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당첨금 줄인 이유
중국이 월드컵 특수에 의존해 성장해온 복권시장의 구조 개편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거액 당첨금을 제한하고 소액 당첨 기회를 확대해 구매층을 넓히고 있다. /신화통신중국이 월드컵 특수에 의존해 성장해온 복권시장의 구조 개편에 나섰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히는 복권 판매가 급증한 반면 전통적인 숫자 추첨식 복권과 즉석복권 판매는 감소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거액 당첨금을 제한하고 소액 당첨 기회를 늘려 복권 구매층을 확대하고 있다. 고액 구매자에게 의존하던 판매 구조를 바꿔 복권시장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다만 거액 당첨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기존 고객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복권 1등 대박도 제한" 13일 중국 경제매체 경제관찰보와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올 1~8월 중국의 복권 판매액은 4784억3100만위안(9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증가했다. 증가액은 552억2600만위안에 달한다.
하지만 실적을 끌어올린 건 월드컵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스포츠 베팅형 복권이었다. 이 유형의 판매액은 2565억43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9% 급증했다. 전체 복권 판매 증가액보다도 152억3300만위안 많은 704억5900만위안이 늘었다.
반면 전통적인 복권 상품은 부진했다. 같은 기간 숫자 추첨식 복권 판매액은 1151억100만위안으로 3.8% 감소했다. 구매 즉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즉석복권은 818억4500만위안으로 8.7% 줄었다. 스포츠 베팅형 복권을 제외하면 주요 복권 유형이 모두 역성장하고 있다.
올 8월만 놓고 보면 이런 흐름이 두드러졌다. 전국 복권 판매액은 639억8500만위안으로 19.8% 늘었다. 스포츠 베팅형 복권 판매액은 368억1000만위안으로 53.9% 급증했지만 숫자 추첨식 복권은 0.4%, 즉석복권은 18.2% 감소했다. 재정부는 월드컵이 스포츠 베팅형 복권 판매에 미친 영향이 8월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복권 발행기관 간 실적 격차도 커졌다. 올 1~8월 중국 체육복권 판매액은 3469억100만위안으로 23.5% 증가했다. 반면 복지복권 판매액은 1315억2900만위안으로 7.6% 줄었다. 스포츠 경기와 연계된 상품을 보유한 체육복권이 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이다.중국, 1등 당첨금 제한 승부수 베이징의 복권 판매 현장에서는 월드컵 특수가 사라진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의 한 복권 판매점 직원은 경제관찰보에 하루 매출이 기존 5000위안에서 3000위안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올해 급여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월드컵 기간 매출이 크게 늘기를 기대했지만 실제 수익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월드컵 특수에 의존해 성장해온 복권시장의 구조 개편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거액 당첨금을 제한하고 소액 당첨 기회를 확대해 구매층을 넓히고 있다. /신화통신중국 정부는 기존 복권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당첨금 구조까지 손질했다. 지난 2월부터 대표적인 숫자 추첨식 복권인 솽써추와 차오지다러터우의 1등 당첨금 총액을 회차당 최대 1억위안으로 제한했다.
고액 중복 구매에 따른 거액 당첨을 억제하는 대신 소액·중간 당첨 기회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숫자 추첨식 복권인 솽써추에는 당첨금 적립금이 15억위안 이상이면 빨간 공 번호 3개만 맞혀도 5위안을 지급하는 특별상을 신설했다.
적립금이 3억위안 미만으로 줄면 특별상 지급을 중단해 재원을 관리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과도한 베팅을 억제하고 복권 구매자의 저변을 넓혀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규정 개편 이후 나타난 변화는 엇갈리고 있다. 차오지다러터우의 새 규정 시행 이후 특별 당첨금 지급 행사 전까지 회차당 평균 판매액은 3억1800만위안으로 개편 전보다 0.29% 증가했다. 평균 판매 장수도 2170만장으로 2.71% 늘었다.
지난 8월에는 회차당 평균 2262만장이 판매됐지만 한 장당 평균 구매액은 13.8위안으로 낮아졌다. 50배 이상 고액 중복 구매는 개편 이전보다 67.9% 감소했다. 구매 장수는 늘었지만 건당 지출 규모는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복권시장이 일시적인 스포츠 행사 효과에 의존하면서 기존 상품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숫자 추첨식 복권은 상품 개편이 부족하고 디지털 기술 활용도 뒤처져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 복권산업이 즉석복권과 스포츠 베팅형 복권, 공익성을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인 추가 당첨금 지급만으로는 장기적인 판매 부진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새로운 상품 개발과 판매 방식의 디지털화, 기존 고령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도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베이징 왕징에서 만난 한 복권 소비자는 "거액 당첨의 매력을 낮추고 소액 구매자를 늘리는 정책이 시장의 안정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기존 충성 고객의 이탈을 가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