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보…'만능은 아냐' 우려도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LG전자(066570)의 5GW 규모의 냉각 설루션 공급 계약 체결과 삼성전기(009150)의 2900억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및 인덕터 공급계약. 최근 이뤄진 이 대형 계약은 모두 LTA(장기공급계약)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확고해진 반도체 시장뿐 아니라 AI 인프라 관련 부품 전반에 LTA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의 LTA 확산으로 공급사들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 구조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추후 수요 둔화로 이어지면 최악의 경우 재계약 요구를 받을 수도 있고 계약 해지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계약 대부분 LTA…'비중'에 이목 집중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만 107조 4000억 원을 기록한 배경으로 LTA가 꼽힌다.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이 삼성전자의 기대 수익을 낮추는 요인으로 전망됐지만 LTA가 이를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많은 고객사가 다년 공급계약을 요청하고 있다"며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과는 계약을 했고 추가로 5개 대형 고객과도 협상이 완료 단계"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규모 중 60~70% 수준에서 장기계약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장기계약을 원하는 추가적인 고객이 있는 데다 이미 계약 완료가 된 고객사 역시 추가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 규모 가운데 LTA 비중은 7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LTA 비중 답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SK하이닉스도 10여 개 고객과 LTA 협상을 마무리했고 업계 주요 고객과의 추가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에 대해 '아비규환'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공급해달라는)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LTA, 반도체 넘어 부품 등 AI 인프라 산업 전반 확산LTA는 반도체뿐 아니라 AI 인프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LG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북미 인프라 플랫폼 기업 '에어 컨트롤 콘셉트'사와 AI 데이터센터용 칠러 LTA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LG전자는 총 5GW 규모 AIDC의 열을 관리하는 고효율 칠러 등 냉각 설루션을 순차 공급하는데 계약 규모만 수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용량은 올해 226GW에서 내년 334GW로 108GW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AIDC 냉각 사업 수주도 빠르게 늘고 있다.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AIDC 냉각 설루션 수주액만 6000억 원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누적 수주액이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 역시 글로벌 대형기업과 약 2900억 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MLCC는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주요 부품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회로의 전기적 잡음을 줄이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서버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쓰인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인데 이번 계약은 올해 공시 기준 6번째 LTA다.
삼성전기는 10여 개 글로벌 고객사와 LTA를 체결했는데 글로벌 기업과의 추가 공급계약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올해 5월부터 이번 계약까지 실리콘 커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 인덕터 분야에서 체결한 LTA 규모는 약 3조 9000억 원에 달한다.실적 변동성 줄여주는 LTA…이익 증가 제한하기도LTA는 공급사 입장에서 판매 물량을 미리 확보, 생산과 설비투자를 안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가격 급락이나 재고 증가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AI 시대에 공급사들이 확정된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과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LTA는 정말로 산업의 체질을 바꿀 것"이라며 장기공급계약 확대가 메모리 업체의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감익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했다.
물론, LTA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공급사와 계약을 체결한 고객사의 신용과 자금조달 위험이 있을 경우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선 공급사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게다가 가격 급등기에 LTA를 통해 미리 정한 가격은 기업의 이익 증가를 제한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LTA가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설비투자 리스크 최소화를 원하는 공급사,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해야 하는 수요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영향으로 최근 AI 인프라 관련 산업계의 주요 흐름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