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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중심가에 '노란 컵' 행렬…'일상 커피' 된 빽다방

요약
  •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이 일본 도쿄 오피스 상권에 진출해 한국식 가성비 모델을 바탕으로 현지 직장인들의 일상 속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빽다방은 일본 전용 원두 개발과 스마트 주문 시스템 도입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며 내년 여름까지 일본형 운영 모델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호점 신바시점 하루 평균 1000잔 이상 판매
현지 소비자 입맛 겨냥한 전용 원두·메뉴 개발
내년 여름까지 일본형 운영 모델 확립 목표
그래픽=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도쿄=정혜인 기자] 지난 1일 오후 3시쯤. 일본 도쿄 신바시역 인근의 한 커피 전문점 앞에는 평일 오후인데도 길을 오가는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볐다. 더불어 매장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손님도 끊이지 않았다.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잇따라 음료를 사 갔다. 인근 병원에서 일하는 듯한 간호사들이 여러 잔의 음료를 포장해 가기도 했다. 2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은 음료를 받자마자 밖으로 나와 매장 옆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여성이나 친구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도 차례로 매장을 드나들었다.

손님들의 손에 들린 샛노란 컵홀더가 도쿄 도심의 거리 풍경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길을 걸으며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낯선 일본에서 이색적인 테이크아웃 행렬을 만들어낸 곳은 더본코리아의 '빽다방' 일본 1호점이다. 남균완 더본코리아 일본법인장(더본재팬법인장)을 만나 빽다방의 일본 현지화 전략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샐러리맨의 성지로

더본코리아는 지난 8월 도쿄 신바시와 칸다에 빽다방 1, 2호점을 잇따라 열며 일본 커피 전문점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신바시와 칸다가 '오피스 상권'이라는 점이다. 신바시는 긴자에서 걸어서 20분 안팎 거리에 위치한 지역으로 일본에서 '샐러리맨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 도심의 업무지구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인파가 몰려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어려울 정도다. 칸다 역시 사무실 밀집 지역과 대학가가 함께 있어 직장인과 학생이 평일에 꾸준히 찾는 상권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가 일본에 진출할 때 신오쿠보 같은 한인타운이나 관광객이 몰리는 번화가에 먼저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빽다방이 오피스 상권을 택한 것은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서 반응을 살펴 한국식 가성비 커피 전문점 모델이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1일 오후 도쿄 신바시역 인근의 빽다방 신바시점.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지난 1일 오후 도쿄 신바시역 인근의 빽다방 신바시점. / 사진=정혜인 기자 hij@남균완 법인장은 "일본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할 데이터를 축적하려면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상권에 진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신바시와 칸다는 한국에서 쌓은 대용량·가성비 경쟁력이 일본 소비자의 일상에서도 통하는지 확인하기에 알맞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빽다방은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대의 대용량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아메리카노의 경우 250엔, 카페라떼는 380엔에 불과하다. 최근 엔화 약세와 인건비 상승으로 일본 외식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지난 1일 오후 도쿄 빽다방 신바시점에서 고객들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지난 1일 오후 도쿄 빽다방 신바시점에서 고객들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빽다방은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키오스크 주문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빽다방 일본 매장에서는 손님이 모바일이나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하고 직원은 음료 제조에만 집중한다. 적은 인원으로도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몰리는 주문을 처리할 수 있어 낮은 가격에 음료를 판매할 수 있다.

빽다방은 손님이 편하게 주문하고 음료를 받도록 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모바일로 주문하고 쿠폰도 적립하는 일본 전용 앱을 내놓았다. 제조된 음료가 나오면 수령대에 음료명과 주문번호가 뜨는 스마트 픽업 시스템도 갖췄다. 손님은 직원에게 묻지 않고 자기 음료를 바로 찾아갈 수 있다.

남 법인장은 "일본은 현금만 받는 가게가 많고 대면 서비스를 중시해 모바일·키오스크 주문이 낯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면 접촉을 줄이는 변화가 이어지면서 QR코드 등의 비대면 주문 방식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맛의 중도

빽다방이 일본에서 선보일 메뉴를 정하며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은 '한국의 맛'을 어디까지 유지할지였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일본 진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역시 빽다방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였다.

