게 돼 있다. 배당수익률도 많이 높아져 반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자동차주는 원화 강세 등으로 하반기에 완전히 식었지만 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긴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분기에 파업이 끝나고 신차가 대거 나온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본업에서 반등 모멘텀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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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환 LS증권 이사. 홍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