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침체 트라우마에 시장 외면
전문가 “매입·임대 자유롭게 규제 풀어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빌라 단지. [연합뉴스 제공]올해 들어 수도권 비아파트 공급 지표가 개선됐지만 전체 주택 공급 물량 중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되기 전인 2022년 비아파트 공급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상황이다.
12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 실적은 9357가구로 전년 동기(9228가구) 대비 1.4% 늘어났다. 이 기간 서울의 경우 2995가구에서 5023가구로 67.8% 급증했다.
착공과 함께 선행지표로 꼽히는 인허가 실적도 개선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9349가구에서 1만1570가구로 23.8% 늘었고, 서울도 3695가구에서 5923가구로 60.7%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전세사기와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비아파트 공급이 극도로 침체됐기 때문에 증가폭이 크게 느껴질 뿐 실제 물량 자체는 많은 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올해 수도권 전체 착공 물량(8만6739가구) 중 비아파트 물량(9357가구)은 약 10.8%에 불과하며, 인허가 물량 비중도 12% 정도에 그쳤다. 2022년의 경우 비아파트 착공 물량 비중이 전체의 25%였던 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적은 수준이다.
정부도 건축 규제 완화와 금융·세제 패키지 지원 등에 힘입어 선행지표가 개선됐다면서도 부족한 물량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최근 범부처 주택 신속공급 점검회의에서 “서울 일반주택(비아파트) 착공과 인허가 실적이 전년 대비 60~70% 정도 상승 성과가 있기는 했으나 아직은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발언했었다.
문제는 비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다양한 점유 유형과 소득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재고 중 비아파트 비중은 39.3%다. 10채 중 4채는 비아파트인 셈이다.
비아파트의 점유 형태 또한 자가 29.9%, 전세 30.5%, 월세 36.7%로 다양하다. 자가 비중이 64.9%를 차지해 아파트와 압도적으로 차이가 있다. 거주자의 소득도 저소득층(26.3%)과 중소득층(47.5%)이 전체의 70%를 넘어섰다. 아파트의 경우 고소득층 거주자가 57.5%으로 절반을 웃도는 것과 대조된다.
각기 다른 수요층이 있는 비아파트의 공급 비중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한계가 뚜렷하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비아파트는 정부 규제만 완화되면 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충분한 상품”이라며 “다만,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한시적인 특례 위주라 수요자 입장에선 셈법이 복잡해지고 그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고 거주할 유인이 떨어지다 보니 공급자 측면에서도 무리해서 사업을 추진시킬 동력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비아파트 수요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신축 소형주택을 세제상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취득한 주택 중 전용 60㎡ 이하, 수도권 기준 취득가액 6억원 이하인 신축 소형주택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여부 판단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공급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비아파트는 아파트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신 교수는 “비아파트가 충분히 공급되려면 수요자들이 매입해 자유롭게 임대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비아파트는 과거 2021~2022년 투기 수요가 붙었다가 침체기에 급락한 매수자들이 많고, 그 경험을 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를 푼다고 투기 수요가 붙을 가능성은 작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