남 법인장은 "한국 맛을 포기하자니 정체성에 문제가 있고 한국 맛을 고집하자니 일본 현지와 차이가 클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며 "그 적정점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빽다방은 일본 매장 전용 원두를 새로 개발해 한국 맛과 일본 취향의 중간 지점을 택했다. 일본 소비자는 작은 용량의 진한 커피에 익숙하지만 빽다방은 이들의 입맛에 무조건 맞추는 식으로 변주를 주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식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연하고 부드러워 마시기 편한 맛을 이어가되 원두 조합은 일본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새로 짰다"면서 "진한 맛을 좇으면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일본 빽다방에 도입된 스마트픽업 시스템. 직원이 제조된 음료를 수령대에 올려놓으면, 해당 위치에 음료명과 주문번호, 주문 잔수 등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음료의 위치를 이동하면 해당 표시도 이동한다. / 사진=정혜인 일본 빽다방에 도입된 스마트픽업 시스템. 직원이 제조된 음료를 수령대에 올려놓으면, 해당 위치에 음료명과 주문번호, 주문 잔수 등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음료의 위치를 이동하면 해당 표시도 이동한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대신 라테류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우유 음료를 늘렸다. 일본 소비자에게 익숙한 콩가루 '키나코'와 '말차' 등의 현지 식재료를 더한 음료도 선보이고 있다. 또 직장인 상권 특성상 아침 식사 대용 '콘스프'도 내놨다. 남 법인장은 "최근 일본의 젊은 층이 커피를 덜 마시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메뉴도 다양하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한국 메뉴는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서 그대로 들여온 '원조커피'의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원조커피는 달고 진한 믹스커피를 바탕으로 한 음료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일본 손님에게 통할지 빽다방도 걱정했으나 현재는 판매량 1~3위를 유지할 정도로 인기다.

남 법인장은 "기존 일본 카페에 없는 새로운 선택지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며 "모바일 앱과 매장 메뉴판 메인 화면에도 원조커피를 가장 앞에 내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일상이 되는 커피

빽다방은 아직 일본 사업 초기지만 이미 현지 직장인들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신바시점은 오픈 이후 하루 평균 1000잔 이상을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칸다점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두 매장 모두 주로 직장인의 일과에 맞춰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리는 편이다.

남 법인장은 "신바시점은 하루 매출의 35% 안팎을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출근 시간대에 올리고 있는데 이때는 아메리카노가 압도적으로 많이 팔린다"면서 "점심의 경우 우유가 들어간 음료 판매량도 늘어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빽다방은 일본인들이 컵을 들고 걸으며 마셔도 어색하지 않은 '일상 커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는 어릴 때부터 길을 걸으며 먹고 마시면 주변에 피해를 준다고 배우는 터라 컵을 든 채 걷는 모습이 흔치 않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커피를 들고 다니며 즐길 수 있다는 새로운 문화까지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 빽다방 2호점인 칸다점. / 사진=더본코리아 일본 빽다방 2호점인 칸다점. / 사진=더본코리아이를 위해 빽다방은 매장을 서둘러 늘리기보다 일본 소비자 데이터를 쌓는 데 먼저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빽다방은 일본 법인 안에 둔 '빽다방 LAB'을 통해 신바시점과 칸다점의 시간대별 주문과 메뉴별 판매량을 매일 분석하며 신메뉴와 이벤트에 대한 반응을 점검하고 있다.

이후 빽다방은 오피스 상권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상권에서 시간대별 주문 패턴과 메뉴별 판매량, 신메뉴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계획이다. 우선 도쿄 시나가와의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인근에 세 번째 매장을 낼 예정이다. 이 일대는 새롭게 개발되는 지역으로 오피스 상권과 주택가가 이어져 있어 직장인뿐 아니라 인근 주민 수요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빽다방은 일본 소비자 데이터를 축적한 뒤 매장 모델을 다듬은 후 내년 여름께 일본형 운영 모델을 확립한다는 목표다. 이후 오사카 등 주요 도시로의 본격적인 확장도 검토할 계획이다.

남 법인장은 "내년 여름까지 여러 상권에서 얻은 데이터를 쌓아 일본에서의 모델을 확립한 뒤 지방으로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며 "빽다방 LAB에서 인기 신메뉴를 만들어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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