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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칭에 금 사려던 고객…우리은행, 1억8000만 지켰다

요약
  • 우리은행은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활용해 검찰 사칭 및 투자 사기 등 실제 피해를 막은 사례를 공개했다.
  • 앞으로 전문 인력 확보와 통신 정보 및 생성형 AI를 결합한 차세대 탐지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금융사기 예방 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전재홍 금융사기예방 총괄수석이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과 주요 피해예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제공=우리은행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전재홍 금융사기예방 총괄수석이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과 주요 피해예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제공=우리은행
검찰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대출금 1억8000만원으로 금을 구입하려던 고객이 우리은행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포착됐다. 은행 직원은 세 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고객이 사기범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1억3000만원을 잃은 고객이 추가 피해를 입기 직전 거래를 중단시킨 것이다.

우리은행은 1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제 금융사기 피해를 막은 사례와 향후 대응 계획을 공개했다. 발표를 맡은 전재홍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은 경찰에서 24년간 근무하며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와 국제공조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다. 과거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에도 참여했던 그는 은행에 입행한 지 120일째를 맞아 수사 경험을 금융사기 예방에 접목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고객 말 엇갈리자 즉시 지급정지
국내 금융사기 피해현황 / 자료 제공=우리은행 국내 금융사기 피해현황 / 자료 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이 공개한 첫 사례는 대출금으로 금을 구입하려던 고객의 추가 피해를 막은 일이다. 고객은 검찰 사칭범의 지시로 대출받은 1억8000만원을 금거래소 계좌로 이체했다. FDS가 이상거래를 포착한 뒤 담당 직원은 고객에게 연락했고, 세 번째 통화에서 사기 정황을 확인했다. 은행은 거래를 중단시키고 경찰 신고를 연계했다.

고객과 관련자의 진술이 엇갈린 점을 포착해 2억6000만원의 피해를 막은 사례도 소개됐다. 한 고객 계좌에 2억9000만원이 입금된 뒤 3000만원이 의심 계좌로 재이체되자 은행 직원이 자금 제공자와 수취인의 관계를 확인했다. 한쪽은 '조카사위', 다른 쪽은 '조카'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계좌에 임시 조치를 취했다.

타행과의 공조로 추가 송금을 막은 사례도 있었다. 한 고객이 가족 계좌에서 받은 1억2000만원을 다른 은행으로 이체한 뒤 증권계좌 자금 8000만원까지 추가로 보내려 하자 FDS가 이상징후를 포착했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과 정보를 공유해 수취계좌가 투자사기로 신고된 사실을 확인했다. 고객은 처음에는 지급정지에 항의했지만 이후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것은 사기 피해자가 은행의 경고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 수석은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 사기범에게 속아온 만큼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기 예방에 기술적인 탐지뿐 아니라 담당 직원의 확인과 설득, 금융회사 간 정보공유가 필요한 이유다.

금융사기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2025년 2조3755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SNS와 메신저로 장기간 신뢰를 쌓은 뒤 투자를 유도하는 '피그부처링', 이미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접근해 피해금 회수를 미끼로 추가 금전을 요구하는 '리커버리 스캠' 등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 출신 전문팀…AI·통신정보 결합까지
금융사기범죄 진화 현황 / 자료 제공 =우리은행 금융사기범죄 진화 현황 / 자료 제공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금융사기 대응을 개별 직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조직 차원의 예방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 금융사기예방부를 두고 있으며 현재 25명이 근무하고 있다. FDS가 이상거래를 포착하면 자금세탁방지(AML) 부서가 의심 자금의 흐름을 분석하고, 위험계좌 정보는 금융권 공동 플랫폼으로 공유하는 구조다.

4~8월 FDS가 AML 부서에 전달한 의심정보는 639건이며 이 가운데 83건이 의심거래보고(STR)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AML 분석 과정에서 확인된 타행 의심계좌 664건도 금융권에 공유했다. 이는 의심정보 전달과 보고·공유 건수로, 실제 피해 차단 실적과는 구분된다.

전 수석은 경찰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 금융사기 예방팀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조사를 위해 운영하는 특별조사조직(SIU)을 참고한 구상이다. 현재 계획 단계로 신설 여부와 구체적인 조직 구성은 확정되지 않았다. 범죄조직이 전문화되는 상황에서 은행 역시 장기간 경험을 축적할 전담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통신정보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차세대 FDS 구축을 추진한다. 우리은행은 8월28일 LG유플러스와 금융·통신정보의 실시간 연계를 완료했다. 통신사가 자체 기준으로 추출한 위험정보를 은행에 전달하면 이를 금융거래 정보와 함께 확인하는 방식이다. 현재 활용은 초기 단계로 향후 정보 연계 범위와 탐지 성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1월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규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할 예정이다. 기존 금융거래 정보에 로그인·상품 이용 정보, 금융권 위험계좌 정보 등을 결합하고 AI가 새로운 사기 유형과 이상징후를 분석해 탐지 규칙 수립을 지원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예방 성과는 시스템 가동 이후 확인해야 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융사기 예방은 고객의 자산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인 만큼 최우선 경영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뒤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징후를 한발 앞서 포착해 고객의 자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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