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5명→9명에도 재심 69% 7~8월 집중
직종 구성 쟁점 다양…사건 복잡성 부담 커
노봉법 시행 전부터 인력난, 업무 부담 가중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과 하청노조간 교섭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는데 이를 처리할 노동위원회가 인력난 등으로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등이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재심신청 심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뉴시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뒤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판단할 노동위원회의 사건 처리 역량이 현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절차를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건을 심리할 인력과 처리 체계마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현장 대응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도 결정 이유를 담은 문서를 제때 송달하지 못하면서 기업과 노조는 교섭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떠안고 있다. 사건 처리 지연은 교섭 당사자와 범위를 둘러싼 갈등을 장기화하고, 법 시행에 따른 현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중노위가 제출한 ‘개정 노동조합법 사건 처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개정 노조법 재심사건 담당 인력 9명 가운데 월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한 조사관은 3명으로 집계됐다. 담당 인력의 3분의 1이 정규 근무시간 외에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12.5일에 해당하는 시간을 추가로 일한 셈이다.
▶인력 늘려도 장시간 근무…재심 접수 여름에 집중=월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한 조사관은 6월에도 3명, 7월에는 1명이었다.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인정 한도는 통상 월 57시간이지만, 중노위는 개정 노조법 사건을 긴급 현안으로 분류해 월 100시간까지 추가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당 인정 한도를 확대해 대응하는 가운데 장시간 근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심 접수는 여름 들어 집중됐다. 5월 19건, 6월 14건이던 월별 접수는 7월 40건, 8월 35건으로 늘었다. 5~8월 전체 접수 108건 가운데 75건, 69.4%가 7~8월에 몰렸다. 유형별로는 교섭공고 관련 사건 75건, 교섭단위 관련 사건 27건, 기타 6건이었다.
같은 자료의 처리건수는 총 83건이었다. 6월 25건, 7월 24건, 8월 34건으로 전체 접수보다 25건 적었다. 특히 7월에는 접수 40건에 처리 24건으로 차이가 컸다. 이 차이가 곧바로 처리기한을 넘긴 사건 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접수 규모에 비해 처리 실적이 적었던 상황을 보여준다.
중노위는 담당 인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5월 7일부터 6월 말까지 5명이던 인력은 7월 1일 6명, 7월 14일 8명, 8월 3일 9명으로 늘었다. 인력이 80% 증가한 뒤에도 8월 조사관 3명의 초과근무가 100시간 이상으로 집계됐다.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가려야 하는 사건은 기록과 쟁점도 방대하다. 현대차 사건은 관련 하청업체가 40여개, 사건 기록이 1만2000여페이지에 달한다. 중노위는 원청의 직종 구성과 쟁점이 복잡하고 다양해 검토·조사 및 결정서 작성에 방대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결론 뒤에도 불확실성…교섭·소송 절차 혼선=이런 부담은 판단 이유 전달 지연으로도 나타났다. 중노위는 현대차 사건을 생산, 구내식당·보안, 판매 부문 등 3개로 나눠 심판하고 8월 31일 결정 결과를 알렸다. 공장·연구소 생산 인력과 구내식당·시설·미화·보안·경비 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는 산업안전 관련 교섭 의제에 한해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지만, 판매대리점 영업사원인 카마스터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의제와 직종에 따라 결론이 달라 구체적인 판단 근거가 중요하지만, 중노위는 송부 기한인 9월 30일을 넘겨 10월 7일 현재까지 결정서를 보내지 못했다. 다른 사건의 노사도 참고할 수 있는 사용자성 판단 근거가 제때 제시되지 않은 것이다.
중노위는 현대차 외 결정서 발송이 지연된 사건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결정 이유를 알지 못하는 당사자는 인정된 사용자성의 범위와 불복 여부를 검토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교섭 절차를 둘러싼 현장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중노위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재심판정에 불복해 제기된 행정소송은 9월 21일 기준 15건이었다. 이 가운데 9건에 집행정지 신청이 함께 접수됐으며, 3건이 인용되고 3건이 기각됐다. 개별 사건에 따라 교섭 절차의 진행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9월 18일 교섭단위 분리 재심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받아 전국플랜트건설노조와의 교섭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중흥토건은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돼 교섭대표노조 확정 절차에 들어갔다.
한화오션에서는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노동쟁의 조정과 고공농성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자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를 교섭요구 노조로 확정 공고했고, 지난 8일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노동위의 업무과중은 법 시행 이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태기 당시 중노위원장은 최근 3년간 사건이 약 40% 증가해 야간·휴일근무가 이어지고 조사관 약 12%가 휴직했다고 설명했다. 인력 증원과 수당 증액 요청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취지로 국회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존 사건의 과부하가 누적된 상태에서 복잡한 원청교섭 분쟁까지 더해지면서, 판단을 기다리는 노사와 사건을 처리하는 조사관 모두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중노위는 “사건 접수·처리 추이에 따라 담당 인력을 증원했다”며 “향후 제반 상황을 살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용훈·권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