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과 주가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와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어 내년 영업이익이 4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마이크론 대비 저평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업황보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자회사 상장 가능성 등 개별 요인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김록호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027년 연결기준 매출액을 500조원, 영업이익을 405조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9%, 57% 증가한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가정을 기존 1465원에서 1340원으로 낮췄음에도 D램 가격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 403조원에서 상향했다. 목표주가는 360만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메리츠증권도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12일 목표주가를 기존 31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높였으며 2026~2027년 예상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4.0배를 적용했다. 다만 실적 기대가 높아지는 것과 달리 최근 주가에는 메모리 업황의 호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내년 영업이익 405조원 전망…D램 가격·HBM4 공급 확대 기대
증권사들이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에는 메모리 공급 부족과 판매가격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들의 장기 공급계약이 늘어나면서 공급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전력 D램인 LPDDR이 실적 개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하나증권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서버·데이터센터 업체들이 LPDDR 사용을 확대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록호 연구원은 기업 간 거래(B2B) 고객에 이어 소비자 대상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과도 장기 공급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객사와 계약이 확대될 경우 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도 견조하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의 연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306% 증가한 99조2000억원, 영업이익을 584% 늘어난 77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보다 높은 80조1000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시장 컨센서스인 74조원을 웃도는 수치로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32%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은 3분기 D램 출하량과 판매가격이 각각 13%, 22% 증가하고 낸드 역시 각각 4%, 15%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D램과 낸드 부문의 영업이익을 각각 63조원, 17조원으로 추산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세대교체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고객 중심 유연성 극대화 전략에 대한 보상적 되돌림이 발생할 것"이라며 "또한 높은 판매 비중으로 판가 상승률을 제약했던 HBM 역시 HBM4의 본격 공급이 시작되며 실적 기여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의 HBM4 제품 이미지(사진=마이크론 제공)마이크론과 기업가치 격차 확대…외국인 수급·솔리다임 상장 부담
반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실적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달 23일 4.46배에서 최근 3.70배로 약 1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마이크론은 5.9~6.9배 수준을 유지하면서 두 기업의 기업가치 평가 격차가 확대됐다.
마이크론의 SK하이닉스 대비 PER 프리미엄은 지난 9월 중순 1.40배 수준까지 좁혀졌다가 최근 1.60배로 다시 벌어졌다. 주가 하락 폭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3일 186만2000원에서 이달 8일 168만1000원으로 9.7% 떨어진 반면 마이크론은 비슷한 기간 4.0% 하락하는 데 그쳤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보다 국내 시장의 수급과 기업구조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사이클이 원인이었다면 범용 메모리 비중이 더 큰 마이크론이 먼저 디레이팅됐어야 한다"며 "마이크론의 상대적 프리미엄 확대는 한국 고유 요인의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400억원을 순매도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각각 5% 넘게 떨어진 이후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가능성도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지목됐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메리츠증권은 솔리다임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파트너십과 합작법인 설립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iM증권은 자회사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구체적인 상장 방식과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향후 주가 평가에 영향을 줄 요인이다.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당순이익 개선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실적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까지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김준영 연구원은 "사이클 피크 이익에 적용되는 할인을 줄이려면 2028년 이후에도 현재의 높은 이익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며 10월 말 3분기 실적 발표와 추가 주주환원책을 기업가치 격차 축소의 변곡점으로 꼽았다.
결국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수급과 자회사 상장에 따른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높은 이익 전망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단기 실적 개선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 지속성과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시장에 확인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