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포럼 12일 한국프레스센터서 개최…정교유착 단절·교회 개혁 선언
류영모 나부터포럼 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차 나부터포럼에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는 원인을 교회 내부에서 찾았다. (나부터포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12/뉴스1(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한국 기독교가 조선의 신분제와 남녀차별에 도전하고 한글 보급과 시민의식 확산을 통해 근대 국민과 민주주의 형성에 기여했다는 역사적 해석이 나왔다.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차 나부터포럼 주제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함 원장은 '한국인 그 뿌리를 찾아 내일의 한국을 그리다-기독교·한국·한국인'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초기 개신교 선교가 조선의 봉건적 질서를 변화시키고 근대사회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개신교의 전래와 근대 한국인의 형성 과정을 분석했다. 칼뱅주의와 복음주의가 평등과 자치, 근면과 절제의 생활윤리를 전파했으며, 한글 성경과 독립신문, 독립협회가 국민 정체성과 시민사회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었다.
류영모 나부터포럼 대표가 좌장을 맡았으며 정상규 보훈문화연구소 소장과 김주용 연동교회 담임목사가 좌담회에 참여했다. 포럼에서는 복음의 본질 회복과 초기 선교정신 계승, 정교유착 단절 등을 담은 선언문도 발표됐다. 류 대표는 교회의 외형적 성장보다 역사적 뿌리와 정체성을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신정변이 연 개신교 선교…칼뱅주의가 조선 신분질서에 도전함재봉 원장은 1884년 갑신정변을 미국 개신교의 조선 선교가 본격화한 계기로 꼽았다. 미국인 의사 호러스 알렌이 정변 중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치료하면서 왕실의 신임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1885년 4월 근대식 병원 광혜원이 문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헨리 아펜젤러와 호러스 언더우드 등 미국 감리교와 장로교 선교사들이 입국하면서 의료와 교육을 중심으로 선교 활동이 확대됐다.
그는 당시 조선이 주자성리학에 기반한 봉건적 신분질서와 정치·경제적 모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개신교 선교사들은 이러한 사회에 칼뱅주의와 복음주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제시했다. 칼뱅주의가 교회제도와 공동체의 개혁을 강조했다면 복음주의는 개인의 회심과 내면의 신앙적 변화를 중시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칼뱅주의의 분권적 교회 운영방식에 주목했다. 교회 지도자를 구성원들이 선출하고 주요 사안을 협의와 토론,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가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조선의 초기 개신교 공동체에서도 양반과 상민, 천민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신분과 관계없이 서로를 형제와 자매로 부르며 기존 신분질서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함 원장은 개신교가 남녀평등과 생활윤리의 변화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선교사들은 남녀에게 세례를 베풀고 여성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으며, 근면과 절제, 청결 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토대를 형성했다는 주장이다.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차 나부터포럼에서 "한국 기독교가 신분제 허물고 근대 시민·민주주의 형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나부터포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12/뉴스1◇ 한글 성경과 독립신문…조선 사람을 근대 국민으로 바꾼 문체혁명함 원장은 개신교 선교가 한글 보급을 통해 새로운 국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선교사들은 평민도 읽을 수 있도록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문법과 표기법을 연구했다. 존 로스는 이응찬과 서상륜 등의 도움으로 한글 성경을 번역했고, 이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도 번역과 출판에 참여했다.선교사들은 삼문출판사와 대동서시 등 출판·유통체계를 구축하고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등 근대 교육기관에서 한글을 활용했다. 함 원장은 이러한 활동이 문자생활에서 소외됐던 계층의 교육 기회를 넓혔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재필과 윤치호, 주시경 등 친미기독교파가 한글을 국문으로 격상시키면서 독립된 언어공동체라는 의식을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과 같은 해 출범한 독립협회도 근대 시민사회 형성의 핵심 사례로 제시했다. 독립신문은 국민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 여성의 권리 등을 전달했고, 독립협회는 집회와 토론을 통해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확대했다. 함 원장은 이를 조선 사람들이 같은 나라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정치적 권리의식을 갖게 된 과정으로 해석했다.
친미기독교파의 근대화 전략은 주자성리학 비판, 새로운 문명관 제시, 한글 중심의 문체혁명, 국민 정체성 형성 등 4가지로 정리했다. 독립협회는 의회정치 도입을 추진했지만 고종과 조정의 저항에 부딪혀 1898년 금지됐고, 독립신문도 이듬해 폐간됐다. 함 원장은 두 조직의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 민주정치와 시민사회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차 나부터포럼에서 개신교 선교가 한글 보급을 통해 새로운 국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나부터포럼, 정교유착 단절 선언…류영모 "교회부터 달라져야"제6차 나부터포럼 선언문은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는 원인을 교회 내부에서 찾았다. 초기 교회가 교육과 의료, 한글 보급, 독립운동에 기여했지만 과거의 공헌이 현재의 잘못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성장과 권위보다 복음의 본질과 섬김, 희생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선언문은 복음의 본질 회복과 초기 선교정신 계승, 공적 교회의 책임, 정치에 대한 양심의 목소리, 혐오와 차별 극복, 인간 존엄성 존중, 시대적 과제 대응 등 7가지 실천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정교유착을 단절하고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기후위기, 저출생, 양극화 등 새로운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영모 대표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의 한국교회가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을 더 하겠는가'라는 외형적 확장이 아니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제5차 포럼에서 다룬 정교유착 문제도 언급하며 종교가 정치권력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악습을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나부터포럼이 한국교회에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나부터포럼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계기로 시작해 축소사회와 갈등사회, 선교 140주년, 인공지능과 교회, 정교유착 등을 다뤄왔다. 이번 선언문의 실천 여부도 해마다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