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전기로·압연라인 폐쇄… 포스코, 코일철근 철수
‘건설 경기 바닥론’ 부상… 철근 수요, 시차 두고 회복 전망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3사가 철근 생산을 축소하거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철근 수요가 급감한 데다 원자재 비용과 전기료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 조정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최근 내년 건설 경기 ‘바닥론’이 나오면서 철근 수요 반등을 전망하는 기대감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도 인프라와 주택 공급 관련 예산을 늘렸다. 철강업계는 건설 경기가 철근 수요와 직결되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압연된 강판이 냉각 단계를 거치고 있다./조선DB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인천공장 1·2호 압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철근 수요와 재고를 고려한 조치다. 이후 지난 6일부터 가동을 재개했다. 동국제강은 올해까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동 일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올해 1월 인천공장의 90톤(t) 전기로와 소형 압연라인을 폐쇄했다. 연간 80만~90만t의 철근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인천공장 전체 철근 생산량의 절반 수준이다.
포스코는 건설용 철근 사업에서 철수했다. 포스코는 올해 4월 코일철근 생산·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판매를 시작한 지 약 3년 만이다. 코일철근은 철근을 둥글게 말아 공급하는 제품으로, 가공장에서 필요한 길이로 펴서 절단·절곡할 수 있어 자재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가동에 필요한 전기료 부담도 상당하다”면서 “일단은 가동을 줄이면서 비용 절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철강사들이 철근 생산을 조정하거나 생산설비를 줄인 것은 건설 경기 침체로 철근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근 수요는 2024년 약 780만t에서 지난해 675만4000t으로 13.4%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수요도 335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드는 등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뉴스1다만 최근 들어 ‘건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철강 수요도 시간차를 두고 회복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건설 경기 선행지표의 개선이 ‘건설 바닥론’의 주요 근거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5만6396호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서울은 2만679호로 41.1%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 분양 물량도 14만5314호로 35.3% 증가했다.
정부도 내년 인프라와 주택 공급에 재정 투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편성한 2027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안은 28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0% 증가했다. 주택 등을 포함한 국토교통부 예산안도 약 69조원으로 9.9% 늘었다.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택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등을 통해 건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건설투자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치겠지만, 2027년에는 2.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주거·산업시설 착공 등에서 일부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주택 건설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전망했다.
철강업계에서는 건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경우 철근 수요도 점차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주택 착공이 늘어나고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 건설용 철강재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도 철강재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건설투자 회복이 실제 철근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사들은 당장의 수요 부진에 대응하면서도 향후 회복기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생산 능력을 지나치게 줄일 경우 향후 수요 회복기에 공급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장은 “건설 산업이 경기 사이클을 많이 타니 철강사들도 향후 수요 회복 가능성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간 설비에 비해 수요가 많이 빠졌고 이전에 공급 과잉이 있어 최근의 조치는 어쩔 수 없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주요 철강사들의 조치가 부분적, 일시적 조치인 만큼 수요가 증가해도 대응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