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5000만원, 저축은행·여전사 등 3000만원 이하 적용
최초 소멸시효 예정일에 시효 완성하거나 채권 포기해야
은닉재산 발견·회생절차·채무조정 이행 때만 예외적 연장
채권 팔아도 시효완성 의무 승계…원 금융회사가 이행 점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이 1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금융회사가 세법상 손실로 처리한 개인 연체채권의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며 추심을 이어가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은행·보험사는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3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에 대해 대손 인정을 받으려면 최초 소멸시효 예정일에 시효를 완성하거나 채권을 포기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이 1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뒤 금감원으로부터 대손 인정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도 법인세법상 손실로 처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대손 인정을 받은 이후에도 금융회사가 지급명령 신청 등을 통해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장부와 세금 측면에서는 이미 손실로 처리한 채권을 계속 보유하면서 장기간 추심하는 구조가 가능했던 셈이다.
특히 상환 능력이 사실상 사라진 장기 연체자도 채권이 매각되거나 소멸시효가 연장될 때마다 반복적인 추심에 노출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에 따라 연체채권 관리 원칙을 '시효의 반복적 연장'에서 '원칙적 완성·예외적 연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개정 세칙에 따라 금융회사가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대손 인정을 신청할 때는 신청서에 기재한 최초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에 해당 채권의 시효를 완성해야 한다. 채무자의 일부 상환 등으로 소멸시효가 다시 연장되는 경우에는 금융회사가 채권을 포기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은행·보험사의 경우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여전사 등은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부담과 소액 연체채무자 보호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 업권별 기준을 달리 정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다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예외 장치도 마련했다.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발견되거나 파산·회생절차로 인해 법적으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경우에는 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나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약정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경우도 예외 사유에 포함된다.
금융회사가 조건부 대손인정을 받은 채권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더라도 시효완성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지난 8월 개정된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권 매매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채권을 처음 보유했던 금융회사는 양수인이 시효완성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채권 매각을 통해 시효완성 책임을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새 제도는 금융회사의 2026년 4분기 대손상각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금융회사는 대손상각을 신청할 때 조건부 손비인정 대상 채권을 별도로 기재하고 이후 시효완성 여부를 관리해야 한다.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도 함께 개정된다. 시효를 연장한 뒤 3년이 지나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다시 평가하고 상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소멸시효가 돌아오기 전이라도 채권을 포기하는 재심사 절차가 도입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별 채권 포기와 채무조정, 채권 매각 실적을 업권별 금융협회를 통해 반기마다 공개할 방침이다.
이번 개편으로 장기 연체자는 끝없이 이어지는 추심 부담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에 복귀할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금융회사도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채권을 관리하는 데 투입했던 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손 처리 이후에도 채권의 생명만 연장해 온 금융권의 오랜 관행이 실질적으로 바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